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프리즘] 세계 명품 브랜드 격전장이 된 한국

토요프리즘 / 이승섭 기자 / 2023-05-30 11:00:03
세계 유명 브랜드, 서울서 패션쇼 잇달아 열어
고급 수입차 역대급 판매에 수장들 다퉈 방한
민간부채 급증,기업실적 악화에 부정적 시각도
▲ 지난달 29일 밤 잠수교에서 열린 루이비통의 '프리폴 패션쇼' <사진=루이비통 제공>

 

한국이 세계적 명품 패션과 고급 수입 자동차업계 각축장이 되고 있다.


내노라하는 세계 유명 패션업체들이 급성장하는 한국의 명품시장을 잡기 위해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 주목도가 낮았던 루이뷔통과 구찌 등 유럽 명품기업들이 4~5월 서울에서 잇달아 패션쇼를 가졌다.

앞서 루이뷔통이 작년 서울 성수동에 팝업스토어를 개설한데 이어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펜디도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첫 플래그십 부티크를 열었다. 국내 소비자 구애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모양새다.

또 벤틀리와 롤스로이스, 페라리 등 세계 최고급 수입 자동차업체 수장들도 국내 고급 수입자 판매량이 급증하자 연이어 방한해 한국시장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 세계 명품 패션쇼 무대가 된 서울


이탈리아 명품업체 구찌가 지난 16일 서울 경복궁 근정전에서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2024 크루즈 패션쇼’를 열었다. 한국의 대표적 역사 공간인 근정전에서 패션쇼가 열리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구찌는 문화재청과의 협의에서 “과거와 현대의 교차점에서 미래를 이끄는 대표적 문화유산 공간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새로운 시각으로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만큼 근정전에서의 패션쇼 개최에 애착을 드러냈다.

 

구찌 측이 향후 3년간 경복궁의 보존 관리 및 활용을 위한 후원을 약속한 것도 이런 일환인 셈이다.  다만 구찌가 이날 패션쇼 뒤풀이 행사를 밤 늦게까지 요란하게 벌이면서 인근 주민들이 소음과 빛 공해를 경찰에 잇달아 신고한 것은 눈총 받기에 충분했다.

프랑스 명품업체인 루이비통도 지난달 서울 한강 잠수교에서 화려한 패션쇼를 선보였다.또 작년 5월에는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패션쇼를 가졌다.

■ 세계 명차 격전장된 한국 수입차 시장


판매 가격이 대당 수억원인 고급 수입차들이 한국 시장에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자 이들 회사 수장도 잇따라 방한해 국내 소비자들 구애에 나섰다.

한국수입차협회에 따르면 독일의 고급 스포츠카 브랜드 포르쉐는 올해 1분기 국내 시장에서 총 2천966대를 팔아 2014년 포르쉐코리아 법인 설립 이후 1분기 기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평균 판매가가 1대당 1억5천만원인 포르쉐는 한국법인 설립 때만 해도 판매량이 분기당 평균 700대 정도였는데 9년 만에 4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영국 고급 자동차 벤틀리도 작년 국내에서 775대를 팔며 최고치를 달성했고,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플래그십 스토어인 '벤틀리 큐브'를 전 세계에서 처음 한국에 만든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달에는 애드리안 홀마크 벤틀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 등이 방한했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자동차인 롤스로이스 역시 지난해 한국 시장에서 최대 실적을 올리자 이 회사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최고경영자가 지난 3월에 한국을 찾았다. 이어 이탈리아의 슈퍼카 브랜드인 페라리의 존 엘칸 회장도 지난달 내한했다.

■ 급성장하는 한국 명품시장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작년 한국 명품 시장 규모를 세계 7위권인 19조4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또 프랑스 일간지 르 피가로는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한국인의 지난해 명품 소비가 전년보다 24% 증가한 168억 달러(약 22조원)로 추산했다. 1인당 명품 소비가 325달러(약 43만원)로 세계 1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루이비통은 지난 1991년 국내 첫 매장을 낸 이후 지난해 매출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루이비통코리아 감사보고서에 의하면 이 회사 작년 국내 매출이 1조6923억원으로, 전년 1조4680억원 대비 15% 증가했다. 덩달아 영업이익도 4177억원으로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 가계·기업부채 악화에 부정적 시각도


국내 소비자들의 명품 구매 확대는 세계 10위권에 이르는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3만2천700여달러의 국민소득 수준을 감안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년여 간 통화 긴축 기조에도 한국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가계 빚이 여전히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또 기업부채마저 급증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선뜻 동의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으로 세계 34개 나라의 GDP 대비 가계 부채 비율에서 한국이 102.2%로 가장 높았다. 더욱이 가계 부채가 (GDP를 웃돌은 나라는 한국 뿐이었다. 뿐만 아니다. 기업 부채도 1년 사이 더 늘었다. 증가 속도는 세계 4위를 기록할 만큼 빨라 불안하다. 

 

또한 올 1분기 마무리 된 상장사 실적발표에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상장사 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0% 이상 감소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일 정도로 악화된 것은 우려스럽다.

이런 가운데 고급 수입 자동차의 70% 이상이 회사 법인 차량인 점에서 그리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자동차를 과시적 상품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한 몫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르 피가로 신문이 “한국인의 명품에 대한 관심은 겉모습으로 사회적 위치를 보여주는 유교 사회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한 것은 한국인의 민낯을 직시한 셈이다. 

▲ 지난 16일 경복궁 근정전에서 열린 구찌 2024 크루즈 패션쇼 <사진=구찌 제공>

 

토요경제 / 이승섭 대기자 2020goa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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