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절주유소 전국 21곳, 정부의 업무개시명령 송달에 화물연대 '반발'

산업 / 김연수 / 2022-11-30 15:42:48
▲ 30일 운행을 멈춘 화물차들이 전남 순천의 한 외곽 주차장에 나란히 서 있다. <사진=양지욱 기자>

30일 현재 화물연대 파업 여파로 전국 주유소 21개소가 멈춰섰다.

 

이 중 휘발유 품절 주유소가 19개소, 경유 품절이 2개소로, 모두 저장용량 대비 판매량이 많은 수도권 주유소(서울 17개소, 경기 3개소, 인천 1개소)였다.

정부는 이들 주유소에 12시간 내로 유류를 공급하기 위해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산업부는 전날 기준 전국 주유소의 재고가 휘발유는 8일분, 경유는 10일분 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산업부는 정유공장, 저유소 등 주요 거점별 입·출하 현황을 모니터링해 수송 차질이 우려되는 경우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활용한 비상수송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또한 품절 주유소 현황 정보를 이날부터 매일 오후 4시께 오피넷을 통해 안내하고, 재고가 없는 주유소는 네이버 지도, 티맵 등 지도서비스에 표시되지 않도록 조치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사상 처음 발동한 업무개시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개별 화물차주에게 명령서를 송달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자마자 시멘트 운송업체를 상대로 즉각 현장조사를 벌여 화물차 기사 350명에 대한 명령서를 교부했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이 된 시멘트 분야 화물 기사 2천500여명 중 14%인 350명에 대해 먼저 집단운송거부를 한 것으로 특정했다는 의미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30일 오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서울 시내 한 업체를 현장 방문해 업체 대표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토부는 전날 201개 시멘트 운송업체 중 69개사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이 중 15개사는 운송사가, 19곳에선 화물차주가 운송을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도 운송업체 현장조사를 이어갈 예정이어서 명령서 전달 대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멘트 업체에 명령서를 교부했다고 해서 효력이 발생하는 건 아니다. 화물차주 개인에게 명령서가 송달돼야 한다.

운송업체들은 화물차주의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 정보를 제출하는 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전날 현장조사 과정에선 곳곳에서 실랑이가 이어졌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일단 주소와 연락처를 확보한 화물차주 20명에 대한 명령서부터 우편으로 발송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은 명령서를 송달받는 것을 회피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업무개시명령 대상자들의 신상 정보 파악부터 송달까지 걸리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이번 주말이 파업의 중대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업무개시명령서는 당사자에게 우편으로 전달하는 게 원칙이다. 화물차주 본인이나 가족에게 등기를 전달하지 못하면 재차 방문하고 그래도 등기를 전달하지 못하면 반송된다. 이 과정에 5일 정도가 걸리는데 국토부는 이를 두 차례 반복할 방침이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와 카카오톡 메시지는 당사자 동의가 있어야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 2020년 전공의 파업 때 의사들은 휴대전화를 꺼놓는 방법으로 명령서 송달을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등기를 전달했다는 노력을 해야 마지막 수단인 공시 송달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여러 수단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공시 송달은 정부가 관보나 일간지 등에 명령서 내용을 일정 기간 게재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보통 14일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하지만 긴급한 상황이기 때문에 3일 후 효력이 발생하도록 공시한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명령서를 받은 운수종사자는 다음 날 자정까지 복귀해야 하고, 이를 거부했을 경우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에 처해질 수 있다.

화물연대는 조합원이 명령서를 송달받는 대로 법원에 업무개시명령의 취소와 집행정지를 요청하는 소송을 낸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화물연대 조합원 7천여명(전체의 35%)가 전국 160곳에서 집회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시멘트 분야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시멘트 화물 노동자들은 30일 인천시 중구 항동 인천한라시멘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업무개시명령은 위헌 소지가 있고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명령에 따른 강제노동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 화물연대 총파업 일주일째인 30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앞 도로에 파업에 참여하며 멈춰 선 유조차 옆으로 유조차가 오가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들 노동자 100여명은 이날 공장 앞에서 '우리가 멈추면 세상이 멈춘다'는 구호를 외치며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오남준 화물연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 분과장은 "안전운임제로 시멘트 노동자들의 월평균 업무시간은 11.3% 감소했고 장시간 노동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며 "현재 전체 노동자 6%에게만 해당하는 운임제 품목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화물연대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로만 몰고 가는 정부에 강하게 항의한다"며 "정부는 노동 탄압을 멈추고 진정성 있는 대화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화물차주의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안전운임제 시행 전 10년간 시멘트 화물 노동자의 평균 임금 인상률은 마이너스 14% 수준으로 파악됐다.

이날 앞서 민주노총 인천본부도 인천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통한 제도 영구화를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은 법 개정이 이뤄진 2004년 이후 처음 시행된 반헌법적 조치인 데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을 위반한 처사"라며 "민주노총은 이번 업무개시명령을 노동 탄압의 본격적인 신호탄으로 규정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국가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한 취지라며 전날 화물연대 파업에 대응해 시멘트 운수 종사자 2천500여명의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이는 화물차운수사업법이 개정된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을 제기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토요경제 / 김연수 기자 kys@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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