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상비약 13년 ‘제자리’…어린이용 약은 여전히 부족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5-09-10 08:00:01

▲편의점 상비약 <사진=연합>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2012년 도입된 안전상비의약품 제도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약국이 문을 닫는 심야·공휴일의 ‘긴급 공백’을 메우겠다며 편의점 판매를 허용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초기 13개 품목은 늘지 않았고 일부는 생산 중단으로 편의점에서 사실상 사라졌다. 현재 실제로 구매 가능한 품목은 11개에 불과하다. 제도의 정체는 곧바로 국민 불편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안전상비의약품 지정 품목은 13개로, 2012년 제도 도입 이후 한 번도 변동이 없었다. 품목 확대 여부를 심의하는 지정심의위원회는 2018년 이후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이 사이 어린이용 타이레놀 정제(80㎎)와 160㎎ 제품이 단종되면서, 실제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한 상비약은 11개뿐이다.

◆ 제도 운영은 ‘멈춤’ 상태

안전상비약은 가벼운 증상에 쓰이는 일반의약품 가운데 20개 이내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지만, 실제 판매 품목은 도입 13년이 지나도 늘지 않았다.

지정심의위원회는 2017~2018년 잠깐 논의만 한 뒤 2018년 이후 열리지 않았다. 이 사이 시장 구조와 소비자 수요는 변했지만, 제도는 그대로다. 결과적으로 소아용 제형 등 실제 응급 수요가 큰 품목은 목록에 반영되지 못했고, 편의점 채널의 공급 안정성도 떨어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2024년 편의점 안전상비약 공급액은 555억4200만원으로, 2023년 581억9400만원보다 4.6% 감소했다. 특히 어린이 타이레놀 현탁액은 2023년 8억 원대에서 2024년 5억4400만원으로, 어린이 부르펜 시럽은 17억6500만원에서 11억8800만원으로 급감했다. 판콜에이 내복액을 제외한 대부분 품목이 역성장을 기록하며 우려를 낳는다.

◆ 편의점 업계 “현실화 필요”

편의점 업계는 농어촌 등 약국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편의점이 ‘야간 약국’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품목 현실화를 요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은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특성상, 안전상비약 판매에 최적화된 채널로 국민 건강을 지키는 공익적 기능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며 “심야와 주말 매출이 높은 만큼, 소비자 수요가 약국이 문을 닫는 시간대에 집중된다는 점에서 효익성이 입증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린이용 타이레놀 단종에 대해) “판매되는 약을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초 계획대로 품목을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논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라며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미국·일본, 일반의약품 접근성 확대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은 일반의약품 접근성을 넓히는 쪽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슈퍼마켓·드럭스토어·편의점 등에서 30만개에 달하는 OTC 의약품을 판매한다. 해열제와 소화제는 물론 지사제, 알레르기약까지 약국을 통하지 않고 살 수 있다.

미국 소비자건강제품협회(Consumer Healthcare Products Association)에 따르면, 미국은 현재 FDA 승인을 받은 활성 성분만 800여 종이고, 이를 조합한 OTC 제품은 10만 개가 넘는다. 슈퍼마켓, 드럭스토어, 편의점 등 약국 외 유통망은 약 75만 개에 달한다.

2014년 일본은 약사법 개정과 함께 의약품 분류 체계를 전면 개편했다. 의약품을 의료용과 일반용으로 크게 나눈 뒤, 일반의약품은 기존 1류·2류·3류 체계를 각각 일반 의약품, 지도 필요 의약품, 비처방 의약품으로 바꾸었다. 판매 방식도 다양화되어, 점포 판매, 배치 판매, 도매, 인터넷 판매 등 여러 경로를 통해 소비자가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현재 일본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비처방의약품은 2000여 개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안전상비약 제도는 도입 13년이 넘었지만 실제 판매 품목은 11개에 그쳐, 소비자 선택권이 크게 제한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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