[기획] 청산 위기 홈플러스, 인수 부담 ‘농협’의 고심… 피해자들은 또 기다린다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5-10-31 07:00:42
“또 기다리라는 건가…”농협 인수설 속 홈플러스 피해자들의 한숨
회생 절차 장기화에 불만 고조… 농협 인수로 시너지 기대
제도 개편 없이는 또 다른 ‘제2의 홈플러스’ 나온다…MBK파트너스 책임 무거워
낡은 규제가 만든 역설… 지역상권의 ‘적’이라더니 이제는 살려야 할 마트
▲ 2024년 6월 폐점한 홈플러스 목동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홈플러스가 인수 후보 부재로 청산 위기에 처하자 정치권이 농협의 인수를 촉구하며 나섰지만, 농협은 재무 부담과 사업성 사이에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그 사이 홈플러스 근로자와 협력사 및 관계자들은 “또 기다리라는 거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정치권 압박 속 농협의 고심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은 지난 28일 국정감사에서 “홈플러스가 문을 닫으면 도시민의 신선 농산물 소비에도 문제가 생기고 농가 피해도 크다”며 “농협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일리 있다”며 검토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농협은 난감한 입장이다. 홈플러스의 인수가 정부가 말한 대로 유통망 확장이 아닌 부실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유통과 하나로유통의 연간 적자가 합쳐 약 800억원에 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농협중앙회는 인수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삼일회계법인으로부터 홈플러스 실사 자료를 전달받아 내부 검토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 매각 측은 인수의향서(LOI) 접수 시한인 31일을 앞두고 농협의 결정을 주시하고 있다. 농협이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다음달 10일) 연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피해자 “또 기다리라는 거냐”… MBK 책임론 제기

피해자들의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과거 유동화전단채투자 피해자들은 “정치 논리로 시간이 흘러가는 사이 피해만 커지고 있다”며 빠른 결단을 촉구했다.

홈플러스물품구매전단채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의 이의환 집행위원장은 “농협이 홈플러스를 인수해야 한다”며 “공공성이 강한 농협의 유통망과 민간 자산이 결합되면 회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표해 그는 “MBK파트너스 같은 회사는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사모펀드 규제와 ‘MBK방지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제3의 홈플러스 사태’ 가 나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연금이 사모펀드 투자 시 연금 청지기로서 책임있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도 과거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약 6121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들이 “국민연금도 참여했으니 안전할 것”이라는 인식이 당시 투자 판단에 작용했다고 언급했다.

낡은 규제가 만든 역설… 제도 개편이 해법

전문가들은 홈플러스 청산가치(3조6816억원)가 계속가치(2조5059억원)보다 높고 핵심 점포 상당수가 이미 매각된 점을 들어 회생 실익이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농협 역시 지난해 유통 부문에서 724억원 손실을 기록해 단순 M&A로는 구조 개선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은 고용 안정과 지역경제, 공급망 등 광범위한 파급 효과를 감안해 인수·합병 추진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는 채무자회생법의 ‘청산가치 보장 원칙’에 따라 인수 제안이 최소한 청산가치 수준은 충족해야 한다는 견해가 제기되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는 낡은 유통 규제의 그늘을 드러낸다. 대형마트를 ‘지역 상권의 적’으로 몰아붙이며 의무휴업제 제도 등을 도입해 대기업의 발목을 잡았던 정부가 이제는 “살려야 한다”며 구제를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 농협의 고민, 피해자의 한숨이 교차하는 가운데 홈플러스 회생 문제는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현실을 반영한 제도 개편이다.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맞춰 시대착오적 의무휴업제 규제를 걷어내야 한다. MBK파트너스 같은 사모펀드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또 다른 ‘제2의 홈플러스 사태’를 일으키지 않도록 적극적 감독이 필요하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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