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가계부채 3개월 연속 증가...리스크 커지는 경제 '뇌관'

체크Focus / 장연정 기자 / 2023-08-01 18:10:44
KB·신한·하나·우리·NH 등 7월말기준 대출잔액 전달대비 1조 원 증가
신용 및 전세대출 감소 속 주담대 급증 영향...5월 이후 계속 늘어
최근 집값 상승 영향...부동산 연착륙 사이서 딜레마에 빠진 정부
▲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에 1조 원 가까이 늘어났다. 5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다. <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 경제를 자칫 심각한 위기에 빠트릴 수 있는 뇌관 중 하나인 가계대출이 다시 고개를 쳐들고 있다.


작년 2분기에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 빠져들며 줄어들던 5대 시중은행의 가계부채 잔액이 지난 5월을 기점으로 3개월 째 내리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통화당국의 잇따른 기준금리 동결과 금융당국의 은행에 대한 대출이자 인하 압박이 맞물리며 최근 부동산가격이 반등, 자산가치가 상승세로 돌아선 결과로 읽힌다.


한국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가 꿈틀 대자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 위주의 규제완화 정책에서 벗어날 조짐이다. 

 

그러나 금리를 더 올리거나 탄력 받은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는 한 당분간 가계부채가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에 힘에 실린다.

◇ 신용대출 감소에도 주담대 급증 … 대출잔액 증가세

정부가 규제완화를 총동원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적극 유도하는 사이 가계대출이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한 달 새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 원으로 6월(678조2454억 원)보다 9755억 원 증가했다.


5대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5월 1431억 원 늘어나며 2021년 12월(3649억 원 증가) 이후 처음으로 증가세로 전환한 이후 지난 6월(+6332억 원)과 이달까지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증가율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은행권의 대출 금리가 최근 다소 상승했지만, 부동산 관련 규제의 대폭 완화로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갈수록 불어나는 흐름이다.


세부적으로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잔액 512조8875억 원) 증가세가 눈에 띈다. 주담대는 지난달 1조4868억 원 급증했다. 지난 6월(1조7245억 원)보다 증가 폭이 다소 줄었지만, 5월(6935억 원)보다는 훨씬 늘었다.


같은기간 잔액이 각각 2462억 원(108조9289억 원→108조6828억 원), 6486억원(123조6309억 원→122조9823억 원) 줄어든 개인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추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가계부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담대의 급증으로 개인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줄어들었음에도 총 가계대출 잔액은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이는 은행권이 상대적으로 연체율이 낮고 대출 리스크가 적은 담보대출 위주로 자금을 운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기준 금리가 계속 동결되고 있다고 하나 아직 신용대출 금리는 크게 높아 수요가 많지 않다"고 전제하며 "다만 주담대의 경우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에 돌아서며 담보대출을 더 받으려는 차주가 크게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금리 오름세는 그 폭과 속도가 지난해보다 비교적 완만하고, 조만간 내릴 것이라는 기대도 잔존한다"며 "갈아타기 중심의 실수요자들이 현 금리 수준을 감수하고서라도 대출을 더 받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 한국은행의 잇따른 기준금리 동결에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오름세를 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연체율 상승세…가계부채 문제 해소 위한 묘책 나와야

문제는 가계부채가 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대출금리와 은행권 연체율이 동시에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계대출의 연체율은 2금융권은 물론 시중은행들까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권 전반에 차주 건전성으로 인한 금융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은 0.40%로 나타났다. 전월(0.37%) 대비 0.03%p 상승한 데다가 전년 동기(0.24%)와 비교하면 무려 0.16%p가 높아졌다. 

 

은행권의 연체율이 0.4%대를 기록한 것은 코로나19 절정기였던 2020년 5월 말 이후 2년 만이다.


가계의 연체율은 앞으로 더 높아질 개연성이 높다는게 중론이다. 실질임금과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 대출 금리가 점차 상승하며 차주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 탓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6월 5대 시중은행이 취급한 분할상환식 주담대 평균금리는 지난 4월 4.24~4.70% 수준에서 4.31~4.79%로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기준금리의 동결 속에서 은행채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며 대출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3.6%대였던 은행채(AAA) 1년물 금리는 최근 3.9%대까지 올랐다. 한국은행이 4연속 기준금리 동결과는 대치되는 흐름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금융당국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다.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완화로 부동산 시장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며 연착륙에 성공했지만, 가계부채가 늘어나며 한국 경제의 '뇌관'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규제를 강화하기도 어렵다. 정부가 가계부채의 딜레마에 빠진 형국이다.

 

정부로선 경제성장률 둔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강화로 급선회할 경우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감당하기 쉽지않다. 게다가 지난 1월 부동산종합대책으로 대대적으로 규제완화에 나선 지 겨우 6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서민금융 지원 차원에서 역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 등에 한해 대출 규제를 풀어주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원칙을 고수하며 정책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를 6개월 만에 인상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전문가들은 "순대출, 연체율, 은행금리가 모두 상승하는 상황에 경기침체마저 가속화돼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저신용 차주가 늘어나는 것은 향후 금융당국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제하며 "가계부채 리스크를 보다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정부의 묘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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