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배의 加타否타]국정과제, '구두선'에 그치지 말아야

이중배의 可타否타 / 이중배 / 2022-05-06 17:30:09
▲ 토요경제신문 이중배 산업에디터

 

입으로는 선(禪)의 수행을 말하지만 실제로 행하지 않는 것을 가리키는 불교용어에 구두선(口頭禪)이란게 있다. 참선을 함에 있어서 행동보다는 말만 앞서는 문자선(文字禪)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서 비롯된 용어라는게 정설이다. 

 

구두선이란 이 선가의 용어는 오늘날에 주로 정부 관리가 정책을 그럴싸하게 공약(公約)해놓고 실제로는 이행하지 않는 것을 비판할 때 자주 활용된다.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 실속없는 헛된 '공약'(空約)을 빚대어 하는 말이다.


출범을 앞둔 윤석열정부가 110대 국정과제를 내놨다. 앞으로 5년간의 집권 기간에 국정을 수행하면서 꼭 해내겠다고 스스로 정한 숙제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외교, 국방 등 전 분야가 총망라됐다. 

 

통상적으로 신정부가 100대 과제를 정하는데, 이번엔 10개를 늘려 110가지로 정했다. 차기정부의 의욕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110개 과제 역시 거시적인 부분과 미시적인 부분이 잘 믹스된 대한민국의 장래를 위한 '종합 처방전'이다. 대한민국의 미래비젼을 위해 필요한 것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차기 정부가 제시한 이 110대 국정과제만 제대로 실천에 옮겨도 대한민국은 진일보 할 수 있다. 단순 외형 뿐만이 아닌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다.


윤석열 정부의 아이덴티티를 한마디로 함축하라면 민간 위주의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실용정부'이다. 글자그대로 민간부문이 관의 앞에서는 '민관합동'이다. 대신에 정부는 민간부문을 뒤에서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서포터즈 역할을 맡겠다는 것인데, 사실 굉장한 발상의 전환이다. 

 

기존에 정부 주도의 정책 이행의 문제점이 많다는 인식에서 출발한 의미있는 변화다. 차기 정부의 6대 국정목표 중에 하나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포함한게 이를 상징적으로 웅변한다.


걱정거리는 있다. 만약 업계가 정부 정책을 주도적으로 이끌 경우 자기들 뱃속만 채우지 않겠냐는 우려의 시각이 엄연히 존재한다. 기업은 본능적으로 이윤을 추구하게 돼있다. 아니, 이윤 추구가 존재 이유이자 목표점이다. 

 

정부는 다르다. 아니, 달라야한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게 정부다. 특정 소수인 업계를 먼저 챙기는 정책은 곤란하다. '기업이 잘돼야 국민생활이 나아진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민간 위주의 정책 노선의 변화가 만에 하나라도 기업, 특히 일부 경영진에게만 유리한 정책으로 변질되어선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민다는 윤석열정부 경제정책의 헤게모니 변화는 걱정 보다는 기대가 앞서는게 사실이다. 잃을 것보다는 얻을게 많아 보인다. 기존에 철저한 정부 주도의 정책 체계로는 광속도로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페이스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중요 정책을 기획하고 입안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서 지나친 정부 주도 시스템으론 태생적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이제 관건은 윤석열정부가 이같은 민간 중심의 정책기조 변화를 잘 살려 의욕적으로 내놓은 110대 국정과제를 얼마나 실천에 옮길 수 있느냐는 것이다. 기존 정부들이 대부분 집권 당시엔 의욕적인 국정과제를 제시했지만, 5년뒤에 긍정적 평가를 받은 전례가 없다. 

 

이런 점에서 차기 정부도 강한 실천 의지를 갖고 집권 5년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는 추진력이 필요하다. 변화에는 늘 반대세력이 있게 마련이다.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욕심 탓일게다. 윤석열 정부 만큼은 거창한 국정과제를 내놓고 제대로 이행하지 못한 채 한낱 구두선에 그쳤던 이전 정부를 답습하지 않길 바란다.

 

토요경제 / 이중배 기자 dialee0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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