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외 시급한 법안도 수두록...“정치가 경제 발목 잡지 말아야”

토요프리즘 / 이승섭 기자 / 2023-12-04 17:07:17
또 처리시한 넘긴 예산안...새해 목전에 졸속 처리 관행 되풀이 않아야
국회 계류중인 민생법안 400여 건, 시급한 경제 활력 줄 법안 상당수
내년 경제상황 엄중...더 이상 '정치가 경제 발목 잡는'후진성 끝낼 때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처리시한을 또 넘겨, 9일 예정된 21대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도 여야 간 협상에 난항을 으보이면서 불투명해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내년도 정부 예산안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1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파행을 겪으면서 지난 2일로 돼 있는 예산안 법정처리 시한을 넘겼다. 그렇다고 오는 9일로 예정된 정기국회 내 예산안이 처리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예산과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원전 및 재생에너지 예산 등 쟁점 예산에 대한 여야 간 협상이 난항을 보인다. 여기다 민주당이 밀어붙이고 있는 쌍특검과 국정조사를 놓고도 여야 간 대치 국면이 심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지난해도 경색된 정국 탓에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가장 늦은 그해 12월 24일에 예산안을 통과시킨 전철을 올해도 되풀이할 공산이 커 걱정이다. 결국 새해를 목전에 두고 허겁지겁 예산안을 통과시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국회에는 아동학대범죄처벌 개정안과 학교폭력예방법 등 400여 건에 이르는 주요 민생 법안이 계류돼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은 가운데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잇따라 하향되고 물가 압박도 여전하다, 우리경제의  대내외 환경은 매우 위중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국회는 내년도 예산안도 그렇지만, 국회에 표류중인 시급한 민생·경제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이들 법안 중 상당수는 21대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처리 시한 또 넘긴 예산안...정기국회 내 처리 난망

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 간 힘겨루기 속에 작년에 이어 올해도 처리시한을 넘겼다. 국회법에서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1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도록 하고 있다. 헌법은 국회가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즉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도록 한다. 그럼에도 여야는 올해도 정쟁 탓에 이를 지키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부 예산안 원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 상태다.

국회 예결위는 지난 11월 13일부터 예산안 조정소위를 가동, 657조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심사해 왔다, 하지만 R&D(연구·개발) 예산, 권력기관 특수활동비, 원전 및 재생에너지 예산, 새만금 사업 관련 예산 등 쟁점 예산에 대한 견해차가 커 일부 감액 심사를 마쳤을 뿐 증액 심사는 손도 대지 못했다.

이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도 정기국회 종료일(12월 9일)을 5일 앞두고 있지만 회기 내 처리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무엇보다 민주당이 강행하는 ‘쌍특검’과 국정조사를 놓고 여야 대치가 장기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회기 내 예산안 처리 가능성은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게 됐다. 결국 새해를 앞두고서야 가까스로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했던 좋지 못한 관행이 이번에도 되풀이될 공산이 매우 크다.

◇민생 경제법안 처리 더 이상 지연해선 안 돼

국회는 최근 기획재정위원회 세법심사 과정에서 부진한 내수 소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내년도 한시적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확대키로 신설 의결했다. 또 월세 세액공제 한도·소득기준, 둘째 자녀에 대한 자녀세액 공제도 각각 늘리기로 한 것은 민생과 경제를 위한 것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평가다 .

하지만 민주당이 탄핵·쌍특검법 밀어붙이기 등에 나설 경우 국회 파행으로 내년 예산안과 경제 살리기 법안 등의 통과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걱정이 크다.

중국의 수출 규제로 인한 국내 기업들의 원자재 확보 어려움을 들어줄 공급망안정화지원법이 벌써 1년 이상 국회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또 첨단산업인재혁신특별법과 지난 10월 일몰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재입법이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다.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우주항공청법법안이 8개 월째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시급한 고준위방폐장특별법, 재정준칙법도 국회에 계류중이다.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하기 위한 의료법과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 자동차산업을 육성·지원하기 위한 특별법 등도 지지부진하다. 대형마트 휴무일에 온라인 영업 제한을 푸는 유통산업발전법, 드론·로봇 등 무인배송 수단을 허용하는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도 발목이 잡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논란을 사고 있는, 일명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개정안)과 공정 방송 기반을 흔들 수 있는 방송 3법은 강행 처리한 반면, 시급을 요하는 경제·민생법안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는 행태는 비판을 받을 만하다.

◇복합위기 속 정치가 경제 발목 잡는 악습 벗어나야

올해 세계 경제는 전반적 경기 침체 속에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위축,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내년에도 불확실성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경제도 고금리 속에 물가 상승 우려가 가지질 않고 있고, 대미 달러 환율도 최근 약세로 돌아서긴 했지만 안정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또 11월 수출이 반도체 수출 급증에 힘입어 작년 동기 대비 7.8ㅆ 늘어나면서 26개월 만 최대실적을 거뒀다, 무역수지도 16개월 만에 흑자로 반등했다. 그렇다고 안심할 처지가 못된다. 생산·소비·투자 등 3대 지표가 모두 동반 하락해 저점을 찍은 듯했던 경기가 다시 부진할 조짐이다.

산업생산지수가 전월보다 1.6% 줄어 3년 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나타내고, 2개월 증가세였던 반도체 생산이 다시 감소한 것은 우려스럽다. 소매판매액지수와 설비투자가 각각 0.8%, 3.3% 감소한 것도 불안하게 한다. 문제는 내년 경제상황이 올해보다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물가도 크게 낮아질 것같지 않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얼마 전 수정 경제 전망치에서, 내년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를 8월의 2.2%에서 2.1%로 또다시 낮췄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2.4%에서 2.6%로 0,2%포인트 올렸다. 정부의 연간 목표치 2.0%를 훨씬 웃돈다. 내년 국내 경기가 수출과 설비투자 회복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 회복 모멘텀 약화를 요인으로 든다.

내년 4월 총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21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 내 이들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될 성이 많다. 경제 할력을 일으키고 민생을 위한 입법을 방기한다면 국회의원의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정치가 경제 활력을 돕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발목을 잡는 후진성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정치가 경제 위에 군림하는 상부구조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토요경제/ 이승섭 대기자 sslee7@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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