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의 실적이 심각한 가운데 이재용 부회장이 6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반도체 시장이 침체기를 넘어 혹한기에 접어들어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질 것이란 설이 단순히 헛소문은 아니었다.
반도체 수익이 급격히 쪼그라들면서 삼성의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30% 이상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3분기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반도체 등 부품의 선발주가 일어나는 계절적 성수기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2분기부터 반도체 수요 감소와 평균판매가격(ASP) 하락이 본격화했다는 점을 감안한다해도, 성수기인 3분기에 영업이익의대폭적인 감소는 어닝쇼크 수준이다.
3년만의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
삼성전자는 7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잠정 실적을 집계한 결과 매출 76조원, 영업이익 10조8천억원을 각각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이는 작년 3분기 대비 매출은 2.73% 증가한 것이지만 영업이익은 31.73%나 감소한 것이다. 직전년도 동기 기준으로 삼성의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은 약 3년 만의 일이다.
삼성의 실적 하락세는 올들어 계속 그 진폭이 커지는 모양새다. 삼성은 1분기 매출 77조8천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원을 정점으로 2분기엔 매출 77조2천억원, 영입이익 14조1천억원으로 소폭 하락하며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이어 3분기엔 전분기 대비 매출은 소폭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0% 이상 줄어드는 부진한 행보를 이어갔다.
매출 역시 조짐이 좋지 않다. 삼성은 작년 3분기에 분기 매출 첫 70조원대 진입한 이후 올 1분기까지는 3분기 연속 분기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선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글로벌 복합위기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2분기부터 비록 소폭이나마 계속내림세를 타고 있다.
삼성의 2분기 잠정 실적은 증권가의 당초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연합인포맥스가 최근 1개월내 보고서를 낸 증권사 18곳의 실적 전망치(컨센서스)를 종합한 결과 삼성의 3분기 연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5.8% 증가한 78조2천억원에 영업이익은 25.6% 감소한 11조7천억원 수준이었다.
3개월전 삼성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16조원 안팎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의 부진이 예상보다 삼각한 것이다.
'5만전자'의 늪에 빠진 삼성 주가가 5만원벽 붕괴를 걱정해야할 판이라는 세간의 우려가 기우는 아니란 얘기이다.
반도체 영업익 하락폭 추정치 웃돌아
잠정 실적 발표라서 부문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이 반도체 부문에서 직전 분기 대비 30% 이상 쪼그라든 6조원 안팎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흥행에 성공한 갤럭시Z4시리즈 덕에 스마트폰부문이 선전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반도체 이익이 6조원을 다소 밑돌 개연성도 남아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플래시 ASP가 15% 정도 하락한데다 출하량이 당초 가이던스를 크게 밑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반도체 수요가 부진해 가격 하락에도 고객이 반응하고 있지 않다"며 "서버에서 모바일로 수요 부진이 확산하고 있는 것같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삼성이 2분기에 증권사 가이던스를 뛰어넘는 심각한 부진의 늪에 빠진 이유는 단연 반도체 때문이다.
삼성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상당부분은 반도체의 몫이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부문이 예상 외로 부진하자 전체 매출과 이익이 동반 부진한 것이다.
글로벌 경기침체 영향으로 3분기들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본격적인 동절기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급격한 수요 위축과 ASP하락 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메모리 시장의 절대 강자인 삼성의 실적이 직격탄을 맞은 것은 불가항력이었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3분기보다 4분기 반도체 업황이 더욱 어두워 삼성의 실적 하락세가 더욱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주요 시장조사기관의 전망치도 갈수록 수요감소와 ASP하락 폭이 커지는 양상이다. 글로벌 복합위기 상황도 호전될 기미가 안보인다.
미국 기준금리의 광폭 행진이 멈출 생각이 없는 것같고 글로벌 스태크플레이션이 심각한 지경이다.
I수요 위축에 전 사업, 4분에도 고전 예상
설상가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대한 핵위협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북한이 도발수위를 높이는 등 국제정세도 매우 불안하다.
이처럼 경기와 정세가 불안하면 소비가 급격히 위축되기 마련이다. 또 소비가 위축되면 재고가 늘고 결국 판매가격이 떨어지는게 상식이다.
삼성의 캐시카우인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가전 등 모든 사업부문에 먹구름이 진하게 깔려있다는 얘기다.
특히 삼성의 주력 제품군인 메모리 가격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수요 위축에 과잉 재고가 맞물려 4분기 D램 가격이 15∼18%까지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특수가 사라진데다 고물가와 고금리로 인한 IT 세트 수요가 위축됐고, 그나마 삼성 실적을 견인해온 메모리 반도체까지 총체적으로 부진해서 삼성의 4분기 실적은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질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우려했다.
삼성 측도 이를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도 올 하반기 반도체 매출 가이던스를 4월 전망치보다 30% 가량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매번 위기때마다 깜짝 실적을 내며 위기 돌파에 성공했던 삼성이 과연 이번 위기는 어떻게 극복할 지, 또 언제쯤 '어닝 서프라이즈'를 외치며 화려하게 귀환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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