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달러 돌파가 걱정된다더니...국제유가 급락, 60달러대 코앞

체크Focus / 이중배 기자 / 2023-11-17 13:14:10
수요감소 기대 WTI 72.9달러, 4.9%↓...美재고 360만배럴 증가
브렌트유도 4.6%↓,4개월만 최저치...산유국 "과도한 수요우려"
약세심리 우세, 약보합세 예상....中수요급증 유가의 최대 변수
▲미국의 수요감소 기대감으로 16일(현지시간) 국제유가 5% 가까이 폭락했다. 사진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원유 시추 시설. <사진=연합뉴스제공>

 

국제유가가 16일(현지시간) 5% 가까이 급락하며 배럴당 70달러대 초반까지 내려앉았다. 주요 산유국의 감산 연장으로 90달러 중반까지 치솟으며 100달러 돌파 걱정에 휩싸였던 지난 9월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가격은 전장 대비 4.9%(3.76달러) 하락한 배럴당 72.9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가격도 전장 대비 3.58달러(4.41%) 내린 배럴당 77.60달러 수준에서 움직이다 결국 77.42달러로 마감했다.


국제유가가 재상승 랠리를 시작하기 전인 7월 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하루 변동 폭으로도 지난 10월4일 이후 최대 낙폭이다.


지난 9월 보고서를 통해 세계의 화약고 중동전쟁 여파로 최고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던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의 경고와 달리, 이젠 60달러대 추락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 美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위축과 재고감소가 주요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촉발된 공급차질 우려로 국제유가가 단기에 배럴당 100달러 돌파가 시간문제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원유 수급 전망에서 비롯된 결과로 읽힌다.


우선 원유 소비 비중이 높은 주요국의 경기 둔화로 생산과 소비가 위축돼 결국 원유 소비가 예상보다 많이 꺾일 수 있다는 부정적 수요 전망이 유가 하락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분석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발표된 10월 미국 제조업 생산 지표는 전월 대비 0.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 둔화 및 원유 수요 감소 우려를 높였다.


프라이스퓨처스그룹의 필 플린 연구원은 "제조업 생산 둔화에 원유 공급 증가가 더해져 원유 수요 둔화 기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약세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면서 유가가 지지선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재고 증가도 국제유가 급락에 기름을 부었다. 이날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주간 보고서에서 상업용 원유 재고가 한 주 전보다 360만배럴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원유재고량이 크게 늘어나 국제유가가 70달러대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은 미 오클라호마 쿠싱의 원유비축기지. <사진=연합뉴스제공>

 

막대한 양의 원유룰 비축하며 국제유가의 완충제 역활을 하고 있는 미국의 재고량은 글로벌 원유수급 상황을 진단하는 바로미터다. 즉, 재고의 증가는 수요감소를 의미하며, 이는 결국 가격하락으로 이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의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와 미국의 재고감소가 맞물리며 90달러대를 뚫고 치솟된 때와 정반대의 상황이 된 셈이다.


산유국들은 즉각 "원유 수요 감소 우려가 지나치다"는 견해를 보였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 13일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 석유 수요 전망치를 하루 240만 배럴에서 250만 배럴로 상향 조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전망치도 이와 비슷하다. IAEA는 지난 14일 월간 보고서에서 "중국의 석유 수요가 9월 하루 1710만 배럴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올해 전 세계 석유 수요가 하루 1억200만 배럴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 韓경제 인플레 부담 덜어...中경기회복 여부가 변수

그러나, 이같은 산유국들의 기대와 달리 국제유가는 당분간 약보합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 중국의 소비위축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세계 1, 2위의 석유 소비국이다. 특히 최대 소비국인 중국은 국제유가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대 변수다. 이런 점에서 중국의 더딘 경기회복이 향후 국제유가의 약세를 예상하는 주된 이유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모닝컨설트가 조사하는 중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지난달 17일 기준으로 149.5로 나타났는데, 이는 지난 2월 이후 처음으로 150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제가 반등 기미를 보이다가 소비 부족으로 인해 회복세가 탄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이 3개월 만에 1600원대로 내려왔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유럽과 일본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도 원유 수요 감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일본은 3분기에 국내총생산(GDP) -0.5% 감소한데 이어 무역수지까지 적자로 돌아섰다.


블룸버그는 "저조한 임금과 물가상승으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수출까지 둔화되면서 일본 경제에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경기 상황도 일본과 별반 다르지않다.


변수는 여전히 세계 양대 석유소비국인 미국과 중국 경기 호전으로 인한 수요 재상승 가능성이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이 내년 이후까지 연장된다고 가정하면, 공급의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 수요가 살아난다면 국제유가는 언제든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반적으로 국제유가의 하향안정에 대한 찬반 양론이 엇갈리고 있지만, 국제유가가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인다면 대부분의 원유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는 큰 부담을 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다시 고개를 든 물가의 안정에 적지않은 효과가 예상된다. 휘발유, 경유, 가스 등 주요 에너지원의 물가상승 기여도 1%포인트를 웃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하향안정은 인플레이션 완화에 직결될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계절적으로 석유 등 에너지소비가 최고조에 달하는 동절기를 맞아 국제유가가 하락한다는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시그널"이라며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로 실적악화가 예상되는 정유업계와 일부 관련업체들을 제외하곤 산업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이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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