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美금리동결, '매파적 건너뛰기'...한차례 더 베이비스텝?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9-21 14:01:51
미 연준, 기준금리 5.25∼5.50% 유지…파월, 연내 추가인상 시사
점도표 "0.25%p 추가 인상" 우세...물가 2% 달성까지 긴축 유지
내년에도 고작 0.5% 인하 예고...秋, "美긴축장기화, 예의 주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추가 금리인상을 시사,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금리동결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시장의 대체적인 예상대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일(현지시간) 이틀간에 걸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준 금리를 현 5.25∼5.50% 범위에서 유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 6월에 이어 올들어 두번째다. 연준은 올해 총 6회 열린 FOMC정례회의에서 4번은 베이비스텝(금리0.25% 인상)을 단행했고, 두번은 동결했다.


연준은 금리동결에도 불구, 당분간 긴축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했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본 것이다. 올해안으로 한 차례 더 금리 인상을 예고한 셈이다.


"이제 긴축은 끝났다", "더 이상의 긴축은 없다"는 일각의 낙관론에 대못을 박은 셈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을 '매파적 건너뛰기'라 평가한다. 한 번 쉬어갈 뿐, 연준의 긴축 선호 경향은 언제든 필요하면 즉각 발현될 것이란 얘기다.

◇ 당분간 긴축 유지...최종금리 상단 5.75%로 높아져

연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경제지표의 견고한 흐름과 무관치 않다. 연준은 "최근 지표상 경제활동이 견고한 속도로 확장돼 왔다"며 "일자리 창출이 최근 몇 달간 둔화했지만 여전히 견조하며 실업률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당초 시장에선 이같은 미 주요 경제지표의 긍정적 흐름을 이유로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했다. 19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예측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의 동결 가능성은 무려 99.0%였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20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마친 뒤 워싱턴DC 연방준비은행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연준은 다만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물가상승률이 연준 목표치로 되돌리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연준의 긴축유지 명분인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2.0%임을 다시한번 각인시킨 것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FOMC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언제든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며 예전의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이는 곧 인플레이션이 완화돼 정책목표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두고 시장에선 연준이 연내에 한차례 더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임을 사실상 예고한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연준도 “FOMC내부에서 연내 한 차례 더 금리를 올리자는 의견이 다수였다”고 밝혔다. 이날 연준이 발표한 향후 금리 전망치인 점도표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점도표상 올해말 최종금리 중간 값은 5.6%(5.5~5.75%)로 나타났다. 최종금리가 현재보다 0.25%포인트 높아진다는 의미다. 연준측은 점도표에서 위원회 위원 18명 중 과반이 훨씬 넘는 11명이 올해 기준금리 수준을 5.50~5.75%로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올해 두 차례 남은 FOMC 정례회의에서 한번 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연준 FOMC회의는 11월과 12월 두 번 남아있다. 

 

시장에선 최근 국제유가의 급등세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 연준이 11월에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한다.

 

▲미 연준이 예상보다 매파적 견해를 내놓자 국내 증시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사진=연합뉴스제공>

 

◇ 美 국채금리 급등, 증시 하락...韓 환율 오르고 증시 약세

미국의 최종 금리 상단이 5.75%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FOMC회의 후 또 한가지 주목을 받은 것은 내년 기준금리의 예상치다.

 

FOMC 회의에서 공개된 내년 정책금리(기준금리) 예상치 중간값은 5.1%로 지난 6월(4.6%)보다 0.50p 높아졌다. 내년 금리인하 예상 횟 수도 종전 4번에서 2번으로 줄었다.


오랜 긴축을 끝내고 내년부터 연준의 긴축 완화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금리 인하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더 늦어질 수 있고 하락 폭도 크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시장의 예상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는 동시에 연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 미증시가 일제히 급락한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 반영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의 긴축이 보다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 속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결과다.


이날 미국 증시에선 나스닥의 낙폭이 유달리 컸다. 나스닥은 긴축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더 받는 기술주가 몰려있는 탓에 전일대비 1.5% 급락했다.


애플(-2%), 테슬라(-1.47%), 니콜라(-10%) 등 대형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 엔비디아도 2.94% 하락했다. 반도체주의 약세 속에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74% 하락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도 0.94% 떨어졌다.


미국 국채금리는 기록적 수준으로 올랐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0.07%포인트 상승하면서 5.18%까지 올랐다. 2006년 7월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라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시장에서는 국채금리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계속 상승할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국내 금융시장도 연준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이 불거지며 동요하고 있다. 우선 환율이 상승세를 타며 1340선을 돌파했다. 외환시장에서 오후 1시 현재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3원 오른 1,340.20원에 거래중이이다. 달러인덱스가 105.69, 3월 연고점 수준에 가까워지며 강달러 현상이 재현, 올해 최고점(1343원)을 깰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1일 오후 1시 3분 현재 코스피는 주요 대형주들이 줄줄이 하락하며 전일대비 1.57% 하락했다. 기술주 중심인 코스닥은 충격이 더 크다. 장초반부터 낙폭을 키우며 전일대비 2.44% 급락한 상태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정부 "각별한 경계심"...경제회복 부담 가중 전망

통화당국은 미 연준이 연내 추가금리 인상을 예고한데다,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지자 경계심을 강화하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한은 일단 연준의 이번 금리동결로 한-미 기준금리 차이가 2.0%로 유지함에 따라 금리인상 압박을 덜게됐다. 이에 따라 한은은 다음달 12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를 다시한번 동결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문제는 미국이 11월 FOMC회의에서 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은이 10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동결하고 연준이 11월 FOMC에서 베이비스텝을 밟는다면, 한미 금리차가 2.25%p로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자칫 전례 없는 수준의 환율 급등과 이론 인한 외국자본의 유출 압력이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이는 또 국내 인플레 그렇다고 한은 입장에선 불안한 경기·금융 상황을 고려, 쉽게 금리를 따라 올리기도 어려운 처지다.


한은은 이에따라 21일 오전 8시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연준의 이번 FOMC정례회의 결과를 토대로 국제 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파장을 집중 점검했다.


유 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이번 FOMC회의에서 미국의 정책금리가 동결됐지만, 올해 중 추가 인상 가능성을 계속 열어두고 내년 말 정책금리 전망치도 상향 조정하는 등 긴축 기조를 상당 기간 지속할 것임을 시사했다"며 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1일 오전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며 "정부와 한은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빈틈없는 공조하에 긴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연준의 정책금리를 동결한 것과 관련, 현재 고금리 상황이 상당 기간 지속할 수 있고 시장 불안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며 시장 상황에 적시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긴축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우리 거시경제 전반에 불확싱성이 더욱 커졌다"면서 "당장엔 '상저하고'의 기대감이 더 멀어지고 중장적으로는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 현상으로 인해 경제 회복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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