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노조 "12년 간 지속된 수수료 인하로 카드 산업 망가져"

경제·금융 / 손규미 / 2024-09-09 17:29:26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 및 재산정 주기 폐기 촉구 기자회견 열어
수수료 인하 결국 카드사 수익성 악화 시키고 소비자 피해 가속화될 것
▲ 카드사 노조 단체 연합이 9일 오전 금융위원회 정문 앞에서 카드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과 재산정 제도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사진=손규미 기자>

 

[토요경제 손규미 기자] 적격비용 재산정 시점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또 인하할 것임을 시사하자 카드노조가 거세게 비판하고 나섰다.

카드사 노동조합은 정부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선거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만 이용한 결과 카드 산업이 망가지고 있다고 비판하며 가맹점 수수료의 지속적인 인하는 결국 더 큰 소비자 피해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9일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 세 단체는 이날 오전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금융당국에 수수료 추가 인하 중단 및 주기적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기를 촉구했다.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는 지난 2012년 여신업법 개정에 따라 카드사의 자금조달과 위험관리 비용 등을 복합적으로 감안해 3년 주기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새로 산정하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제도의 본래 취지인 합리적 원가 산정과는 다르게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은 12년동안 내리 인하되기만 했다. 이로 인해 현재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5.8%에 달한다.

카드노조는 재산정 주기마다 가맹점 수수료가 지속적으로 인하되면서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카드사들이 본업보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 대출사업에 더 주력하면서 건전성과 수익성이 함께 악화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드 노조측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기준 20조 규모였던 카드사들의 대출성 사업 비중은 2021년 38조원으로 10년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또한 캐피탈사에서 영위하고 있는 할부리스 사업은 2015년 기준 4조 4000억원에서 2021년 14조3000억원으로 10조 이상 불어난 상태다.

이재진 사무금융노조위원장은 “카드사들의 대출 확대에 따른 현금성 대출 부실율은 지난해 9월 기준 1.6~2.5%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건전성 악화는 카드사의 대손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영업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결국 소비자들에게 카드 혜택 축소와 같은 피해를 야기시키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이익을 내기 위해 인건비 등과 같은 비용을 열심히 절감하고 있고 그 절감된 비용이 다시 미래 수수료 인하 여력으로 작동하고 있는데 이것이 현재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모순을 보여주는 현주소이며 제도 폐기의 강력한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노조는 이미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이 마이너스 수준에 이르고 있다며 이를 또 다시 인하하려는 당국의 시도는 도를 넘은 포퓰리즘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과도한 수수료 인하는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장문열 우리카드 노조위원장은 “현재 연매출 10억원 미만 중소 및 영세 가맹점의 경우 카드 수수료가 0.5%~1.25%에 형성돼 있는데 이 가맹점들은 부가가치세법에 따라 카드 매출의 1.3%를 세액공제 받아 실질 수수료율은 마이너스다”라며 “이는 역으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고도 세금으로 더 돌려받게 되는 기형적인 구조”라고 설명했다.

장 위원장은 “금융위는 연매출 10억원 이상 가맹점의 경우 세법에서는 전혀 우대하지 않으면서 카드사들에게만 정부의 비용을 전가해 우대수수료율을 강요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세법에서도 영세 사업자와 동일한 세액공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카드 노조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에서 적정 이익을 내지 못하는 카드사들이 결국 연회비를 인상하고 혜택을 축소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가속화될 것을 우려했다.

노조 측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가 합리적 원가 산정이 아닌 정치적인 논리에 의해 이용당하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은 실패한 정책이며 이에 따라 폐기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드 노조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주력 사업은 오래전부터 더이상 신용카드업이 아니다”라며 “본업은 정부의 포퓰리즘으로 인해 사업성도 잃고 혁신성도 완전히 잃었으며 이에 따라 결국 대출사업이 카드사들의 본업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마저도 가맹점 수수료 부문의 손익 방어를 위해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을 줄세워 걸러내고 또 걸러내고 있다”며 “카드사 대출 시장 손익 논리에 따라 밀려난 서민들은 또다른 피해를 보고 있다”며 금융당국의 과도한 개입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했다.

카드 노조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시에는 투쟁 수위를 높여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선진화를 도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함에도 작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며  “현 정권과 금융위는 당장 신용카드 사업의 퇴행을 멈추고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를 즉각 폐기하라. 요구가 무시될 경우 더 이상 인내하지 않을 것이며 카드 노동자들의 총력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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