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고부가선박 수요 쓸어담는 'K조선'...'초격차' 굳히나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5-02 15:52:26
HD, 호주와 유럽서 단 사흘만에 가스운반선 12척 수주 쾌거
고가 고부가 제품 위주 수주 늘어 수익성 개선 기대감 커져
불황속 1Q 'K조선' 수주량 중국과 격차 벌리며 세계 1위 굳건
▲HD한국조선해양이 단 사흘만에 2조8천억 규모의 고부가 가스선 12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사진은 이 회사가 건조한 가스선. <사진=HD한국조선해양제공>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지주사이자 세계 1위의 조선업체 HD한국조선해양이 2조8천억대의 고부가 가스운반선 12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단 사흘만에 거둬들인 수주 잭팟에 글로벌 조선업계의 이목이 HD조선에 쏠리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들어 가스운반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량을 꾸준히 늘리며, 라이벌 중국을 완벽히 따돌린 상태다. 이런 가운데 세계 1위를 공고히하고 있는 HD조선이 또다시 대규모 수주에 성공, 글로벌 조선업계의 관심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환경 규제 영향으로 올들어 선박 발주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상황이다. 그럼에도 HD조선을 필두로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국내 조선업체들은 '나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고부가 선박시장에서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이 중저가 시장에서 마저 불황에 허덕이면서 하이엔드 선박 중심으로 K조선의 글로벌 '초격차' 상태가 굳어지는 양상이다.

■ HD조선, 3일만에 2조8천억대 친환경 가스선 수주 주목

HD조선은 지난달 26일∼28일 불과 사흘만에 20만㎥급 LNG운반선 2척과 17만4천㎥급 LNG운반선 4척, 8만8천㎥급 LPG운반선 2척, 4만5천㎥급 LPG운반선 4척 등 총 12척을 잇달아 수주했다고 2일 공시했다. 수주 금액은 총 2조7904억원에 달한다.


HD조선은 이중 오세아니아와 유럽 선사로부터 수주한 LNG운반선 총 6척은 울산 HD현대중공업에서 건조에 들어가 2027년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HD조선은 특히 17만4천㎥급 LNG운반선에 HD한국조선해양이 자체 개발한 LNG 재액화시스템 'Hi-ERSN'과 차세대 공기 윤활 시스템 'Hi-ALS'를 탑재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Hi-ERSN은 LNG 화물창에서 발생하는 증발 가스를 완전히 재액화하는 시스템이다. 질소로만 냉매를 구성, 친환경적이고 기존 시스템보다 20% 이상 에너지 효율이 높은게 특징이다. 또 Hi-ALS는 선체 표면에 공기를 공급해 마찰 저항을 줄임으로써 연료 소모와 탄소 배출을 모두 절감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이다.


HD조선은 또 아시아 선사로부터 수주한 8만8천㎥급 LPG운반선 2척은 전남 영암의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돼 2026년 하반기경 선주사에 인도할 예정이다. 이 선박은 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최대 규모 선형이며 LPG이중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된다. 또 친환경 에너지원인 암모니아도 실을 수 있도록 설계된다.


또 다른 아시아 선사와 계약을 맺은 4만5천㎥급 LPG운반선 4척은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 2026년 상반기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계획이다.


HD조선측은 "수익성이 높은 가스 운반선을 대규모 수주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차별화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고부가 선박 수주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 K조선 수주 점유율 44%, 중국과 큰 격차로 1위

글로벌 선박수요 위축에도 불구, HD조선을 필두로 국내 조선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높은 기술력과 품질력을 바탕으로 수주량을 늘리면서 세계 1위자리를 더욱 굳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분기 말 기준 K조선의 수주 잔량은 총 3868만CGT(표준선환산톤수)로 전년 동기 3315만CGT에 비해 16.68% 증가했다. 이 기간 세계 신규 발주량이 반토막(45.7%)난 707만CGT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국내 조선업체들은 전체 발주량의 무려 44.1%인 312만CGT를 수주하며 독보적인 세계 1위에 올랐다. 특히 1분기 중 발주된 19척의 LNG선 중 17척, 메탄올 선단 구축을 위한 컨테이너선 대량 발주 3건 중 2건을 싹쓸이했다.


2위인 중국의 점유율은 36.6%에 그쳤다. 그러나, 중저가 선박 위주로 수주한 중국과 달리 국내업체들은 고부가 선박위주로 수주량을 늘려 질적인면에선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렸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LNG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최근 수요가 집중되는 고부가 선종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 속에서 최악의 업황속에서 K조선에 일감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22일 울산 HD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LNG운반선이 건조 중이다. 주황색 골리앗 크레인은 아파트 36층 높이인 109m로 한 번에 최대 들 수 있는 중량이 1천290t(톤)에 달한다. <사진=연합뉴스제공>

 

막대한 수주잔량에 신규 수주마저 호조를 보이면서 K조선 3사는 요즘 전국의 조선소를 거의 풀가동하고 있다. 특히 수주량이 건조량이 크게 웃도는 상황이 이어져 K조선이 본격적인 상승사이클에 올라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조선업계의 1분기 선박 건조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9% 증가한 244만CGT이다. 신규 수주량의 건조량의 20%를 웃돈다는 의미이며, 수주잔량이 쌓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 본격적인 수확기 맞아 조선3사 실적 개선 조짐 뚜렷

고부가 선박 위주로 수주량이 차곡차곡 쌓이고,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 본격 인도에 나서면서 선박 수출과 업계의 실적이 빠르게 호전되는 분위기다.


보통 가스운반선이나 대형 컨테이너선박의 경우 건조기간에 2~3년 소요된다. 조선업계의 지난 2020년 말부터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호황기를 맞았다는 것을 감안할 때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확기에 접어든다는 얘기다.


조짐은 이미 나타나기 시작했다. 우선 조선업의 수출이 호조세로 돌아섰다. 산업통상자원부의 4월수출동향을 보면 선박 수출액은 16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9.2% 증가했다.


우리나라의 15대 주요 수출 품목 중 지난달 수출이 증가한 건 선박을 비롯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등 단 3개 품목뿐이다. 전년 대비 수출액 증가율만 보면 선박이 가장 높다. 핵심 품목인 반도체 혹한기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동차와 함께 선박이 수출효자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 3사의 실적도 빠르게 개선되는 분위기다. 기존에 수주해 건조를 마친 선박의 인도가 본격화,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수주 잔량이 급증함에도 인도까지 적지않은 시간이 걸려 적자의 늪에 빠져있던 조선사들의 실적 전망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다.


실제 HD한국조선해양은 올 1분기에 영업이익 585억 원을 올리며 3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은 196억 원의 영업이익으로 지난 2017년 3분기 이후 22개 분기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또 한화그룹에 인수된 대우조선도 2이번 2분기엔 흑자전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인한 선박금융비 부담이 증가하고, 글로벌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는가 등 불확실성이 커지며 최근 글로벌 선사들은 선박 발주를 줄이는 추세"라며 "그럼에도 K조선이 강점을 지닌 고부가 가스선의 경우는 글로벌 에너지공급망 재편으로 수요가 늘고 있어 업계의 실적 반등과 글로벌 조선1위의 위상은 더 공고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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