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간병 일당 한도축소 수순…“금감원 제재 단종마케팅 부추겨”

유통·소비재 / 김자혜 / 2023-09-26 14:49:50
▲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피해를 우려해 단기납 종신보험, 어린이보험에 이어 간호간병서비스 입원일당 한도까지 축소하도록 감독을 강화하고 있지만 보험 영업채널에선 오히려 이를 단종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금융감독원이 과열된 간호·간병보험 일당 경쟁을 진화하면서 보험사들도 한때 확대했던 한도 축소에 나서고 있다. 금융당국은 앞서 단기납 종신, 어린이보험에도 제재를 하면서 축소 보험 상품에 대한 매서운 눈초리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당국의 의도와 달리 보험 판매채널에선 ‘단종마케팅’에 활용되는 모양새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삼성화재를 시작으로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등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입원 일당(이하 간호·간병 일당)’ 보험의 가입 한도를 축소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보호자 또는 간병인 대신 전문 간호인력이 입원환자를 돌보는 제도다. 보험사들은 1일, 30일, 180일 등으로 나눠 간호·간병 일당을 보장하는 상품을 판매해 왔다.
 

그동안 문제가 된 점은 중복가입이다. 간호간병일당은 많게는 하루 15만원까지 보장해 중복 가입 시 일당 100만원까지 챙길수 있는 허점이 있었다.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 곳에서 판매할 수 있는 법인보험대리점(GA)에선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기도 했다.
 

매출이 오르면서 보험사들도 앞다퉈 한도를 늘렸다. 지난 7월 대형손보사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은 상급종합병원 대상 일당비를 15만~20만원까지 확대했다.
 

이처럼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은 현황을 파악에 나섰고 보장 금액을 재조정하도록 했다. 금감원은 한국신용정보원을 통해 질병코드 기반으로 중복가입도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에 맞춰 손보사들은 이달 중 보험설계사, 요양보호사, 무직, 간병인, 간호사 및 간호조무사, 물리치료사, 의료사무원 등 8개 직업군에 한때 25만원까지 올랐던 180일 기준 일일 일당 한도를 10만원으로 축소했다. 다음 달부터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도 축소가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보험으로 인해 이득을 봐선 안 된다는 이득 금지 원칙을 관리하기 위한 방편으로 제재를 반복하고 있지만 보험업계서는 오히려 이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당국이 절판마케팅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더라도 기존 보장내역이 축소된다는 점은 절판마케팅에 활용하기 좋은 재료이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설계사는 “이달까지 한도가 축소된다고 마케팅 할 뿐만 아니라 추석 명절 기간에도 계약이 가능하다고 영업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앞서 제재 대상이 된 단기납 종신, 어린이보험도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가 취약한 부분에 대해선 개정하도록 제시하면서 판매가 중단됐지만 일정 기간 후 보험사들은 리뉴얼된 상품을 내놨다. 사실상 보험의 이름이나 보장 내용이 일부 변경된 것일 뿐 완전한 단종으로 보긴 어려워 보험 판매채널에서는 마케팅 도구로 이용하기 쉽다.

 

보험업계에서는 감독기관의 차원에서 제재도 필요하지만,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간호·간병 일당은 중복가입이 부작용의 원인”이라며 “중복가입은 막는 정도에서 그치지 않고 각사별 한도를 축소하는 것은 제재 범위가 과도한 것이 아닌가 한다”고 밝혔다.

 

당국이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에서 눈치를 보느라 대응이 늦었다는 시각도 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참여하긴 했으나 실제 손해율이 오르는 등 사업성에 영향을 줬는지 아직 알 수 없다”며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반이 돼서야 제재가 되는 것은 다소 늦은감이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김자혜 기자 kjh@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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