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계좌만 터놓자”… RIA 열풍에도 ‘매도’ 버튼 못 누르는 이유

증권·자본시장 / 김소연 기자 / 2026-03-24 16:33:03
RIA 첫날 9000계좌…입소문 타고 개설 증가세 확대
수익 낮으면 절세 혜택 보다 해외 투자 기회 상실 우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양도소득세 최대 100% 면제라는 파격적인 혜택이 ‘서학개미’들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실제 자금 유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국내 복귀를 유도하는 ‘RIA(국내시장복귀계좌)’가 출시 첫날 약 9000개 가까이 개설됐지만 고환율과 국내 증시 불확실성이 맞물리면서 실제 매도는 관망세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 RIA 출시 첫날 약 9000계좌가 개설되며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고환율과 제한적인 절세 효과로 실제 해외주식 매도는 관망세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서울 한 증권사에 설치된 미국 주식 광고 전광판/사진=연합뉴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등 8개 대형 증권사에서 RIA 계좌 개설 첫날인 지난 23일 기준 신규 계좌는 총 8994개로 집계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계좌 개설과 실제 자금 이동 간 ‘온도 차’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원·달러 환율이 1517.3원까지 치솟으며 2009년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한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매도해 원화로 전환하기보다 추가 환차익을 기대하며 관망하는 심리가 우세하다.

RIA는 지난해 12월23일 기준 보유한 해외 주식을 올해 5월 말까지 매도하고 해당 자금을 국내 주식 및 국내주식형 ETF(상장지수펀드)에 최소 1년간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100% 면제해주는 제도다. 이후 매도 시점에 따라 7월 말까지는 80%, 12월 말까지는 50%로 공제율이 단계적으로 낮아진다.

현재 해외주식 양도소득은 연간 차익에서 250만원을 기본공제한 뒤 초과분에 대해 양도소득세 20%와 지방소득세 2%를 합쳐 22%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수익이 250만원 이하인 소액 투자자의 경우 애초에 과세 대상이 아니어서 RIA를 통한 절세 효과가 제한적이다.

다만 절세 효과만 보고 접근하기에는 제약도 적지 않다. 예컨대 해외 주식 수익이 500만원일 경우 절감 가능한 세금은 약 55만원 수준에 그친다. 반면 동일 자금을 국내로 옮겨 투자했을 때 1년 동안 1.1%만 하락해도 절세 효과는 사실상 상쇄된다.

아울러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최소 1년간 RIA 계좌를 유지해야 하는데 이 기간 동안 해외 주식을 순매수할 경우 공제 한도가 줄어들어 해외 투자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수익 규모가 커질수록 절세 효과는 뚜렷해진다. 해외 주식 수익이 1000만원을 넘어설 경우 약 165만원 이상의 세금을 줄일 수 있어 환전 비용과 시장 변동성을 감안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구간에 진입한다는 분석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계좌 개설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실제 매도로 이어지는 흐름은 제한적”이라며 “현재는 환율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계좌만 선제적으로 만들어두는 ‘대기 수요’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RIA는 단기 절세 수단이라기보다 해외 투자 수익을 실현한 이후 국내 우량주나 배당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려는 중장기 투자자에게 적합한 제도”라고 덧붙였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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