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 참여하면 2만원 드려요”… 고도화된 ‘피싱 사기’ 이렇게 당한다

체크Focus / 이슬기 기자 / 2024-03-08 16:23:04
▲ 이미지=픽사베이

 

“이사 비용에 친구 아버지 병원비까지 빌려서 넣은 돈이다.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돌려주지 못한다고 하니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지난달 28일 피해자 A씨는 ‘CJ 무비’ 계정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영화 관련 설문조사에 응하면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포인트 2만점을 지급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였다.

영화 장르, 평점 등 간단한 설문조사를 마친 A씨는 그날 ‘CGV 이벤트 보상 담당자’에게 연락을 받았다. 담당자는 A씨에게 포인트를 환급받기 위해서는 네이버 메신저 ‘라인’의 채팅방으로 들어오라고 했다.

이후 총 5번의 설문조사에 참여해 5만원을 지급받은 A씨는 본인이 지금 ‘피싱 사기’에 휘말린 것이라고 의심조차 하지 못했다.

3월 1일 보상 담당자는 A씨에게 “오늘은 배당금이 높은 VIP 미션에 참여하실까요?”라고 제안한다. 투자한 배당금액의 30%를 페이백 형식으로 돌려준다는 미션이었다.

A씨는 처음에 8만원을 입금하고 미션을 수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1064만원을 입금한 상태였다.

 

▲ 카카오톡 피싱 범죄 채팅화면 갈무리.


담당자는 “VIP 미션은 무조건 하루에 3개의 미션을 완성해야만 원금과 수익을 돌려주는 게 CJ엔터테인먼트의 규칙이다”며 “중도 포기하시면 다른 사람들도 돈을 못 찾습니다”라고 A씨를 회유해 입금액을 늘려간 것이다.

라인 채팅방에는 A씨를 포함해 총 4명이 있었지만, A씨를 제외한 이들은 모두 ‘피싱 사기’ 공범이었다.

A씨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총 1064만원을 입금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1600만원 하나 더 넣으세요”였다. 그 순간 A씨는 본인이 사기에 휘말린 사실을 깨달았다고 했다.


A씨는 “신고를 한 지금, 이 순간에도 1600만원을 입금하라고 연락이 온다”며 “경찰은 전화 통화로 목소리를 주고받지 않아 구제받을 수 있는 법적조항이 없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전년 대비 30% 증가한 2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피해자 수는 1만1503명으로 전년 대비 10.2% 줄어들었지만, 1명당 평균 피해액은 2022년 1130만원에서 지난해 1710만원으로 51.3%가 증가했다.

피해자 나이대는 60대(36.4%), 50대(29.0%)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20대, 30대의 피해 비중도 늘어났다.

메신저 피싱 범죄 건수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경기도에서 발생한 메신저피싱 범죄 건수는 2020년 3412건에서 2022년 4069건으로 늘어났다.

 

피싱 사기 유형은 날로 고도화되고 있지만 범인을 잡아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는 확률은 33.2%에 그치고 있다. 


CJ ENM과 롯데컬처웍스는 최근 회사를 사칭한 피싱 사기 제보가 급증하자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고객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 상태다.

신고된 범죄 유형을 보면 이메일이나 SNS로 피해자에게 접촉한 후 본인을 유명 회사의 제작진, 설문조사 운영 인력, 혹은 NFT 사업담당자 등으로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특정 사이트 링크 접속을 유도하는 수법이 대표적이다. 

 

가짜 이벤트를 통한 NFT 거래 유도, 보상금을 미끼로 한 설문조사 요청, 영화티켓 사전 구매에 대한 페이백 지급 등 다양한 피싱 시도가 확인됐다.

CJ ENM 관계자는 “이벤트는 공식 홈페이지 및 SNS 계정을 통해 진행되고 텔레그램, 라인 등 별도 채팅 앱을 통한 개별적인 참여 유도는 하지 않는다”며 “개인정보나 금전을 요구할 경우 각별히 유의해 주시고, 사칭 계정으로 의심되면 CJ ENM 고객센터를 통해 꼭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토요경제 / 이슬기 기자 lsg@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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