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한전-탄녹위, "전기요금 인상" 한목소리...고민 깊어지는 정부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04-21 13:33:39
한전 "뼈를 깎는 구조조정" 읍소하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 강조
탄녹위, 탄소중립 묙표달성 위해 더이상 미룰 사안 아냐" 입장문
정부, 한전 상황과 국민여론 사이서 고민...내달 인상결정 가능성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오른쪽)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기·가스 요금 민·당·정 간담회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정부가 한국전력의 재무구조 개선과 국민저항으로 인해 전기요금 딜레마에 빠진 가운데 적집 이해 당사자인 한전과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21일 이구동성으로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한전은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를 대폭 절감할테니, 전기요금을 인상하게 해달라"고 읍소했고 탄녹위는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란 명분을 내세워 같은 목소리를 냈다.


정부와 여당의 입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전기요금이 원가에 크게 못미처 한전의 손실이 가중되고 있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정부는 다만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상승 등 경제 여건에 부담을 줄 수 있는 데다가 '난방비폭탄'과 같은 전기료폭탄을 야기, 부정적인 여론이 조성될까 전전긍긍이다.

■ 한전, "인건비 감축 등 전체로 요금인상 절실" 역설


정부는 지난달 마무리했어야할 2분기 전기 요금 인상 결정을 4월로 넘겼다. 2021년 연료비 연동제 시행 이후 분기마다 적용되는 전기 요금은 다음분기 시작 전에 발표하는 게 관례였으나 국민여론을 의식, 발표를 미루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21일 뼈를 깎는 심정으로 인건비 감축, 조직 인력 혁신을 통해 재정건전성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 등을 포함한 전력그룹사 10개가 총체적으로 20조원 이상의 재정건전화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는 점을 다시한번 강조한 것이다.


정부가 올해 2분기 전기요금 인상 결정을 계속 늦추면서 불어나는 적자를 떠안게 된 한전은 임직원의 올해 임금 인상분의 반납까지 검토중이다. 이처럼 한전이 자구노력을 거듭 강조하는 이유는 전기요금 조정에 앞서 국민여론을 달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읽힌다.


한전이 에너지 취약계층 지원 및 국민 편익 제고 방안이 포함된 추가 대책을 조속한 시일 내 발표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한전 측은 "현재 전력 판매가격이 전력 구입가격에 현저히 미달, 요금 조정이 지연될 경우 전력의 안정적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한전채 발행 증가로 인한 금융시장 왜곡, 에너지산업 생태계 불안 등 국가 경제전반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마디로 전기 요금의 적기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니 국민들의 깊은 이해를 당부한다는 취지다.

■ 탄녹위 위원들 대다수 전기요금 인상에 찬성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민간위원들도 21일 입장문을 통해 전기요금 인상을 촉구했다.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차질 없는 달성과 에너지시장 왜곡 시정을 위해 한전의 강력한 자구노력을 전제로 전기요금 인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탄녹위측은 민간위원 응답자 28명 중 23명이 요금인상에 동의했다고 덧붙였다.


탄녹위들은 "시장원리에 기반한 합리적 에너지 요금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온실가스 감축 실효성을 높일 수 있어 전기요금 현실화는 더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상협 탄녹위 위원장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온실가스 감축과 기술혁신을 위해선 에너지 가격 합리화가 급선무"라면서 "이는 화석연료 수입액 급증에 따른 무역적자 개선에도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아가 에너지 가격 결정 체계 독립 방안이 강구돼야한다고 역설했다.


탄녹위는 앞서 이달 초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마련했다. 이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이며 윤석열 정부 탄소중립 정책의 근간이다.


다만 기본계획상 산업 부문의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률'이 11.4%로 문재인 정부 때 설정된 14.5%보다 3.1%포인트 낮아져 논란이 일고 있다.

■ 여론은 부정적...결정 타이밍 보고 있는 정부

여론은 여전히 전기요금 추가 인상에 대해 부정적이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전기, 가스, 수도 등 에너지요금의 대대적인 인상 부담이 잔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인상률이 둔화하고 있다고하나, 외식물가 등 여전히 서민들의 체감물가는 높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 전기요금이 또다시인상한다는게 결코 달가울 리 없다.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시장논리에 맡긴다'는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와 온전히 한전만 생각하면 당장이라도 추가인상하는게 마땅하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여론이 신경 쓰인다. 게다가 집권 1년도 채 안된 상황에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추락,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가 없다.


문제는 한전이다. 지난해 한전의 1kWh당 전기 구입 단가는 155.5원로 판매 단가 120.51원보다 30원 이상 높았다. 이에 따라 한전은 작년 1년간 전기 판매 과정에서 22조8천여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 1분기에 1kWh당 13.1원 올랐지만 여전히 수지를 맞추지 못해 2월까지 누적적자만 1조4천여억원이다.


결국 정부는 조만간 전기요금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 대통령의 방미 일정 등으로 최종 결정이 이달을 넘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이번 방미엔 경제수석, 산업부장관, 한전 사장 등 핵심 고위관계자가 모두 동행길에 올랐다. 

 

업계에선 정부가 다음달초엔 적절한 타이밍을 봐가며 결국 전기요금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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