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 큰 기술유출' 일당 적발...삼성 반도체공장 통째 이식 도모

체크Focus / 장학진 기자 / 2023-06-12 17:07:01
삼성 전 임원 등 7명 공모...핵심기술 빼돌려 '짝퉁공장' 추진
중국과 대만 자본 바탕 삼성 中공장 턱밑에 설립하려다 덜미
첨단기술유출 범죄 갈수록 대담...전문가 "처벌 수위 높여야"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을 빼돌려 '복제 공장'을 만들려던 일당이 검찰에 의해 적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반도체공장 내부. <사진=삼성전자제공>

 

첨단 기술패권을 둘러싼 주요 강대국 간의 물밑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해 빼돌리려던 매국적인 기술유출 범죄 일당이 검찰에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삼성전자 전직 임원 등 7명은 빼돌린 삼성 반도체공장의 핵심 도면을 바탕으로 삼성전자 중국 시안공장 바로 코앞에 반도체 제조공장을 설립키로 하고 대만 자금을 끌어들이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중국과 대만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등 반도체 거의 전 분야에서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라이벌 국가들이다.


다행히 이들의 계획은 대만 전자제품 생산업체와 추진했던 8조원대의 투자유치가 불발에 그치면서 미수에 그쳤지만, 자칫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의 반도체 핵심공정이 대거 유출될 뻔했다.


최근 들어 첨단 기술패권 전쟁이 가열되면서 핵심기술 유출 범죄 행위가 갈수록 대담해지는 추세여서 보다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일고 있다.

■ 공정 배치도 등 장기간 핵심 기술 대거 불법 유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아예 통째로 복사,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설립하려 한 전 삼성전자 상무 A씨가 검찰에 의해 적발, 전격 구속됐다.


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박진성 부장검사)는 12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전직 삼성전자 상무 A(65)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A씨가 세운 중국 반도체 제조 업체 직원 5명과 설계 도면을 빼돌린 삼성전자 협력업체 직원 1명 등 6명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의하면 A씨 일당의 기술유출 행위는 과거의 범죄와는 차원이 다르다. 우선 주동자 A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상무,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반도체 전문가다. 반도체업계에서 18년간 근무하며 핵심 공정을 비롯해 주요 분야를 섭렵한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A씨와 공모한 나머지 6명도 주로 반도체 전문가들이다. 공범 가운데 5명은 싱가포르 반도체 관련 업체 진세미의 전·현직 직원이며, 나머지 1명은 삼성전자의 시안 반도체공장 감리회사인 B사 직원이다. 반도체 생산을 위한 공장과 공정에 대한 전문가들이 대거 공모했다는 것이다.


A씨는 특히 2018년 8월부터 2019년까지 장기간에 걸쳐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설계 도면 등을 부정하게 빼돌려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반도체 공장 BED란 반도체 제조 과정에서 불순물이 존재하지 않는 최적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다. 공정배치도 역시 반도체 생산을 위한 8개 공정의 프로세스와 면적 등 핵심 정보가 가득히 기재된 필수 도면이다. 

 

이 기술은 노트북,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30나노 이하급 D램 및 낸드 플래시를 제조하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기반 기술이자 국가적 핵심기술에 해당한다.
 

▲A씨 일당이 삼성전자 기술을 빼돌려 설립하려던 삼성 시안 반도체공장의 전경. <사진=삼성전자제공>

 

■ 대만 자본으로 삼성 中공장 턱밑에 '짝퉁공장' 설립 추진

더욱 충격적인 것은 A씨와 일당은 삼성에서 빼돌린 기술을 바탕으로 삼성 바로 코앞에 복제공장을 설립하려했다는 점과 공장 설립에 필요한 자금을 대만 폭스콘에서 조달하려 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삼성전자 중국 시안 공장과 불과 1.5㎞ 떨어진 곳에 삼성전자의 복사판인 또 다른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대담성을 드러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자본금 4600만원으로 중국 청두시에 중국업체 CHJS를 설립했다. 이후 대만 최대 IT업체인 폭스콘과 8조원대의 투자 약정을 받은 뒤 싱가포르에 진세미란 별도 법인을 만들었다. A씨는 삼성에서 빼돌린 기술을 진세미에 전달, '짝퉁 삼성공장' 설립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추진해왔다.


A씨 일당은 영업비밀 유출에 그치지 않았다. 이들은 이후에도 한국의 반도체 핵심 인력을 빼내 가기 위해 고액 연봉을 제안, K반도체의 두 주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핵심 인력 200명 이상을 영입한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A씨 일당의 조직적인 기술 및 인력 유출에 우리나라의 최대 반도체 경쟁국 중 하나인 대만의 폭스콘이 무려 8조원대의 투자 약속을 했다. 그러나, 폭스콘으로부터의 투자유치가 불발하면서 A씨 일당의 첨단기술 유출 범죄 행위가 검찰에 의해 꼬리가 붙잡힌 것이다.


수원지검 관계자는 "A씨는 자타공인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이라며 "이러한 본인의 권위를 이용해 중국과 대만의 대규모 자본과 결탁하고 중국·싱가포르 등에 반도체 제조회사를 설립,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 일당의 계획은 대만 폭스콘의 투자 불발로 수포로 돌아갔지만, A씨 일당이 중국 청두시로부터 4600억원을 투자받아 만든 반도체 제조 공장이 지난해 이미 연구개발(R&D)동을 완공했고 A씨는 여전히 삼성 기밀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미미 삼성전자 반도체 기술을 적용, 시제품까지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다.
 

▲첨단기술 유출 범죄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분야의 기술유출이 두드러지고 있어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그래픽=연합뉴스제공>

 

■ ​"첨단기술 유출은 국가 경쟁력 위협하는 중대범죄"

검찰은 이번 기술 유출로 삼성전자가 최소 300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본 것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단순히 반도체 기술 유출이 아닌, 반도체 공장을 통째로 복제 건설하려 한 시도를 엄단했다"며 "반도체 생산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국내 반도체 산업 근간을 흔드는 중대 범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들의 범죄행위가 재판과정에서 낱낱이 사실로 들어난다고 해도 형행법상 처벌수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영업비밀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법상 최대 10년의 징역과 5억원 이내의 벌금형이 처해지는 등 과거에 비해 처벌 수위가 높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솜방망이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계 주요 기술강국 간에 첨단산업 기술 패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반도체, 배터리(2차전지), 자율주행차, 바이오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해외, 특히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 처벌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면 미국, 대만 등은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양형 기준을 피해액에 따라 가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피해액에 따라 15년 8개월에서 최대 33년 9개월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 또 대만은 2022년 국가안전법 개정을 통해 군사·정치 영역을 넘어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을 간첩행위에 포함시켰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기술패권 경쟁이 가열되면서 첨단 기술 유출 범죄가 날로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첨단기술 유출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중대범죄인 만큼 차제에 양형 기준을 대폭 상향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편 기술유출 범죄 솜방망이 처벌 지적과 관련, 특허청과 대검찰청은 지난달 2일 '기술유출 범죄 양형기준 세미나'를 열고 영업비밀침해 범죄에 대한 처벌 수준을 강화하고, 기술유출 범죄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방안 등을 집중 논의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산업기술 해외 유출 적발 건수는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112건에 이른다. 기업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이 68건으로 대기업(35건)보다 많고, 분야별로는 디스플레이(26건)와 반도체(24건)가 가장 많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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