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화낼 일인가” 분노를 멈춰 세운 질문, 한 권의 성찰로 나오다

문화·라이프 / 이덕형 / 2026-01-12 08:39:23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 감정 훈계 대신 뇌과학·사회 구조로 분노를 해부하다
▲이게 화낼 일인가 표지/사진=박기수

 

[토요경제 = 이덕형 기자] “이게 정말 화낼 일인가.” 누구나 쉽게 분노하지만 정작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은 드문 질문에서 출발한 책이 나왔다. 

 

신간 《이게 화낼 일인가》는 화를 억누르거나 통제하라는 기존 자기계발서의 문법을 벗어나, 분노가 만들어지는 구조와 메커니즘을 차분히 해부하며 독자에게 한 박자 멈춰 생각할 시간을 건넨다.


이 책은 일상에서 반복되는 짜증과 분노를 개인 성격이나 의지 부족의 문제로 환원하지 않는다. 

 

저자는 인류가 생존 과정에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 체계를 발달시켜 왔다는 진화적 배경부터, 뇌의 신경 전달물질과 호르몬 작용, 사회적 학습과 문화 규범, 디지털 환경이 만들어낸 집단적 분노 양상까지 폭넓게 짚는다. 

 

화는 잘못된 선택의 결과라기보다, 환경과 구조가 만들어낸 자동 반응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분노를 ‘중독’에 가까운 반복 패턴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분노를 표출했을 때 나타나는 일시적인 해소감이 뇌 보상 회로를 자극하고, 그 경험이 다시 더 강한 자극을 찾도록 강화되면서 악순환이 형성된다는 신경학적 설명이 제시된다. 

 

분노를 단순히 참아야 할 감정이 아니라 관리해야 할 행동 패턴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책은 가족 관계, 직장 조직, 온라인 공간 등 현대인이 분노를 가장 자주 경험하는 장면을 다루지만, 개별 사건을 나열하는 방식 대신 왜 특정 환경에서 분노가 증폭되는지를 구조적으로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화를 줄이는 방법 역시 즉각적인 감정 통제 요령보다는 수면, 운동, 호흡, 생활 리듬 관리처럼 일상의 기반을 재정비하는 방향으로 제시된다. 감정 관리가 곧 삶의 구조 관리라는 메시지가 일관되게 이어진다.

학술적 근거를 토대로 하되 전문 용어 사용을 최소화해 독자가 자신의 경험에 자연스럽게 대입해 읽을 수 있도록 구성한 점도 특징이다. 

 

저자는 분노를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이해해야 할 신호로 바라본다. 화가 발생했다는 사실보다, 그 감정이 무엇을 알리고 있는지를 읽어내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출판사 예미 관계자는 “이 책은 분노를 도덕적 잣대로 재단하기보다 개인과 사회가 함께 다뤄야 할 문제로 끌어올린다”며 “서둘러 결론을 내리지 않고 질문을 유지하는 방식 자체가 이 책의 가장 큰 강점”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로 활동하다 정부 부대변인직을 맡으며 공직에 입문했고, 당초 2~3년을 계획했던 공직 생활이 10년 이상 이어졌다. 

 

재직 중 언론학 박사에 이어 보건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2019년 말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는 메르스 대응 경험을 바탕으로 방송을 통해 대중과 소통했다. 

 

기자·공무원·교수로 30여 년간 축적한 현장 경험이 이번 저작에 녹아 있다. 전작으로는 《끌리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가 있다.

분노가 일상이 된 시대, 《이게 화낼 일인가》는 소음을 키우기보다 질문을 남긴다. 지금의 분노가 정말 나의 선택인지, 아니면 반복적으로 길들여진 반응인지를 스스로에게 묻도록 이끈다. 

 

화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출발점은 통제가 아니라 이해라는 점을, 이 책은 담담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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