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중인 '독이 꽉 찬' 삼성전자

IT·플랫폼 / 주은희 / 2024-06-06 07:33:22
7일 故 이건희 '신경영 선언' 31주년…노조는 사상 첫 연가 투쟁

지배구조 개선·M&A 등 과제 산적

▲ 사진출처 = 연합 제공

 

[토요경제 = 주은희 기자] 삼성이 오는 7일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이 '신경영'(1993년 6월7일)을 선언한 지 31년째을 맞게 된다. 

 

이 선대회장은 지난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로 대표되는 신경영 선언을 하며 삼성의 변신을 주문했다.

 

삼성은 그렇게 변화를 시작했고, 진보를 거듭해 마침내 1등 기업이 됐다. 하지만 2024년 6월. 삼성전자를 둘러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아냥과 조롱도 나온다.

 

자칫 일본 반도체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온갖 악재의 연속이다. 삼성이 새로운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아도 생존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상황에, 오히려 역주행 중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노조 파업이라는 수치스러운 '악몽'과 마주했다. 노조 파업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삼성전자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전문가들은 신경영 선언이 발표된 1993년의 국제 정세 및 경제 상황과 지금이 똑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중 기술 패권전쟁은 위험수위로 치닫고 있고, 반도체에 이어 AI, SaaS 등 ICT 전 산업에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또한 기후위기가 닥쳐오면서 신재생 에너지 확대에 대한 국제사회 요구가 강해지며 이른바 '기업간' '국가간' 에너지 전쟁도 한창이다.

 

설상가상으로 중동은 꿈틀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들은 가자지구 전쟁이 중동 다른 국가로 확전되는 데 대해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만약 전쟁이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면 세계 경제에 미칠 여파가 적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은 전체 스마트폰 출하량의 1%대에 불과한 폴더블폰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증가하는 폴더블폰 수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공학적으로 접근하면 삼성에 독이 꽉 찼다. 그렇다면 삼성의 생존전략은 무엇일까. 작금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아버지를 뛰어넘어야 할 이재용 회장은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삼성 계열사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별다른 행사 없이 '신경영 선언일'을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삼성 안팎에서는 "국제화 시대에 변하지 않으면 영원히 2류나 2.5류가 될 것"이라는 이 선대회장의 당시 선언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글로벌 경기 침체,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보도에 따르면 주력이던 반도체 산업은 작년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낸 데다, 최근 다운턴(하강 국면)에서 벗어나기는 했지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급증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대응이 늦어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긴 상태다.

 

AI 반도체 시장의 '큰 손'인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삼성전자 HBM이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소문에 대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 한숨 돌리기는 했지만, 업계에서는 삼성의 엔비디아 공급이 임박했다기보다는 황 CEO가 원론적인 수준에서 발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황 CEO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마이크론과 협력하고 있으며 3사 모두 우리에게 메모리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가격 협상력 등을 위해 공급망 다각화가 필요한 엔비디아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1위 업체인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고, 후발업체인 인텔에도 쫓기는 상황이다. 통상 연말에 사장단 인사를 하는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지난달 21일 반도체 사업의 수장을 전영현 부회장으로 전격 교체한 것도 삼성전자의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모바일 사업의 경우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애플에 내주기도 했다. 올해 1분기에는 첫 AI 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가 선전하며 도로 1위를 되찾기는 했지만, 긴장의 끈을 늦추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AI 가전=삼성' 공식을 강조하며 TV와 가전 사업의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긴 하지만, 1분기만 해도 경쟁사인 LG전자 영업이익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실적 부진을 겪은 네트워크사업부는 최근 인원 감축 등 경영 효율화에 돌입했다. 삼성전자 일부 부서에서만 이뤄졌던 임원들의 주 6일 근무가 최근 다른 전자 관계사까지 확대된 것을 두고 삼성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됐음을 방증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한 데 이어 첫 단체 행동으로 7일 연가 투쟁에 나서기로 한 상태다.

 

결국 재계의 시선은 이재용 회장을 향하고 있다. 문제는 끝을 모르고 폭주하는 삼성을 둘러싼 위기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을 압박하는 여러 변수는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위기를 넘어 몰락으로 확장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기업간의 전쟁은 승리하는 자가 웃는 것. 진짜 삼성의 주인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새로운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 이재용일까, 노동자일까.

 

이재용 회장은 앞서 지난 2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한결 부담을 덜긴 했다. 하지만 아직 항소심 등이 남은 만큼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책임 경영 차원의 등기 임원 복귀도 연기된 상태다.

 

이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의 수직적 지배구조도 개선 과제로 꼽히지만, 아직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여기에 글로벌 복합 위기 속에서 삼성의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하고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것도 이 회장의 핵심 과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1심 무죄 선고 이후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에 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했지만,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만들어 북미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서기로 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행보다. 삼성의 대형 M&A는 2017년 9조원을 투자해 미국 전장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신설한 미래사업기획단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10년 이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삼성의 미래 먹거리 아이템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은 미래사업기획단이 이 선대회장 시절 이차전지와 바이오제약 등 5대 신수종 사업을 발굴한 신사업추진단에 비견되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여기에 이 회장이 2020년 무노조 경영 방침을 공식 폐기한 이후 4년 만에 노조가 처음으로 파업을 선언하고 집단 행동을 예고한 만큼 노조와의 갈등을 해소하고 구성원의 사기를 진작시킬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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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희 토요경제 주은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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