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은 업법상 근거 없어 공정거래법으로 별도 대응
처분 가능기간 최대 15년…가격재결정명령도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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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복담합 근절을 위한 당정, 발언하는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연합뉴스0 |
정부가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서 업종별 처분 체계가 두 갈래로 나뉘게 됐다. 안전·에너지·환경·운송 등 17개 업종은 5년 안에 두 차례 이상 담합하면 등록취소나 영업정지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최근 설탕·밀가루·전분당 담합이 잇따라 적발된 식품업은 이 체계에서 빠졌다. 관련 업법에 사업자격을 제한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식품 분야에는 공정거래법상 구조적 조치 등 별도 수단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반복 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당정은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을 함께 손질해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핵심은 ‘5년 내 2회’ 기준이다. 당정은 원칙적으로 최근 5년 동안 두 차례 이상 담합한 사업자를 반복 담합 사업자로 보고, 공정위가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실제 행정처분은 해당 업종을 관리하는 소관 부처가 개별법에 따라 내리게 된다.
대상은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등 4개 분야 17개 업종이다. 의약품 제조·수입업과 소방시설업, 전기공사업, 고압가스제조업, 석유정제·판매업, 측량업, 환경전문공사업, 폐기물처리업, 여객·화물운송업 등이 포함된다.
소방시설업과 전기공사업, 설계·감리업, 측량업 등에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를 모두 도입하고, 나머지 대상 업종에는 영업정지 제재를 추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근 반복담합 논란의 중심에 섰던 식품업이다. 올해 공정위는 설탕과 밀가루, 전분당 등 생활과 밀접한 품목에서 장기간 이어진 담합을 잇따라 적발했다. 그러나 식품 분야는 이번 17개 업종의 직접적인 등록취소·영업정지 체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식품 분야가 제외된 배경에 대해 관련 법에 영업정지나 등록취소 요건이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공정거래법을 활용해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구조적 조치 등 별도의 제재수단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같은 반복 담합이라도 업종에 따라 처분 방식은 달라질 수 있다. 17개 업종에서는 공정위 요청을 거쳐 소관 부처가 사업자격 자체를 제한할 수 있지만, 식품업은 현재 발표된 체계만 놓고 보면 같은 방식의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적용하기 어렵다.
식품업에 적용할 구조적 조치의 구체적인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앞서 시장 경쟁을 회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지분매각이나 영업양도 등 구조적 시정조치를 제도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를 식품 담합 사건에 어떤 기준으로 적용할지는 별도 입법과 제도 설계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특정 식품업체에 지분매각이나 사업매각 명령이 적용될 것이라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반복 담합을 제재할 수 있는 시간도 늘어난다. 당정은 조사를 시작하지 않은 사건의 처분시효를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조사 개시 이후 5년을 더한 최대 처분 가능기간은 기존 12년에서 15년으로 늘어난다.
기간으로 보면 3년, 기존 최대 처분 가능기간보다 25% 길어지는 셈이다. 다만 이는 담합 제재 강도가 25% 높아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공정위가 과거 담합행위를 조사하고 처분할 수 있는 시간 범위가 확대된다는 뜻이다.
담합으로 오른 가격을 다시 낮추는 장치도 법에 명문화한다. 당정은 담합 이전의 경쟁 상태를 회복할 수 있도록 가격재결정명령을 독립적인 시정조치 유형으로 공정거래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자진신고자 제도도 조정한다.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한 사업자에 대한 과징금과 고발 감면 제도는 유지하되 가격재결정명령 등 시장 정상화를 위한 시정조치까지 면제하지는 않는 방향이다.
교육 분야 입찰담합 감시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입찰 방식과 투찰률, 낙찰률 등을 분석하는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에 교육청 발주 정보를 의무적으로 연계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로 했다.
당정은 관련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안을 발의해 입법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다만 ‘5년 내 2회’ 기준을 적용할 때 법 시행 이전의 담합 제재 이력까지 포함할지, 반복 담합 사업자에 대한 등록취소와 영업정지를 어떤 기준으로 나눠 적용할지 등 세부 기준은 후속 입법 과정에서 정해져야 한다.
이번 대책의 실효성도 이 지점에서 갈릴 전망이다. 17개 업종에는 사업자격을 직접 제한하는 수단이 생기는 반면 최근 대규모 담합이 적발된 식품업에는 다른 방식의 제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반복 담합이라는 같은 행위에 대해 업종별 제재수단의 차이를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가 이번 입법의 핵심 과제로 남았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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