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만에 상승세 꺾인 물가...장비구니 물가는 '고공행진'

체크Focus / 장연정 기자 / 2023-12-05 13:25:34
통계청, 11월 물가 3.3%↑… 석유류 급락 덕 3%대 초반 복귀
농산물가격 급등, 신선식품지수 12% 상승… 체감물가 '냉랭'
3%대로 낮아진 근원물가 주목… 정부 "연말 물가안정 총력"
▲석유류가격이 크게 하락한 덕분에 11월 물가가 넉달만에 상승세가 꺾였다. 휘발유가격은 8주연속 하락세다. 3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앞에 휘발유 가격이 게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슬금슬금 오름세를 타던 물가가 넉달 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지난 10월 3%대 후반에 진입하며 불안감을 높였던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엔 상승률이 둔화되며 3%대 초반으로 회귀했다.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석유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낮아진 덕분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강도가 좀 약해졌다고 해도 4개월 연속 3%대의 고물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특히 전반적인 물가 상승률 둔화 속에서 농축산물, 가공식품 등 소위 '장바구니 물가가 지난달에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내며 고공비행을 계속했다.


장바구니 물가상승률이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 4분기 연속 이어지며 고물가, 고금리에 시달리는 서민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 석유류 5.1% 급락… 물가상승률 0.25%p 하락 효과


소비자물가가 4개월 연속 3%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3%대 후반까지 상승했던 물가오름세가 지난달엔 4개월 만에 둔화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여름 이상기후의 영향으로 치솟은 농수산물 가격은 지난달에도 불안한 흐름을 이어갔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신선식품지수는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74(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3% 올랐다.


7월(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6~7월 2%대로 떨어졌던 물가 상승률이 8월(3.4%)에 3%대에 재진입한 이후 9월(3.7%), 10월(3.8%)에 이어 4개월 연속 3%대에 머물렀다. 전월 대비로는 0.6% 낮아졌다. 작년 11월(-0.1%) 이후 1년 만에 하락 반전이다.

 

▲가공식품 물가가 고공비행을 계속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과자류를 살피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월 물가상승세가 꺾인 것은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 덕분이다. 지난달 석유류 물가는 예상과 달리 국제유가가 하향안정세를 보이면서 1년 전보다 5.1% 내렸다.


휘발유가 소폭(2.4%) 올랐지만, 경유와 등유가 각각 13.1%, 10.4%로 두 자릿수대의 하락률을 나타내며 전체 석유류 물가를 끌어내렸다. 이에 따라 석유류는 전체 소비자물가를 0.25%포인트(p) 떨어뜨리는 효과를 냈다.


석유류와 달리 농산물과 공공요금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특히 농산물은 정부가 대대적으로 비축물량을 풀며 가격안정에 나섰음에도 전년 동기 대비 13.6% 올랐다.

◇ 농축산물 7.4% 상승… 신선식품지수 12.7% 치솟아


이는 2021년 5월(14.9%) 이후 2년 6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11월 물가상승에 미친 파급효과가 무려 0.57%p에 달한다. 석유류의 물가 하방 기여도에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정부의 공급 확대로 1.3% 하락한 축산물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축산물을 포함한 농축산물물가 상승률은 7.4%다. 한훈 농식품부 차관은 "생산이 감소한 사과 가격이 높아 대체 품목인 토마토, 감귤 등 가격이 강세이고, 최근 기온 하강과 일조량 부족 등으로 일부 시설 채소 가격이 일시적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 요금도 지난해보다 9.6% 상승했다. 한전 등 에너지 공기업들의 부실해소를 위해 가격인상을 단행한 여파다. 전기료가 14.0%로 가장 많이 올랐다. 도시가스(5.6%), 상수도료(4.6%) 등도 비교적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11월 물가가 3.3% 오르며 상승률이 둔화된 가운데, 사과를 필두로 농산물 가격이 고공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의 과일 코너.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4.0%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물가보다 0.7%p 높은 것이다. 

 

특히 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 상승률은 전체 물가보다 4배 가량 높은 12.7%에 달했다. 

 

이 가운데 신선과실지수는 사과값(55.6%) 폭등 여파로 24.6% 뛰었다. 전월(26.2%)에 이어 20%대의 고공비행을 이어갔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전체 물가와 같은 3.3% 올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이 보다 0.3%p 낮은 3.0%다.


김보경 통계청 심의관은 "11월 소비자물가는 총지수 외에도 두 가지 근원물가 측면에서 10월보다 하락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조적 측면에선 물가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 근원물가 둔화 흐름… 정부, 농산물 공급 확대에 만전


기획재정부측은 "추세적 물가를 보여주는 OECD 기준 근원물가가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하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10월 4.0%), 유럽연합(4.8%), 영국(5.8%) 등 주요국의 근원물가와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란 점을 특별히 강조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근원물가 안정세, 국제유가 흐름 등을 고려하면 추가적인 외부 충격이 없는 한 12월 물가도 안정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5일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었다. 사진은 지난달 말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경제전망 설명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는 김웅 부총재보. <사진=한국은행>

 

그는 다만 "겨울철 기상여건, 유가 변동성 등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만큼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계속 운영해 나가면서 물가·민생 안정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속적인 물가안정 차원에서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과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 행사를 예비비를 활용해 연말까지 연장 시행할 계획이다. 작황부진이 심한 일부 품목은 할당관세를 지원하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가격안정을 유도하기 위해 연말까지 사과 1만5000톤, 배 1만톤 등 계약재배 물량을 시장에 풀고 가공용으로 활용하던 사과 비정형과(못난이 과일)와 소형과 출하를 지원키로 했다.


그러나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으로 닭고기와 계란가격 급등의 변수로 떠오르는 등 농축산물과 가공식품가격이 유의미한 하락이 없이는 3%대의 고물가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이날 김웅 부총재보 주재로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어 "향후 물가상승률이 둔화 흐름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물가 전망 경로에 국제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 흐름, 누적된 비용 압력의 영향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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