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축유 방출, 석화업계 셧다운 막을 마지노선 될까

산업 / 전인환 / 2026-03-25 16:58:24
중동발 나프타 수급난에 LG화학·여천NCC·롯데케미칼 생산 조정
에틸렌·프로필렌 차질 땐 자동차·건자재 등 전방산업 영향 가능성
정부 공급망 지원센터 가동… 업계 “실제 방출 물량 봐야”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촉발된 나프타 수급 차질이 석유화학 업계를 넘어 국내 산업 공급망 전반을 흔들고 있다. 정부는 공급망 지원센터 설치와 4월 비축유 방출을 예고했지만, 실제로 공장 셧다운을 막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여수 석유화학단지/사진=연합뉴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중동발 나프타 수급 차질에 대응해 공장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 조정에 들어갔다. 원료 재고가 많지 않은 만큼 핵심 설비를 최대한 오래 돌리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업계 전반에서도 비슷한 대응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LG화학은 지난 23일 전남 여수산단 내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연간 120만톤 규모의 1공장 가동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고객사에 공급 불가항력 가능성을 알린 여천NCC도 일부 공정 가동을 멈춘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케미칼도 나프타 재고 물량 확보를 위해 생산 조정에 들어갔다. 다음 달 18일 예정이었던 대정비 작업을 오는 27일로 앞당기고, ‘석화 사업 개편 1호 프로젝트’에 따라 가동 중단이 예정된 대산 사업장 NCC 역시 가동 중단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원료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산업 전반으로 번질 수 있는 공급망 불안의 신호로 보고 있다. 나프타를 정제해 만드는 에틸렌과 프로필렌은 비닐, 합성고무, 타이어, 포장재 등 다양한 제품의 기초 원료로 쓰인다. NCC 가동 차질이 지속될 경우 석유화학 업계를 넘어 자동차, 건자재, 생활용품 등 전방산업으로 악영향이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계는 현재 재고 활용과 가동률 조정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중동 위기가 장기화하면 생산 차질과 비용 부담이 함께 커지는 복합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원료 수급 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제품 공급 차질은 물론 수익성 악화까지 겹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부는 나프타를 경제안보 품목으로 지정하고 수출 제한, 대체 수입 비용 지원 등 공급망 안정화 조치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서울청사에 ‘공급망 지원센터’를 설치해 산업 생산과 밀접한 30~40개 핵심 품목을 집중 관리하고, 국내 정유사가 생산한 나프타를 석유화학 기업에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자원안보실장은 지난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중동 상황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에서 오는 4월 중순 비축유를 방출해 추가 수급 안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양 실장은 석유화학 업계의 가동 중단과 관련해 석유제품 수출 제한, 비축유 공급, 긴급 수급 조정 명령 등을 병행하면 대응 기간을 더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납사의 절반가량을 해외에서 조달해온 만큼 정부가 실제로 어느 정도의 비축유를 방출하느냐에 따라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축유 방출만으로 부족분이 곧바로 해소될지는 실제 납사 확보 물량을 봐야 한다”며 “향후 실제 공급 물량을 지켜보면서 정부의 수급 안정화 조치에 협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전인환 기자 ji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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