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1만TEU급에 ‘한 연료’ 베팅 NO…탈탄소 옵션확대

산업 / 김지영 기자 / 2026-09-24 10:15:38
최근 4척 메탄올 레디…동일급 LNG 이중연료 모델도 개발
1만TEU급 바이오연료선 한국선급 승인…주력 선형군 기술 확대
IMO는 특정 연료보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제시…선주 선택 대응
▲ HJ중공업 영도조선소 전경. [HJ중공업]

 

HJ중공업(대표이사 유상철)이 영도조선소의 주력 선종으로 키우는 1만TEU급 컨테이너선에 여러 친환경 연료 기술을 붙이고 있다. 최근 수주선에는 메탄올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고, LNG 이중연료 모델과 바이오연료 추진선도 별도로 개발했다. 특정 연료 하나에 기술을 집중하기보다 선주의 연료 선택에 대응할 수 있는 선형군을 만드는 전략이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은 전날 오세아니아 지역 선사로부터 1만1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6789억원에 수주했다. 지난 2월과 4월 각각 2척씩을 확보한 데 이어 올해 같은 급의 수주량을 8척으로 늘렸다. 1만100TEU급은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할 수 있는 최대급 선형이다. 

이번 4척에는 스크러버와 메탄올 레디(Methanol Ready) 설계를 적용한다. 현재부터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하는 선박이라는 뜻은 아니다. 향후 메탄올 추진체계로 전환할 수 있도록 설계 단계에서 필요한 조건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HJ중공업은 이에 앞서 지난 4월 1만100TEU급 동일 선형의 LNG 이중연료 추진 모델 개발을 마쳤다. 실제 발주 과정에서 선주가 LNG 이중연료 사양을 요구할 경우 대응할 수 있도록 별도 모델을 확보한 것이다. 

LNG 이중연료 기술은 개발 단계만 거친 것도 아니다. HJ중공업은 2025년 1월 부산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한 7700TEU급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선 첫 선박을 선주사에 인도했다. 실제 건조 경험을 1만TEU급 모델로 확장한 셈이다. 

지난 6월에는 연료 선택지를 바이오연료로 넓혔다. HJ중공업은 한국선급으로부터 1만TEU급 바이오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의 설계 개념 승인(AiP)을 받았다. 회사는 건조 중인 1만TEU급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바이오연료 추진 시스템을 적용해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다만 이를 LNG·메탄올·바이오연료를 모두 적용할 수 있는 한 척의 선박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최근 수주한 1만100TEU급 4척에는 메탄올 레디 설계를 적용하고, LNG 이중연료는 동일급 별도 모델을 개발한 상태다. 바이오연료선 역시 1만TEU급을 기반으로 설계 승인을 확보한 단계다.

중요한 것은 HJ중공업이 영도조선소의 최대급 주력 선형을 키우면서 연료별 기술을 동시에 축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업계가 탈탄소로 가야 한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30년 국제해운 에너지 사용량 가운데 제로 또는 제로에 가까운 온실가스 배출 기술·연료·에너지원의 비중을 최소 5%, 가능하면 10%까지 높이고 2050년 전후에는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반면 IMO는 특정 연료 하나를 국제해운의 표준으로 지정하지 않는다. 온실가스 집약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규제 체계를 만들고 있어 선사들은 연료 가격과 공급망, 항만 인프라, 규제 대응 비용 등을 고려해 각기 다른 연료를 선택해야 한다. 

조선사 입장에서는 어느 연료가 최종 승자가 될지를 미리 맞히는 것보다 여러 요구에 대응할 기술을 확보하는 편이 수주 범위를 넓힐 수 있다.

HJ중공업은 앞서 5500TEU급 메탄올 레디 선박과 7700TEU급 LNG 이중연료선, 9000TEU급 메탄올 추진선 등으로 친환경 컨테이너선 경험을 쌓았다. 올해는 이를 영도조선소의 최대급인 1만TEU급 선형군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번 8척 수주가 의미를 갖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1만TEU급이 단순히 영도조선소에서 건조하는 가장 큰 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연료 전환 수요에 맞춰 사양을 달리할 수 있는 주력 선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생겼다.

물론 기술 확보가 곧바로 수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재 1만100TEU급 LNG 이중연료 모델은 개발을 마친 단계이며 바이오연료 모델은 설계 승인을 받은 상태다. 실제 발주와 선가 프리미엄, 선박당 수익성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그래도 올해 수주 흐름은 시장성을 보여준다. HJ중공업은 1만100TEU급만 8척을 확보했고 최근 4척은 기존 거래 선주의 재발주다. 회사가 개발한 최대급 선형에 반복 발주가 이어졌다는 의미다. 

HJ중공업의 다음 과제는 한 종류의 친환경 연료에 베팅하는 것이 아니다. 1만TEU급이라는 주력 선형군에 LNG와 메탄올, 바이오연료 등 서로 다른 탈탄소 경로를 얼마나 실제 수주로 연결하느냐다. 연료 전환기의 불확실성을 선주의 선택 폭으로 바꿀 수 있다면 1만TEU급은 영도조선소의 새로운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토요경제 / 김지영 기자 jykim.medi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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