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삼성·SK, ASML과 ‘맞손’...K반도체, EUV기술 주도권 선점

체크Focus / 최영준 기자 / 2023-12-13 14:58:03
윤대통령·이재용·최태원 ASML 방문, 양국간 ‘반도체 동맹’ 격상
K반도체, ASML과 ‘맞손’...최첨단 EUV노광기 안정적 조달 기대
美·日 이어 네달란드와 협력으로 반도체동맹 마지막 퍼즐 맞춰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현지 시각 12일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본사에서 열린 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대통령실>

 

‘K반도체 듀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반도체장비 업체 ASML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은 것은 첨단 반도체 분야의 기술 주도권을 강화한 것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세계 첨단 EUV(극자외선) 노광기 시장을 완전 장악하고 있는 ASML은 내로라하는 글로벌 반도체기업을 쥐락펴락하는 ‘슈퍼을(乙)’로 불릴만큼 콧대가 높은 기업이다.

초미세 공정 시장이 확대되면서 EUV노광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ASML은 전략적으로 제조능력(캐파)을 늘리지 않아 국내업체들은 물론 전세계 반도체 선도기업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이 삼성과 SK그룹 총수들을 대동, ASML을 방문해 한-네덜란드 양국 간의 반도체 동맹을 격상시킨 것은 시기적으로 매우 적절한 타이밍에 거둬들인 큰 수확이라 할만하다.

◆ 삼성, 3나노 이어 2나노 경쟁사 추격 뿌리칠 기회잡아

삼성과 하이닉스가 이날 ASML과 체결한 공동 개발 협력의 내용도 의미가 있다. 먼저 삼성은 ASML과 1조원을 공동 투자, 한국내에 차세대 EUV기반 초미세 공정 개발을 위한 ‘차세대 반도체 제조 기술 R&D 센터’를 구축, EUV 노광기 기술의 미래 이니셔티브를 더욱 공고히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삼성은 작년 8월 세계 최초로 양산에 돌입한 3나노(nm)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공정에 ASML의 EUV 노광기를 처음 적용했으며 2025년 양산 목표로 개발 중인 2나노 역시 EUV 노광기를 적용할 계획이다.

대만 TSMC, 미국 인텔과 불꽃튀는 2나노 개발 경쟁에 나선 삼성으로선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의 최대 핵심인 EUV 노광기 연구센터를 ASML과 공동으로 설립, 더욱 긴밀한 기술 협력과 안정적 조달이 가능해졌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가 1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 R&D센터 설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으로선 이번 ASML과의 제휴로 3나노에 이어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도 파운드리 시장 부동의 1위 TSMC 등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이다.

그도 그럴 것이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분야의 최대 라이벌이자 ASML의 최대 수요처인 대만 TSMC 역시 ASML과의 관계개선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마당에 삼성이 EUV노광기 공동연구센터를 그것도 한국내에 설치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TSMC로선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3나노 공정에서 EUV 노광기 아닌 기존 노광기의 업그레이드 장비를 사용한 TSMC가 2나노 공정에선 ASML의 EUV 노광기를 채택할 것으로 알려져 이번 삼성과 ASML의 전략적 제휴와 몹시 당황해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업계 한 개발자는 “초미세 공정으로 갈수록 EUV 노광기는 ‘대체재’가 없는 필수장비이며, 최첨단 노광기 특성상 공급자인 ASML과 수요자인 삼성의 공동 연구 개발은 서로에게 득이될 것”이라며 “삼성측이 자연스럽게 앞으로도 최첨단 선단 공정의 기술 헤게모니를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K반도체 원천기술-소재-장비에 이르는 밸류체인 강화

삼성에 이어 ASML의 주요 고객 중 하나인 하이닉스가 이날 ASML과 협약을 체결한 ‘EUV용 저전력 친환경 활용 기술’의 공동 개발 건도 양사 모두에게 결코 의미가 작지 않다.

하이닉스와 ASML은 EUV를 운용할 때 내부 오염원 제거 등에 쓰이는 수소 가스를 포집한 뒤 연료전지로 재활용, 전력화하는 기술을 공동 개발키로 했다. 이는 EUV 공정의 전력 사용량과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첨단 기술이다.

하이닉스는 현재 10나노 4세대(1a)와 5세대(1b) D램 공정에 ASML의 EUV장비를 적용 중이며, 지난 2021년 2월 ASML과 4조7500억원 규모의 EUV 스캐너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이번 협약으로 ASML과의 긴밀한 협력체제 구축과 안정적인 EUV 노광기 조달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소재 ASML 본사에서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CEO)의 안내로 '클린룸'을 시찰하기에 앞서 방진복을 착용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빌럼-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윤 대통령, 피터 베닝크 ASML 최고경영자,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태원 회장은 “내년부터 하이닉스도 ASML과 차세대 EUV 개발사업에 함께 참여해 AI시대에 대비한 고성능 반도체 개발을 본격화할 것”이라며 “이번 수소 리사이클링 공정을 비롯한 친환경 반도체 제조 분야에서 ASML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K반도체의 간판인 삼성과 하이닉스가 EUV 노광기로 세계 반도체시장의 ‘귀한 몸’이 된 ASML과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한 것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글로벌 반도체 동맹 강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통령까지 나서 반도체 전 공정의 핵심 중의 핵심 장비를 독점 공급하는 ASML의 나라 네덜란드와 동맹 관계를 더욱 격상시킴으로써 기존 원천기술(미국)-소재(일본)-장비(네덜란드)로 이어지는 반도체 밸류체인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보다 탄탄히 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과 네덜란드는 이제 반도체 동맹으로 관계가 격상될 것”이라며 “반도체를 포함한 미래 핵심기술 선도국인 네덜란드와의 협력은 우리의 성장 잠재력 확충과 경제 안보 증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ASML을 근간으로한 네덜란드와의 동맹 강화는 미-중간의 첨단기술 패권전쟁에서 촉발된 공급망 재편과 미국, 일본, 대만, 유럽, 한국 간의 반도체 헤게모니싸움에서 우리나라가 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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