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잡히지 않는 高물가에 생계형 절도 급증...'나홀로 빅스텝'

기업분석 / 김태관 / 2023-06-23 02:07:41
천정부지 물가에 생계형 절도 110만건...10년만의 최고 수준
중앙은행, 기준금리 0.5%p 인상 초강수...13회 연속 인상행진
▲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이 예상을 깨고 빅스텝을 단행하며, 기준금리를 5.0%까지 끌어올렸다. 사진은 의 앤드루 베일리 BOE총재. <사진=연합뉴스제공>

 

영국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고물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초긴축 기조를 1년 이상 유지하고 있음에도 여전히 9%%에 육박하는 높은 물가상승률이 이어지고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겹치며 실질 소득이 크게 줄어든 서민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마트, 편의점 등에서 먹거리를 훔치는 생계형 절도 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경찰이 골치를 썩고 있다.

■ 소매점 식품류 절도범 기승...유통업계 비상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영국 내 소매상점에서 식품류 절도가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절도 대상은 고기, 치즈, 과자 등 주로 가격이 50파운드(약 8만 원) 이하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영국 편의점협회(ACS)는 이날 지난해 영국 전역의 편의점 등 소규모 상점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가 무려 110만 건으로 10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97만 건)보다 13.4% 늘어난 결과다. 


절도가 늘자 일부 상점들은 매장에 진열하는 물건 수를 제한하거나 육류, 치즈, 버터 등 식재료에 보안용 가격표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하고 있다. 


제임스 로우먼 ACS 대표는 "매일같이 발생하는 절도는 전례를 찾기 힘든 수준"이라며 "이미 지역 사회에 알려진 범인들이 비난을 두려워하지 않은 채 절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FT에 전했다. 


이같은 현상은 연 9%에 육박하는 물가 상승률이 서민 경제를 압박하는 탓에 범죄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상황이 악화되자 영국 정부는 긴축의 고삐를 더 조이고 있다.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은 22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5.0%로 0.5%포인트 인상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초 시장에선 0.25% 인상, 즉 베이비스텝이 예상됐으나 지난달 물가가 다시 상승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더 심해지자 빅스텝(기준금리 0.5%인상)으로 급선회한 것이다.


이로써 영국 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였던 2008년 이후 15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특히 긴축에 들어간 이후 13회 연속 금리를 쉬지않고 금리를 올렸다.
 

▲지난 18일 영국 런던 소호 지역의 한 슈퍼마켓. 5월 영국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8.7%를 기록하는 등 인플레이션 압력이 지속, 생계형 절도가 급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 중앙은행, 꺾이지 않는 물가에 고강도 긴축 대응

앞서 전날 영국 통계청은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 8.7%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문가 전망치(8.4%)를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넉달 째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BOE는 2021년 12월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긴축에 나선 뒤 역대 최저 수준(0.1%)이던 금리를 1년 반 동안 4.9%나 올렸다. 그럼에도 물가 상승세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시장에선 기준금리 고점 전망치가 계속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서 주택담보대출(모기지) 문제가 영국경제의 심각한 뇌관으로 떠올랐다. 영국의 주담대 금리는 대체로 2년 주기로 변경되는데 올해 연말에 대거 갱신되면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금융 데이터 업체 머니팩츠에 따르면 주담대 2년 고정금리 평균이 현재 연 6.9%에 달한다. 작년 3월엔 2.65%와 비교하면 4.3%포인트 이상 급등한 셈이다. 싱크탱크인 재정연구소(IFS)는 전날 주담대 보유자 140만명의 가처분소득이 20% 이상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력한 긴축조치에도 불구, 물가가 잡히지 않는데다가 생계형 범죄까지 급증하면서 영국의 민심은 날로 흉흉해지고 있다. 내년 말 이전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리시 수낵 총리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다.

 
수낵 총리는 이날 BOE 금리 발표 직전 대변인을 통해 물가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앤드루 베일리 BOE 총재를 계속 지지하며, BOE와 계속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전쟁을 극복하는 것은 보다 강도높은 긴축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방증이다.


한편 영국과 강도높은 긴축과 달리 미국 연준은 이달에 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나섰고 유럽중앙은행(ECB)은 지난주 0.25%P 인상했다.

 

토요경제 / 김태관 기자 8time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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