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소비 심리'....물가·금리·집값 전망 죄다 비관적

체크Focus / 장연정 기자 / 2023-10-25 13:05:40
한은 '10월소비자동향조사', 기대 인플레 8개월 만에 반등
금리수준전망 한달 새 10p 급등...주택전망지수도 부정적
이-팔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 국채금리 상승 영향
▲시세보다 상승거래보다는 하락거래가 늘어나며 집값 상승세가 주춤해지는 흐름이다. 사진은 서울시대 아파트 밀집지역. <사진=연합뉴스제공>

 

일촉즉발의 중동 위기에 금리가 다시 고개를 들면서 소비자들의 향후 물가, 금리, 집값 등의 전망이 죄다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불안한 국제정세에 소비심리가 몹시 흔들리고 있다는 얘기다.


수출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음에도 소비위축이 계속되는 상황에 소비심리가 비관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은 장기 경기둔화 국면의 추세 전환이 늦어질 것이란 불길한 징조로 해석된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10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 금리수준전망지수, 주택가격전망지수 등 주요 소비자 심리지수가 모두 부정적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하반기부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며 '상저하고'(上低下高)를 정책목표로 제시하고, 소비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대내외적 불확실성 고조로 소비자심리가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물가 더 오른다"…소비심리지수 석달 연속 하락

무엇보다 소비자들의 물가 전망에 해당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이 8개월 만에 반등했다. 

 

10월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10월 기대인플레율은 3.4%로 9월(3.3%)보다 0.1%포인트(p) 올랐다.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은 지난 2월(0.1%p 상승)부터 9월까지 계속 하락해왔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지난 7월 25개말원에 최저수준(2.3%)까지 낮아졌다가 8월 이후 국제유가의 급등으로 3%대로 재진입하는 등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팔레이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충돌로 인한 중동리스크가 기대인플레율을 크게 끌어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진행 중인 두 개의 전쟁은 세계적인 석유 및 가스 생산지이자 유통거점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팔 전쟁이 헤즈볼라와 이란 등으로 확전될 경우 배럴당 15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 상황이다.

 

▲기대인플레이션율 추이. <이미지=연합뉴스제공>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중동 전쟁 등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 오름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며 "10월에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됐고 농산물 등 가격도 크게 올라 물가가 계속 오른다고 보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같다"고 말했다.


기대인플레율 상승은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게 마련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로 물가 우려가 커지고, 내수 부진과 긴축 장기화 우려 등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은 석 달 연속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1로 9월(99.7)보다 1.6p 내렸다. 지난 7월 103.2까지 오른 이후 석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다.

◆금리전망지수 껑충...추가 금리인상 가능성 반영

100보다 높으면 장기평균(2003∼2022년)과 비교해 소비 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9월과 비교해 CCSI를 구성하는 6개 지수 중 소비지출전망을 제외한 5개 지수가 하락했다. 향후경기전망(70)이 4p 내렸으며, 생활형편전망(90)과 현재경기판단(64)도 2p 낮아졌다. 소비지출전망(113)만 1p 올랐다.

 

한은 측은 "소비지출전망마저도 소비 여력이 늘어났다기보다는 물가가 높아짐에 따라 지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응답자들이 많다는 얘기"라며 "수치상으로 본격적으로 소비지출전망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은 금리 전망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한은의 10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6개월 후 금리를 예상하는 금리수준전망지수는 9월 118에서 128로 한 달 사이 무려 10포인트(p)나 상승했다.


지수 자체만 놓고보면 지난 1월(13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2021년 3월(10p)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기도 하다. 소비자들이 최근 한 달 사이에 국내외 금융시장의 흐름에 비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매우 높게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10월 기대 인플레율이 3.4%로 8개월 만에 반등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채소코너. <사진=연합뉴스제공>

 

금리수준전망지수는 6개월 후에 지금보다 금리가 높을 것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하락을 예상한 사람보다 많으면 100을 웃돈다. 이 지수가 갑자기 껑충 뛰었다는 것은 금리 상승 전망의 비중이 급증했다는 의미이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고금리를 장기화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장기 국고채 금리가 5%대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들 대부분이 당분간 금리가 높은 수준에서 오래 유지될 것으로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대출조이기에 나서면서 최근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서는 등 금리인상 조짐이 뚜렷하다. 여기에 한은이 현재 3.50%인 기준금리의 추가인상 가능성까지 내비친 상태다.

◆집값 상승세 꺾이나...주택지수 11개월 만에 하락 반전

이러한 강한 금리 상승 전망은 주택시장에 상당한 미치며 10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전월 대비 2p 내린 108을 기록했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작년 11월 61로 역대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뒤 10개월 연속 올랐다가 11개월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아파트를 필두로 집값은 지난 2분기 말을 기점으로 바닥을 찍고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최근 금리 상승세와 경기침체, 불안한 국제정세 등이 맞물리며 성장세가 한풀 꺾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긴축 장기화 가능성으로 시장금리와 함께 대출·예금 금리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4일 서울 시중 은행에 대출금리 안내문 모습. <사진=연합뉴스제공>

 

부동산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 등을 분석, 25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 가운데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상승한 '상승 거래' 비중이 47.45%로, 전월의 47.65%에 비해 소폭 줄었다.


반면 직전 거래보다 가격이 하락한 '하락 거래' 비중은 39.65%로 전월의 39.46%에 비해 늘어났다. 상승거래가 감소하고 하락거래가 늘어난 것은 집값 추세 전환의 시그널로 간주된다. 

 

매수자들이 시장을 관망하면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그동안 집값이 바닥을 찍고 반등하는 과정에서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됐고, 고금리 여파에 특례보금자리론, 50년 만기 주담대 등 인기 대출 상품의 판매 중단이 복합적으로 작용, 소비자들이 집값 상승 기대감이 낮아진 것으로 보고 있다.


황 팀장은 "전국적으로 주택매매가격이 상승세이지만 최근 주담대 등 시중금리가 오르면서 주택 가격이 오르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 소비자들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 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것도 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조사는 이달 10∼17일, 전국 2500가구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토요경제 / 장연정 기자 toy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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