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부동산 PF 위기에 워크아웃 신청

체크Focus / 김남규 / 2023-12-28 13:58:45
▲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에 태영건설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28일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했다.

태영건설은 이날 오전 ‘채권은행 등의 관리절차 개시 신청’ 공시를 통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신속한 경영정상화를 위해 ‘금융채권자협의회에 의한 공동관리절차(워크아웃)’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은 “다각도의 자구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으로부터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상 부실징후기업으로 선정됐다고 통보받았다”며 “이에 따라 워크아웃, 즉 기촉법 따른 금융채권자협의회의 공동관리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하루빨리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 워크아웃 절차를 성실히 이행해나갈 것”이라며 “더 건실한 기업으로 탈바꿈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태영건설로 거듭나겠다”고 덧붙였다.

◆시공순위 16위 태영건설… 성수동 개발 480억원 채무 못막아

금융권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애초 이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워크아웃 신청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 언론 보도를 통해 워크아웃설이 확산하면서 사태를 신속히 수습하기 위해 오전으로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 건설사다. 이날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그동안 부동산PF 시장의 부실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이 부동산 PF 부실에 따른 건설업체들의 연쇄 위기를 알리는 시작점이 될 것이란 우려도 표하고 있다.

태영건설이 이날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은 이날 만기가 도래한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를 막지 못해서다. 금융권이 추산한 태영건설의 순수 부동산 PF 잔액은 3조2000억원으로 이달까지 만기인 PF 보증채무는 395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태영건설의 3분기 말 기준 순차입금은 1조9300억원이고 부채비율은 478.7%다. 이는 시공 능력 평가 35위 내 주요 대형·중견 건설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부채 비율이기도 하다.

태영건설의 주요 채권은행은 산업은행, 국민은행 등으로 워크아웃에 들어가게 되면 채권단의 관리 하에서 대출 만기 조정, 신규 자금 지원 등을 받게 된다. 채권단의 관리 하에서 경영활동을 유지하며 경영 정상화를 시도하는 구조로 기업회생(법정관리)보다는 상대적으로 정상화 가능성이 높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부동산 PF 부실에 대한 업계의 위기감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부송산 PF 부실 우려 규모가 22조8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더 나아가 건설업계의 부동산PF 위기는 금융권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9월 말 기준으로 부동산 PF 규모는 134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돼 정부까지 나서서 PF 부실을 진화하는데 총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앞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 이른바 ‘F(Finance)4’ 멤버들은 지난 26일 만나 부동산PF 부실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 바 있다.

 

▲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네 번째)이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과 관련한 대응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워크아웃 개시여부 내년 1월 11일 결정… 산은, 채권자협의회 소집

관련업계에서는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의 운명이 걸린 채권은행들의 향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내년 1월 11일 채권자협의회를 소집해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고 태영건설 측에 통보했다.

채권자협의회에서는 태영건설이 제시할 자구책에 대해 논의할 계획인데, 관련업계에서는 태영건설이 대주주 사재출연이나 구조조정 등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자구책을 내놓지에 주목하고 있다.

산업은행 측은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사유, 정상화를 위한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의 자구계획을 검토해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소집 통지했다”며 “산업은행은 이에 따라 내년 1월 11일 회의에서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결의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내년 11일로 예정된 제1차 협의회에서는 워크아웃의 개시 여부, 채권행사의 유예 및 기간, 기업개선계획 수립을 위한 실사 진행, PF사업장 관리 기준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예정이다. 워크아웃 결정 여부는 자력으로 채무 상환이 불가능한 기업의 채권단 75% 이상이 동의하면 개시된다.

산은은 1차 협의회에 앞서 태영건설의 경영 상황, 자구 계획, 협의회의 안건 등을 설명하고 논의하기 위해 채권자 설명회를 내년 1월 3일 개최할 예정이다. 일단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을 1개월(자산부채 실사 필요 시 3개월)을 부여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주채권은행은 기업개선계획을 작성하게 되는데, 채권단은 채권행사 유예기간 이내 자구책을 의결하고, 의결 이후에는 1개월 이내에 기업개선계획을 약정해야 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대주주의 사재 출연 규모나 SBS 지분 담보 제출 여부 등이 자구책의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은 이날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 개발 사업과 관련한 480억원 규모의 PF 채무의 만기를 앞두고 있었다. 대주단은 태영건설에 최소한의 자구노력을 보여준다면 만기를 연장해주겠다고 했으나, 태영건설은 협상에 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경제 / 김남규 기자 ngki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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