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요양병원 '백의의 천사' 김지윤 간호부장

다시 뛰는 대한민국 / 김병윤 기자 / 2022-05-09 18:18:30
토요경제 인터뷰| "언젠가 요양병원 설립해 환자의 마지막 길 가족처럼 배웅하고파"

“나는 일생을 의롭게 살며 전문 간호직에 최선을 다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분 앞에 선서합니다. 나는 인간의 생명에 해로운 일은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겠습니다. 나는 간호의 수준을 높이기 위하여 전력을 다하겠으며, 간호하면서 알게 된 개인이나 가족의 사정은 비밀로 하겠습니다. 나는 성심으로 보건의료인과 협조하겠으며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간호학도들이 간호사로서의 윤리와 간호 원칙을 담은 내용을 맹세하는 선서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이팅게일 선서문’이다.

우리는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 부른다. 흰 가운을 입고 환자를 돌보는 모습이 천사 같아서다. 간호사는 희생하는 직업이다. 봉사정신이 없으면 근무하기 힘들다. 환자에게는 가족이며 친구이다. 환자의 고통을 함께 나누기도 하고 말벗이 되어주기도 한다. 그래서 간호사를 숭고한 직업이라고 한다. 

▲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힘든 시간을 지내온 김지윤 간호부장

 

코로나 유행과 함께 가장 힘든 직업이 있다. 간호사다. 지난 2년 6개월 동안 간호사들은 누구보다 힘든 나날을 보냈다. 방역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다. 퇴근도 못 하고 환자를 돌보느라 애를 썼다. 가정도 내팽겨쳤다. 투철한 직업의식이 없다면 견디기 힘들었다. 요양병원 의료인들은 생과 사를 넘나드는 환자를 돌보며 눈물로 긴 시간을 보냈다.


인천광역시에 있는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김지윤(54) 간호부장. 올해로 간호사 생활 32년 차의 노련한 의료인이다. 김 부장은 아버지의 권유로 간호대에 진학했다. 졸업과 동시에 부산의 대학병원에 취업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배워야 할 게 많았다. 야단도 많이 맞았다. 위계질서가 강해 즐거움도 몰랐다. 솔직히 사명감이 없었다고 밝힌다. 결혼과 동시에 서울로 왔다. 종합병원으로 이직했다. 30대 후반에 생각이 바뀌었다. 사명감이 생겼다. 그동안 배운 지식을 활용해 환자 치료에 나섰다. 친근하게 환자를 대 했다. 친절이 몸에 배였다.


바쁜 생활에 몸도 마음도 지쳐갔다. 변화를 주고 싶었다. 현장을 떠나기로 했다. 2017년에 요양병원 인증평가 컨설팅 강사로 나섰다. 2021년 3월까지 계속했다. 강의할수록 현장이 그리웠다. 대구에 코로나가 기승을 부릴 때 젊은 간호사들이 자원하는 뉴스를 보고 부끄러워졌다. 간호사로서 죄책감이 몰려왔다. 자신이 비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외딴섬에 떨어진 기분이었다.

2021년 현장에 복귀했다. 주변의 반대가 많았다. 가족들은 극구 말렸다. 기관지가 안 좋아서다. 일단 마음먹은 대로 복귀했다. 복귀하니 즐거움이 몰려왔다. 직책은 간호부장이었다. 간부는 지시만 하면 됐다. 혼자 편하게 있고 싶지 않았다. 스스로 현장을 자원했다. 힘든 일이었다. 동료들과 서로 위로하며 극복했다.

환자를 돌보다 코로나에 감염됐다.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통증이 너무 심했다. 두통이 심해 잠을 잘 수 없었다. 외로움이 몰려왔다. 반면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마음이 편해졌다.

현장에 돌아오니 상황이 심각했다. 요양병원 특성상 고령층 환자가 많았다. 매주 사망자가 발생했다. 심할 때는 한주에 10여 명이 사망했다. 지금은 한주에 한 명도 안 나온다. 사망자는 코로나에 감염되면 급격히 병세가 악화했다. 손 쓸 여유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허망한 느낌이 들었다. 간호사들끼리 허망함을 토로했다. 사망자가 나오면 분위기가 침울했다. 침울함도 잠시였다. 다시는 이런 우를 범하지 말자며 단결했다. 단톡방에 환자의 상태를 공유했다. 대책을 논의했다. 나름대로 간호사들끼리 최선을 다했다.

김 부장은 간호사들의 숨은 노력이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아쉽다고 말한다. 보호자들의 항의가 많아서다. 자식 된 도리를 못 했다고 하소연한다. 안타까움과 서운함을 토로한다. 보호자의 전화가 오면 친절하게 응답한다. 이해할 때까지 계속 설명을 한다. 상담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김 부장은 간호사들 고통도 상담해 준다. 김 부장은 후배 간호사 30명을 이끌고 있다. 간호사 부족은 전국적인 문제다. 현재 간호사 자격증 소유자의 30%만이 현직에 종사하고 있다. 간호사가 부족한 근본적인 이유다. 간호사는 이직률도 높다. 고된 업무가 뒤따라서다.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환자의 몰상식한 행동 때문이다. 가끔 난동을 부리거나 폭언을 일삼는 환자가 있다. 물론 일부지만 간호사를 힘들게 한다.

▲ 환자를 가족같이 돌보고 있는 김지윤 간호부장 [사진 김병윤 기자]

 

김 부장은 나중에 요양원을 설립하고 싶단다. 누군가의 인생을 마감시켜 주고 싶어서다. 즐겁고 따뜻하게 보내드리는 게 꿈이란다. 병상에 계신 어머니 생각이 나서다.


김 부장은 자신의 꿈을 밝히기 전에 간절히 바라는 게 있다고 말한다. “올해는 코로나가 완전히 종식되길 바랄 뿐이에요. 코로나는 변덕이 심해 자꾸 변이가 생겨 걱정입니다. 그래도 인간의 노력이 좋은 결과를 가져오리라 기대합니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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