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대 폭풍성장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글로벌 전기차업계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11-08 14:11:20
SNE리서치, 3Q 누적 전기차등록대수 전년比 36.4%↑
북미 수요위축에 고성장세 주춤...재고 쌓여 업계 고심
현대차 북미 할인판매 나서...테슬라 "3천만원대 출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3월 독일 그뤼네하이데 '기가팩토리' 개장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테슬라는 이 공장에서 3천만원대 저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세계 전기차시장이 9월까지 30%를 훌쩍 웃도는 높은 성장률을 이어갔다.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로 많은 대부분의 업종이 한 자릿수 성장도 버거운 것에 대비하면 그야말로 폭풍성장이다.


전반적인 수요위축 속에 전체 자동차 시장은 크게 위축돼 있으나, 전기차만은 예외다. 친환경차 바람을 타고 올들어서도 고성장을 질주하고 있다.


글로벌 복합위기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경기위축에도 전기차 판매는 두 자릿수의 고성장세를 계속하고 있지만, 정작 관련업체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 이후 북미 유럽을 시작으로 전기차 수요 증가세가 한 풀 꺾이면서 수요예측에 실패한 관련업체들의 재고가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전기차업체들은 재고 소진을 위해 대대적인 할인판매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올들어 본격화한 저가 경쟁이 더욱 심화돼 결국 업계의 채산성이 갈수록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 3분기 글로벌 판매량 전분기 대비 5.3%p 줄어

8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80개국에서 올 3분기까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와 순수전기차(BEV)의 누적 등록대수는 총 966만5천대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6.4% 증가한 수치다. 30%를 웃도는 급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지난 2분기와 비교하면 성장률이 5.3%포인트 둔화된 것이다. 2분기까지 누적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41.7% 늘어난 616만1천대였다.

 

▲독일 시민들이 지난9월 5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유럽 최대 모터쇼 IAA 모빌리티에 참가한 비야디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세계 1위 비야디는 올들어 유럽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그룹별 판매 대수를 보면 중국 비야디(BYD가 전년 동기 대비 71.7% 늘어난 총 199만3천대를 판매하며 세계 1위를 질주했다. 비야디의 성장률은 1분기(97.0%)와 2분기(100.1%)와 비교하면 크게 낮아졌지만 진 것이다.


2위 테슬라는 3분기까지 전년대비 45.7% 증가한 132만대4천대를 판매했으나 성장률이 비야디에 크게 못미친다. 이에 따라 비야디와 테슬라의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는 양상이다.


3위 폭스바겐은 27.0% 상승한 68만3천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의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코나, 기아의 EV6, 니로 등을 내세워 총 42만1천대를 판매했다.


현대차그룹은 전년 동기 대비 10.0% 성장하며 두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며 전체 7위를 지켰다. 다만 경쟁기업에 비해 성장률이 크게 낮아 선두권 기업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경쟁사를 압도하는 비야디의 급성장은 세계 전기차 수요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비야디의 막대한 프리미엄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 비야디 57.9% 성장, 독보적 1위...성장률은 둔화

실제 3분기까지 지역별로 전기차 등록 현황을 보면 중국의 점유율은 57.9%로 가히 독보적이다. 자동차 본고장 유럽(23.4%)과 전기차 종주국 북미(12.4%)에 아시아의 전통적 자동차강국 한국과 일본을 모조리 합친 것보다 중국시장이 더 크다는 얘기다.


이처럼 3분기까지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은 거의 대부분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두 지릿수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분위기는 심상치가 않다. 좀 처럼 꺾일 것 같지 않았던 전기차 수요가 하반기들어 눈에띄게 주춤해지면서 재고가 급증하고 있는 탓이다.

 

▲미국 플로리다주의 한 딜러십 매장에 진열된 자동차들. <사진=연합뉴스제공>

 

특히 강력한 중국내수를 기반으로 '바게닝파워'를 키운 비야디가 저가를 무기로 파상공세에 나서 유럽을 중심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가면서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3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테슬라가 이를 함축적으로 설명한다.


자동차 정보업체 에드먼즈에 따르면 지난 9월 미국의 전기차 판매는 늘고 있지만, 제조업체의 예상보다 수요가 약해지면서 판매되지 않고 남은 재고가 딜러 매장에 쌓이고 있다.


에드먼즈의 조지표 윤 애널리스트는 "소매점이 전기차 1대를 판매하는 데 걸린 시간은 평균 2개월이 넘어, 약 1개월이 걸린 내연기관차나 3주가 걸린 하이브리드 차종보다 훨씬 길었다"며 "제조사의 수요에 대한 잘못된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북미시장 재고 쌓여 현대차 등 할인판매 나서

전기차업체들은 이에 따라 재고소진과 판매 촉진을 위해 경쟁적으로 할인판매에 나서고 있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저널(WSJ은 현대차와 포드 등 주요 전기차업체들이 이달 들어 일부 모델에 대해 최대 7500달러(약 979만원)의 현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다른 회사들은 더 저렴한 월 납입금이나 더 짧은 약정 기간을 제공하는 등 공격적인 리스 혜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제외 전기차시장 부동의 1위인 테슬라는 독일공장에서 3천만원대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테슬라 독일 기가팩토리 전경. <사진=연합뉴스제공>

 

로이터는 소식통을 인용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주 독일 베를린 외곽에 있는 현지 공장 기가팩토리를 방문, 이곳에서 2만5천유로(약 3490만원) 가격대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직원들에게 밝혔다고 전했다.


테슬라는 이미 올초부터 특유의 고가 프리미엄 전략을 포기한 상태다. 올해 전 모델가격을 인하했으며 일부 모델의 시초 가격은 기존 가격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테슬라의 저가정책에 대응, 포드도 올해 머스탱 마하-E SUV 가격을 최소 두 차례 내린 바 있다.


자동차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얼리어댑터를 중심으로한 초기 전기차보급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있어 이제 더 이상 기존과 같은 폭풍성장세를 기대하기는 무리"라며 "이제부터 공급초과 현상에 대비한 글로벌 전기차업체간의 진검승부가 시작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SNE리서치측은 이와관련, "전기차시장이 불가피한 중장기적 전기차 전환 트렌드에 따라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면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이제 가격 중심 트렌드에 따라 중저가형 세그먼트 전기차에 수요가 집중되며 성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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