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보험금청구권 신탁’ 속속 도입… 새 먹거리 되나

경제·금융 / 손규미 / 2024-11-14 16:03:28
제도 도입 첫 날부터 관련 보험금청구권신탁 신상품 출시 봇물
업황 악화 타개할 새로운 수익원 될까 기대감… 생보사 특성 상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에서 유리
▲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 노인들이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보험금청구권도 신탁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되면서 보험사들이 신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신탁 시장에 대한 중요성 또한 커질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관련 시장을 선점하려는 보험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금융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및 ‘금융투자업규정’ 개정안을 시행하기로 하면서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허용했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란 생명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위탁자)가 사고를 당할 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신탁회사인 금융기관(수탁자)이 보관하고 관리·운용 후 계약자가 사전에 정한 방식대로 신탁 수익자에게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험금청구권 신탁 요건을 살펴보면 생명보험계약은 주계약 일반사망 보험금 3000만원 이상의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이며, 재해나 질병사망 등 특약사항 보험금청구권은 신탁할 수 없다. 약관상 보험계약대출이 허용되지 않거나 신탁계약 체결 시점에 보험계약 대출이 없어야 하는 조건도 있다. 또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동일인이어야 하며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된다.

피보험자는 사망전 신탁 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익자의 상황에 따라 받게 될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 금액, 시기 등에 대한 맞춤형 설계도 할 수 있다.

현재 미국과 일본 등 일부 해외의 경우에는 이미 보험금청구권신탁 제도가 유족의 생활 보호 목적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상태다.

국내에서는 이번 법령 개정이 이뤄지기 전까지 보험성 재산은 신탁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급격한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생명보험금과 관련된 유족생활보호의 필요성과 피후견인에 대한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리 중요성이 커지게 됐고 최근 몇 년 사이 제도 도입이 급물살을 탔다.

보험금청구권신탁이 허용됨에 따라 앞으로는 미성년자나 장애인과 같이 보험금 관리가 어려운 유족을 대신해 신탁사가 보험금을 관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보험업계는 제도 도입을 반기고 있다.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주력 상품 판매 부진 등으로 어려운 경영 요건에 놓여있는 생보사들에게 보험금청구권신탁은 업황 악화를 타개할 수 있는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생보사들은 종신보험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면 다른 금융권과의 경쟁에서도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생명보험사 22곳의 사망 담보 계약 잔액은 882조7935억원에 달한다.

제도 도입 첫 날부터 생보사들은 잇따라 신상품을 출시하며 신시장 선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저마다 1호 계약이 성사된 것을 마케팅하며 고객 잡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국내 보험사 중 종합신탁업 자격을 가진 생보사는 현재까지 삼성·한화·교보·미래에셋·흥국생명 5개사다. 이 중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 흥국생명이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2일 업계 최초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을 출시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업계 최초로 신탁업 겸영 인가를 받은 바 있다.

같은 날 삼성생명도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하고 당일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생명에서 1호로 체결한 신탁 계약은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 여성 CEO가 체결한 것으로, 본인의 사망보험금 20억원에 대해 자녀가 35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35세, 40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흥국생명 또한 12일 보험금청구권 신탁 상품인 '내가족안심상속종신보험'을 출시하고 1호 계약을 체결했다. 첫 신탁 계약자는 기업체 임원인 50대 남성으로, 본인의 사망보험금 5억원에 대해 자녀가 40세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이자만 지급하다가 자녀가 40세, 45세가 되는 해에 보험금의 50%씩 지급하도록 설계됐다.

흥국생명은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보험금청구권 신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고객의 가입 문의에 응대할 수 있는 전용 전화상담 채널도 운영 하고 있다.

보험권을 제외한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최초로 보험금청구권 신탁 계약을 체결했다. 하나은행은 보험금청구권 신탁 도입 첫날 1호, 2호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품을 출시하지 않은 나머지 생보사들 또한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관련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에서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시장이 앞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곧 국내가 초고령사회에 직면함에 따라 치매 고령자가 급증하고 상속재산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지는 등 신탁에 대한 니즈가 커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 또한 초고령사회 진입 과정에서 금융지식이 취약한 고령자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이에 따라 향후 신탁에 대한 잠재적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미성년자녀, 장애인 자녀, 고령자가 생명보험금의 수익자인 경우 부모 사후에 지급될 보험금을 신탁을 통해 안전하게 상속 설계와 집행이 가능하다”며 “다만 보험금청구권신탁이 안정적으로 국내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세제혜택, 판매채널 확대 등 제도 여러 방면에서의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손규미 기자 sk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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