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벌기보다 비용 줄였다…롯데 비상경영 속 ‘뉴욕 자산’ 선택의 의미

유통·소비재 / 김은선 기자 / 2025-12-16 17:24:46
호텔은 캐시카우보단 브랜드 제고 전략 거점으로
HQ 해체·계열사 책임경영 전환 이후 첫 대형 해외 투자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비상경영에 돌입한 롯데그룹이 조직과 인사를 대폭 손질한 가운데, 호텔 부문에서 ‘뉴욕 알짜 부지’를 사들이며 과감한 투자 행보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 롯데뉴욕팰리스(LOTTE New York Palace)/사진=롯데지주

 

지난달 이뤄진 부회장단 전원 용퇴와 CEO 20명 교체, HQ(Headquarter·헤드쿼터) 체제 전면 폐지로 요약되는 쇄신은 중앙집중식 의사결정 구조를 걷어내고 계열사 중심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각 사업의 생존력과 전략적 가치가 보다 직접적으로 평가받는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미다.

◆ 수익보다 안정성…뉴욕 핵심 입지로 장기 전략 거점 확보


이 같은 변화 속에서 롯데호텔앤리조트(이하 롯데호텔)의 뉴욕 호텔 부지 인수는 상징성이 크다. 비상경영과 HQ 체제 해체 이후 이뤄진 계열사 이사회 중심으로 추진된 첫 대형 해외 자산 투자이기 때문이다. 

 

특정 계열사가 그룹 전체 방향과 동떨어진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는 재무 건전성 강화와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이라는 그룹 차원의 기조와 맞닿아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롯데호텔은 롯데뉴욕팰리스 호텔 건물에 이어 토지까지 4억9000만달러(약 7000억원)에 인수하며 장기 임차 구조를 완전히 해소했다. 

 

25년마다 갱신되던 임차 계약에서 발생하던 임차료 인상 부담과 변동 리스크를 제거하고, 리스부채 축소를 통해 재무 구조의 안정성을 높인 셈이다. 단기 수익 확대보다는 비용 구조 개선과 장기 운영 안정성을 우선한 선택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앞서 롯데호텔은 지난 2015년 뉴욕 맨해튼의 상징으로 꼽히는 뉴욕 최초의 5성급 호텔 ‘더 뉴욕 팰리스 호텔(The New York Palace Hotel)’을 인수해 ‘롯데뉴욕팰리스’로 이름을 바꾸고 재개장했다. 

 

당시에는 호텔 건물만 매입하고 토지는 임차하는 구조였지만, 장기적인 브랜드 가치 제고와 미래 자산 가치 상승을 고려해 토지 인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이후 뉴욕 대교구와 장기간 협상을 거친 끝에 이번 토지 거래가 성사되며, 임차 구조를 완전히 해소하게 됐다.

 

◆ 면세·유통은 수익성 방어…사업별 역할 분담 뚜렷 


호텔 사업은 구조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지 않아 그룹의 전통적인 캐시카우(현금창출원)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투자 해석의 출발점이다.

 

유통과 면세 사업이 과거 수준에는 못 미치지만 일정 수준의 실적 방어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호텔이 이를 대체할 캐시카우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 

 

오히려 이번 뉴욕 부지 인수는 수익성보다는 자산 성격이 뚜렷한 사업을 통해 리스크를 통제하고, 장기 전략 거점을 확보하려는 판단에 가깝다는 평가다. 즉 핵심 입지 자산을 직접 확보해 장기 임차 비용과 변동 리스크를 줄이고, 브랜드 가치와 글로벌 거점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비상경영 국면에서 현금창출보다 통제 가능한 자산과 장기 안정성을 중시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그룹 포트폴리오 조정 기조와도 맞닿아 있다.

특히 뉴욕 맨해튼 핵심 입지라는 자산 특성상, 향후 자산 가치 상승 가능성과 함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제고, 위탁경영 확대의 브랜드 강화의 교두보로 활용될 여지도 거론된다. 호텔이 ‘돈을 버는 사업’이라기보다 그룹의 글로벌 자산 전략을 구현하는 수단으로 기능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전통 캐시카우였던 화학 부문 부진 등으로 그룹 전반의 수익 구조 악화된 상황에서, 각 계열사가 서로 다른 역할을 부여받는 흐름이 보다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인수 자금 조달과 관련해서는 롯데호텔이 보유 자산 유동화와 외부 투자 유치를 병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지만, 구체적인 현금 조달 방법은 대외비로 분류돼 기자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만 임차 구조 해소와 리스부채 축소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재무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투자가 그룹 차원의 일괄 지시라기보다는 롯데호텔 이사회 중심의 책임 아래 결정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HQ 해체 이후 각 계열사의 판단과 책임이 강화된 구조에서, 호텔 부문이 독자적인 전략 실행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읽힌다.

업계에서는 “비상경영 국면에서 모든 계열사가 동일한 역할을 요구받는 것은 아니다”라는 해석이 나온다. 수익성과 현금흐름, 자산 성격에 따른 선택과 집중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롯데호텔의 그룹 내 위상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다.

 

한편 롯데의 면세사업과 유통사업은 외형 성장보다는 수익성 방어에 초점을 맞추는 국면에 있다. 

 

롯데의 면세사업은 인천공항 면세점 철수 이후 고정 임대료 부담이 완화된 가운데 보따리상 의존도를 낮추고 개별관광객 및 온라인 채널 확대를 통해 영업이익 흑자로 전환하는 등 비용 효율화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유통 부문에서는 마트와 슈퍼 등으로 구성된 그로서리 사업의 수익성 둔화가 뚜렷하다.

올해 3분기 해당 부문은 매출 1조3035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8% 감소하고 영업이익이 85.1% 급감했다. 이로 인해 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영업손실 283억원으로 전환돼 수익성 방어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


토요경제 / 김은선 기자 ke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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