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리실, 투자자보호원 설립 제안 내부 검토…공식 논의 첫 단계 진입

정치·사회 / 이강민 기자 / 2025-12-01 16:04:15
대만은 이미 보호기구 운영…한국만 비어 있는 ‘투자자 안전망’
투자자보호원 설립, 최초의 국가 주도 통합 보호기구 될지 관심 집중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민간 중심의 투자자보호연합회가 투자자보호원 설립을 공식 제안한 이후 정부가 이 제안을 단순 전달 수준이 아닌 실무 검토 대상으로 편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 /사진=연합뉴스
 
현재 총리실 재정조정실 산하 금융경제과는 제안서를 받아 내부적으로 내용을 검토하고 있으며 제안이 정부의 금융·경제 정책 기조와 충돌하지 않는지 여부를 포함해 다각도로 판단을 진행 중이다.

제안서가 총리실 실무라인에서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는 점은 그동안 민간에서 제기돼 오던 투자자 보호 체계 구축 요구가 처음으로 정부 정책 검토 단계에 공식적으로 편입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 민관합동 통합기구 구상…총리실, 인력 구조 실효성 검토

투자자보호원 설립 추진위원회는 제안서를 통해 판사·검사·경찰·변호사뿐 아니라 심리상담사, 회계전문가, 피해조사 인력 등이 포함된 조직을 구상했으며 관련 절차가 하나의 기관에서 처리하는 ‘통합 보호 시스템’을 총리실에 제안했다.

총리실은 추진위가 제시한 인력 구성안과 실무 운영 방식의 실제 가능성을 주요 검토 항목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제안의 실질성을 판단하는 과정으로 파악된다.

현재 한국 자본시장은 여러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 투자 자금은 여전히 부동산에 과도하게 몰려 있고 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과 낮은 수익률 문제로 인해 상당 규모의 자산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기업 정보를 파악하는 과정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은 공시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공시 외에는 회사의 실제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는 점 역시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개인투자자들은 시장 변동성과 기업 관련 사고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으며 투자 손실이 금융적 부담을 넘어 심리적 충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본시장의 신뢰 기반이 약화된 상태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시장 전반의 체질 개선이 요구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시장 변동성에 노출된 개인 투자자…반복되는 충격과 위험

최근 시장에서는 투자자 보호 장치의 부재가 얼마나 큰 피해로 이어지는지가 여러 사례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쌍방울·광림·퓨처코어의 경우 대주주가 연루된 횡령·배임 사건이 불거지면서 상장 적격성 심사에 올랐고 법원이 제기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결국 정리매매 절차로 이어졌다.

특히 쌍방울의 경우 대주주 범죄 규모가 기업 자기자본의 상당 비율을 차지해 상장 유지 요건을 더 이상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명확해졌다.

이화그룹 계열사인 이아이디·이화전기·이트론에서도 수백억 원대의 횡령·배임과 허위 공시 문제가 드러나며 상장폐지가 결정됐고 이 종목들에 투자한 소액주주만 수십만 명에 달해 피해 규모가 컸다.

기업 내부의 비리로 인해 상장폐지가 이뤄졌음에도 해당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이 스스로 위험을 감지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없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부각됐다.

티웨이항공 사례에서도 비슷한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 회사는 소액주주 질의에 대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는 취지의 답변을 전달했다. 그러나 불과 며칠 뒤 최대주주 측과 제3자 간의 지분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공시를 내놨다.

소액주주들이 핵심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되어 있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시장에서는 이런 절차적 불투명성이 개인투자자의 정보 접근과 판단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 보면 한국의 투자자 보호 체계가 갖는 공백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대만은 증권선물투자자보호재단을 통해 피해보상과 상담, 분쟁조정 등 핵심 기능을 공적으로 수행하고 있으며 투자자 피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전담해 처리할 수 있는 구조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이와 같은 독립적 보호기구가 없어 피해 구제와 분쟁조정 업무가 여러 기관에 분산되어 있으며 개인투자자가 의지할 만한 단일 통로가 사실상 없는 상태다. 이러한 차이는 국가 간 비교에서 한국의 보호 체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다.

종합해보면 투자자보호원 설립 제안이 총리실의 공식 검토 절차에 들어갔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로 평가된다. 추진위가 구체적인 조직 구성과 운영 방안을 제시한 가운데 최근 몇 년간 반복된 대규모 소액주주 피해 사례와 해외 주요국과의 제도적 격차가 함께 드러나며 보호체계의 필요성이 더욱 부각된 상황이다.

이 같은 여건을 고려할 때 총리실의 내부 검토 착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투자자 보호를 전담하는 컨트롤타워 구축 논의가 정부 정책 논의의 장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으로 볼 수 있다.

박종진 투자자보호원 추진위원장은 “반복되는 횡령·배임과 상장폐지 사태 속에서 더 이상 투자자만 피해를 떠안는 시장 구조를 방치할 수 없다”며 “투자자보호원 설립은 단순한 기구 신설이 아니라 2500만 개인투자자를 지키기 위한 자본시장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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