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중소협력사 쥐어짰다”…한온시스템, 하도급 ‘갑질’ 들통 과징금 14억

산업 / 최성호 / 2026-03-02 13:57:33
계약서도 없이 금형 맡기고 대금·이자 미지급…공정위 “제조업 근간 흔드는 불공정 관행”
▲한국앤컴퍼니그룹 산하 한온시스템 로고/사진=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자동차 공조 부품을 생산하는 한온시스템이 중소 협력업체들을 상대로 계약서조차 없이 하도급을 맡기고 대금 지급을 늦추는 등 불공정 거래를 벌여온 사실이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같은 행위를 하도급법 위반으로 판단해 시정명령과 함께 14억원대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일 자동차 공조 시스템 제조업체인 한온시스템이 수급사업자들과의 거래 과정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실을 확인하고 과징금 14억7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한온시스템은 2020년 5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약 3년 동안 9개 협력업체에 자동차 공조시스템 금형 제작을 맡기면서 하도급 계약의 핵심 사항을 담은 서면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하도급법은 수급업체가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 위탁 내용과 하도급 대금, 지급 방식 등을 명확히 기재한 계약서를 반드시 교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한온시스템은 이러한 기본 절차조차 지키지 않은 채 사실상 구두 계약 형태로 일을 맡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계약서 미발급에 그치지 않았다. 한온시스템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받은 금형에 대해 수령증을 발급하지 않았고, 제품 검사 결과 역시 법에서 정한 10일 이내 통지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 협력업체 입장에서는 납품 사실조차 명확히 증명하기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대금 지급 과정에서도 불공정 행위가 확인됐다. 회사는 하도급 대금을 어음대체결제 방식으로 지급하면서 발생하는 수수료 약 9천500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대금을 늦게 지급하면서 발생한 지연이자 약 13억9천만원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온시스템은 한국앤컴퍼니그룹(옛 한국타이어그룹) 계열사로 현대자동차와 현대모비스, 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에 자동차 에어컨과 히터, 엔진 냉각 시스템 등을 공급하는 대형 부품 기업이다. 회사의 2025년 기준 연결 매출은 약 10조8천억원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업계에서는 매출 10조원 규모의 대기업이 협력업체들과 기본적인 계약 절차조차 지키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자동차 산업에서 금형 제작은 품질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분야인데, 이 과정에서 구두 계약과 대금 지연 지급이 반복됐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기업 중심의 불공정 하도급 구조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이 되는 금형 분야에서 구두 계약이나 대금 지연 지급 같은 불공정 관행이 여전히 존재한다”며 “앞으로도 하도급 거래에서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자동차 부품 업계를 비롯한 제조업 전반의 하도급 거래 관행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협력업체의 기술과 노동 위에 세워진 제조업 생태계에서 최소한의 계약 질서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산업 경쟁력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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