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심상찮은' 경상수지, 1월에 42년만의 최대폭 적자

체크Focus / 양지욱 기자 / 2023-03-10 13:54:06
80년 통계집계 후 최대 45억불 적자...경상수지 적자 고착화 우려
상품·서비스수지 동반 적자확대 탓...반도체 수출부진에 직격탄
본원수지가 적자폭 줄여는데 한몫...한은측 "올해 흑자 낙관" 예상
▲반도체 수출부진이 우리나라의 상품수지, 나아가 1월 경상수지가 1980년 통계작성 이래 최대 적자를 보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컨테이너가 가득한 부산항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경상수지의 부진이 심상치가 않다. 1월 경상수지 적자만 45억2천만달러에 달한다. 1980년 통계집계를 시작한지 42년만에 최대 적자폭이다.


올해 재정적자가 5년 째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는 '쌍둥이 적자'에 대한 우려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던 경상수지는 이미 지난해 빨간불이 켜진 상태였다. 경상수지가 300억달러에도 못미치며 11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다.


경상수지는 대외 건전성의 핵심 지표다. 경상수지가 부실하면 대외신인도가 떨어지고, 결국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등 경제 전반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은행은 "경상수지 상황이 점차 개선돼 올해 연간으론 흑자를 낼 것"이라며 낙관적 입장이다. 하지만,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의 핵심인 수출이 좀처럼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아 불안감은 날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만년적자' 서비스 이어 상품수지 4개월 연속적자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2023년 1월 국제수지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 1월 경상수지는 총 45억2천만달러, 한화로 약 5조9664억원의 적자를 냈다. 작년 12월 소폭이나마 흑자로 돌아섰다가 두 달만에 다시 적자전환한 것이다.


경상수지는 작년 8월 29억1천만달러의 적자를 내며 '쌍둥이 적자' 우려감이 현실화됐다. 9, 10월엔 소폭 흑자를 내며 반등했다. 이후 11월 다시 적자로 반전했다가 12월 다시 흑자로 돌아섰다.


온탕과 냉탕을 오가던 경상수지가 1월들어 1980년 1월 통계작성을 시작한 이래 사상 최대폭의 적자를 내며 경제위기감을 증폭시킨 데는 상품수지 적자가 가장 큰 요인이다.


1월 상품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무려 90억달러 쪼그라들며 74억6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역대 최대폭이다. 지난해 10월 9억5천만달러 적자전환한 뒤 11월(-10억달러)과 12월(-4억8천만달러)에 이어 4개월 연속 적자다.


상품수지가 4개월 연속 적자를 낸 것은 IMF 외환위기 조짐이 있던 1996년 1월부터 1997년 4월까지 연속 적자를 기록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 무역의 현실이 IMF를 소환할만큼 좋지 않다는 방증이다.


상품수지 악화는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주력수출품목인 반도체 부진이 직격탄을 날렸다. 수출의 20%를 넘나들던 반도체는 1월 수출이 전년대비 50% 가까이 급감했다.


고질병과 같은 서비스 수지 적자도 지속됐다. 지난 1월 서비스 수지는 32억7천만달러 적자로 전년 동월 대비 적자폭이 24억4천만달러 가량 확대됐다.


운송수지 흑자폭이 축소된 가운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꽉 막혔던 해외여행이 크게 늘어나며 여행수지 적자 규모가 확대, 전체 서비스수지 악화에 일조했다. 

 

여행수지는 작년 1월 5억5천만달러에서 14억9천만달러로 늘어났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2∼4월 3개월간 반짝 흑자를 나타냈다가 5월부터 내리 9개월째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나마 위안거리는 본원소득수지다. 해외투자에 대한 배당수입 증가 등으로 1월 본원소득수지는 63억8천만달러 흑자를 냈다. 작년 같은 기간(18억7천만달러) 대비 흑자폭이 대폭 커졌다. 본원소득수지가 전체 경상수지 적자폭을 줄이는데 일조한 셈이다.

반도체 부진 여파 2월 경상수지도 적자 예약

본원소득수지가 호전된 것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현지법인에 대규모 배당이 있었고, 1월부터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을 국내 송금할 때 법인세 혜택을 주는 익금불산입제도 도입 효과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1월 상품수지 적자가 크게 발생한 것은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와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 부진이 동시에 나타난 때문"이라며 "해외 출국자 수 증가 영향으로 서비스수지 적자도 확대돼 전체 경상수지 적자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부장은 "1990년대 이후 우리나라가 연간기준 7번 정도 적자가 난 적이 있다. 그때는 명목 국민총소득(GNI) 대비 경상수지 적자 비율이 -1.9%였다"면서 "1월 큰폭의 적자를 냈지만 연간 전체로 보면 흑자를 전망한다"고 일각의 우려를 불식했다.


한은의 낙관적인 경상수지 전망에도 불구, 당분간 경상수지는 부진한 행보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서비스수지의 의미있는 반등을 기대하는 게 요원한 마당에 수출이 좀처럼 반등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2월 경상수지도 흑자전환은 커녕 적자폭이 과연 얼마일지가 관심거리일 정도로 부진한 성적표가 확실시된다. 그도 그럴 것이 2월에 수출과 무역수지가 역대급 부진을 보인 것이 이미 드러났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2월 수출은 501억달러(66조3825억원)로 전년 동월(541억6천만달러)보다 7.5% 줄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째 내리막세다.


좁게는 상품수지, 넓게는 경상수지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가 최악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월 반도체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거의 반토막 나며 59억6천만달러에 그쳤다.


경상수지에서 상품수지가 차지하는 비중, 상품수지에서 반도체의 영향력, 그리교 서비스수지의 만년 적자 등의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하면 2월 경상수지 역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을 가능성이 크다.

대외신인도 고려 경상수지 개선 위한 총력 대응 필요

역설적으로 반도체 중심의 현실적인 수출 구조를 감안하면, 반도체 '혹한기'가 풀리지 않는 한 상품수지의 개선, 나아가 경상수지의 흑자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


한가지 주목할만한 점은 반도체를 제외하면 나머지 수출주력품목이 상황이 나아졌고, 수입증가세가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대외여건에 따라 월별로 경상수지가 흑자와 적자를 오가는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설령 상품수지가 부진하더라도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상당 부분 이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은 측은 "대외여건이 워낙 불확실해 월별 경상수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면서 "상반기에 경상수지가 44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부장은 "경제가 어느 정도 성숙단계에 들어가면 상품수지가 줄어들고 본원소득수지가 늘어난다. 일본이 상품수지 적자에도 본원소득수지 흑자로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는 대표적 나라"라며 "우리나라도 본원소득수지 흑자의 긍정적 효과가 상품수지 영향을 상당 부분 완충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경상수지 적자는 외환 및 금융시장이나 국가신인도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흑자전환을 위한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가 적자를 나타내면 소득 수준이 낮아지고 실업률과 외채가 늘어나 결국 국가신인도가 떨어지고 자본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면서 "대외건전성의 핵심 척도인 경상수지의 개선을 위해 범부처 차원의 총력대응체제를 시급히 마련해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토요경제 / 양지욱 기자 yjw@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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