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기로에 선 '50년 주담대'...금융권 판매중단 도미노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9-06 14:07:57
금융당국 "가계부채 급증 주범" 판단아래 규제로 선회 여파
보험사들 줄줄이 판매 중단 이어 NHIBK 등 은행들도 동참
'DSR우회수단' 논란 속 재정비 추진..."과도한 개입" 지적도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금융시장의 만기 50년짜리 주택담보대출(이하 '50년 주담대') 상품이 기획자인 정부의 규제 선회 여파로 이대로 사라지느냐, 아니면 살아 남느냐의 기로에 섰다.

 

금융당국은 '50년 주담대'의 과도한 열기가 가계부채를 늘리는 주범이라고 보고, 규제에 나서자 '50년 주담대' 판매중단이 보험, 은행 등 금융권 전반으로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과열현상을 빚고 있는 '50년 주담대'의 재정비를 위한 메스를 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50년 주담대' 판매 중단 행렬에 모든 금융권이 가세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금융시장 최고 히트상품이자 특례보금자리론과 함께 아파트값 반등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50년 주담대'의 미래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향후 부동산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지 주목된다.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던 만기 50년짜리 주담대가 가계부채 급증의 주범이란 논란 속에 사라지느냐, 살아 남느냐의 기로에 섰다. 이에 따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서울 아파트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 DSR규제 '우회도로' 효과....출시 이후 인기 폭발

'50년 주담대'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대출 차주 입장에서 대출한도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기가 50년으로 늘어나면 총 이자는 늘지만, 매달 내는 원리금은 줄어든다. 이는 결국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차주 입장에선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피해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정부가 부동산대책의 일환으로 각종 규제완화에 나섰음에도 DSR규제만큼은 최후의 보루처럼 유지한 상황에 '50년 주담대'가 대출을 늘릴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주도 아래 금융권이 지난 7월 초부터 잇달아 '50년 주담대' 상품을 내놓자마자 인기가 치솟았다. DSR 규제의 '우회도로'가 생기자 차주들이 대거 몰려든 것이다. 은행들이 총액이나 기간 한도를 정한 것도 주담대 수요자들의 대출심리를 자극하는데 한 몫했다.


'50년 주담대'는 지난 1월 한화생명과 수협은행이 출시한 뒤 하반기들어 시중은행들이 가세하면서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렸다.

 

5대 은행의 '50년 주담대' 잔액은 7월 말 기준 8657억원에서 8월 말 기준 2조8867억원으로 한 달 새 2조원 이상 급증했다. 상품 출시 후 취급된 전체 주담대 중 '50년 주담대' 비중이 절반 가까이 차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우리 경제의 뇌관인 가계부채 해소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정부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줄여도 시원찮을 가계부채가 '50년 주담대' 역풍으로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탓이다.


'50년 주담대'는 특례보금자리론과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서울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 오름세에 적지않이 기여한 것이 주지의 사실이다. 상품의 특성상 DSR 규제를 무색케한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금융당국은 결국 '50년 주담대'에 대한 재정비에 착수했다. 말이 재정비이지 실상은 규제 강화다.

 

▲NH농협은행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상품 판매 중단을 예고한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모습.<사진=연합뉴스>

 

◇ 금융당국 규제 움직임에 보험, 은행 잇달아 판매 중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7일 은행장간담회를 열어 “'50년 주담대'의 DSR산정이 적정했는지를 살펴보고 제도 개선이 필요하면 추진하겠다“고 못박았다.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금융업종 특성상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이웨이'를 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줄줄이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한화생명에 이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지난 4일 잠정적으로 '50년 주담대 ' 상품 판매 중지를 선언했다. 지난달 7일 출시 이후 채 한 달을 채우지 못하고 판매가 멈춘 셈이다.


삼성생명 측은 "금융당국에서 은행과 우선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 중이어서 별도 지침이 있을 때까지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며 "향후 지침을 확인한 후 시스템을 개선해 재개하겠다"고 말했다.


은행권도 줄줄이 판매를 중단하거나 보류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이 지난달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를 종료했다. 농협은 내부적으로 2조원 한도 특판상품으로 기획했지만, 추후 상황을 봐가며 재판매를 논의하기로 하고 별도 한도를 설정하지 않았다.


기업은행은 6일부터 주담대 최장 만기를 50년에서 40년으로 단축했다. '50년 주담대' 상품 출시 불과 한 달여 만에 사실상 판매 중지를 단행한 것이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카뱅은 당국과 은행권 협의 전인 지난달 25일부터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가입 가능 연령을 만 34세 이하로 제한했다. 자체적으로 자격조건을 강화해 '50년 주담대'를 콘트롤하겠다는 얘기다.

 

▲'50년 주담대'의 인기 속에 특례보금자리론의 인기는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특히 특례보금자리론 금리는 반년 만에 인상을 앞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만기 40년, 다주택자 배제....곧 나올 가이드라인 주목

아직 판매중단 방침을 밝히지 않은 나머지 은행들도 정부의 노골적인 압박 속에서 조만간 '50년 주담대'에 대한 판매 중단과 보류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50년 주담대' 상품 준비해온 일부 지방은행들도 출시를 보류했다.


이처럼 금융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50년 주담대' 상품 판매 중단사태는 금융당국이 조만간 내놓을 가이드라인(지침)에 따라 생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를 아예 없에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주도로 만든 상품을 1년도 안돼 용도 폐기하는 것은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다만 훨씬 강화된 지침을 요구할 것은 확실해 보인다.


업계에선 일단 만기를 최장 50년을 유지하되, DSR규제 계산 시 사용되는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라는 지침이 나올 것이 유력해 보인다는 입장이다. 사실상의 '40년 주담대'로 전환한다는 얘기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나 집단대출 등은 가계부채 확대 위험이 높다고 보고,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자격조건을 무주택자로 한정하고, 대상 연령을 청년층으로 제한하는 등 자격조건 강화해야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자칫 형평성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채택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50년 주담대'의 핵심 조건을 크게 흔든다면 근본적으로 상품가치를 떨어트려 본래 상품기획 취지가 사라질 것"이라며 "결과는 두고 봐야겠지만, '50년 주담대'의 생사 여부에 따라 부동산매매와 분양시장에 까지 적지않은 역풍이 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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