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경제부총리 100일, ‘컨트롤타워’ 시험대에 섰다

정치·사회 / 최성호 / 2025-10-26 07:49:21
조직개편·관세 협상 ‘겹악재’ 속 재정의 역할 강조…“예산·금융 빠진 경제부처, 존재감 시험대”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이재명 정부 첫 경제사령탑을 맡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로 취임 100일을 맞았다. 조직개편과 관세 협상, 부동산 시장 불안 등 복합적인 외풍 속에서 ‘경제 컨트롤타워’의 존재감이 시험대에 올랐다.


구 부총리는 침체 국면에서 재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내년도 예산안을 올해보다 8% 이상 늘린 728조원으로 편성하며 확장재정 전환을 공식화했다. 경기 둔화의 골이 깊었던 지난 7월 취임 직후부터 그는 “재정이 경기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 결과 1분기 마이너스(-0.2%)를 기록했던 성장률은 2분기 들어 반등세를 보였고, 내수 소비심리도 회복세로 돌아섰다. 

 

경제전망치 역시 0%대에서 1%대 초반으로 상향 조정됐다. 비록 잠재성장률(2% 내외)에는 못 미치지만, “최악은 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기 경기 대응을 넘어 중장기 비전으로 내세운 것은 인공지능(AI)과 초혁신 신산업이다. 

 

구 부총리는 ‘AI 대전환’과 ‘초혁신경제 30대 프로젝트’를 축으로 새 정부의 성장전략을 발표하며, 산업구조 전환과 인적자원 재편까지 포괄하는 ‘경제 리빌딩’ 구상을 밝혔다.

구 부총리의 업무 스타일은 ‘톱다운(Top-down) 조율’로 요약된다. 기재부에 따르면 취임 후 주재한 장관급 회의는 22차례. 추석 연휴를 제외하면 나흘에 한 번꼴로 부처 장관들을 불러 모았다.AI, 반도체, 부동산, 세제 등 부처 간 경계가 모호한 이슈를 신속히 조율하려는 시도였다.

하지만 내년 정부조직 개편은 그에게 새로운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 기획예산처 분리로 예산 기능이 떨어져 나가고, 금융 정책권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재정경제부’가 어느 정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한 구 부총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부처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은 잦아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각각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엇박자를 내면서 시장 혼선을 초래한 것이 대표적이다.
 

경제전문가는 “조율 기능이 약화된 기재부는 단순 예산집행 기관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정책 간 충돌의 책임이 대통령실로 향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임명장 및 위촉장 수여식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관세 협상 ‘외풍’…美 베선트 장관과 핫라인 유지

 

관세 협상은 구윤철 체제 100일의 또 다른 키워드다. 그는 임명 열흘 만에 첫 해외출장지로 워싱턴DC를 택했다.


이후 9월 ‘대한민국 투자 서밋’ 준비, 10월 G20·IMF·세계은행 연차총회 참석 등 세 차례 모두 미국행이었다.

특히 미 재무부 스콧 베선트 장관과는 취임 이후 꾸준히 핫라인을 유지하며 한미 관세 협상과 통상 현안을 논의했다.
 

지난 7월 워싱턴 협상에서는 돌발 변수 속에서도 상호관세 부과를 피하며 단기 불안을 넘겼다.
 

하지만 이후 미국 측의 ‘입장 번복’으로 협상이 다시 교착되면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열릴 한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마지막 타결 기회로 꼽힌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한미 협상 재개 이후 산업통상부가 전면에 나섰지만, 협상 후속조치와 재정 보완은 결국 기재부 몫”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구 부총리가 이번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하면, 새 정부 경제라인 전체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100일의 구윤철호는 불확실성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AI 산업과 재정정책에서 ‘공세적 전환’을 시도했지만, 관세 협상과 조직개편이라는 외풍은 여전히 거세다.


정책 리더십을 안정적으로 구축할 수 있느냐가 향후 100일의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경제계 인사는 “지금의 기재부는 예산·금융을 모두 쥐지 못한 채 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역설적인 위치에 서 있다”며 “구윤철 부총리가 구조적 제약을 돌파하지 못하면, 컨트롤타워로서의 위상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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