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대한민국] "나는 군산의 역사를 알리는 문화 해설사다"

다시 뛰는 대한민국 / 김병윤 기자 / 2022-05-25 16:01:49
토요경제 인터뷰| 김옥분 해설사 "다양한 사람을 만나 역사를 알리고 인생을 배워"

“여러분 반갑습니다. 군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군산에 와 보셨던 분 계세요? 모두 처음이시네요. 여러분 군산은 어떤 도시일 까요.”
“수탈의 도시요.” “네. 맞습니다. 군산은 일제 강점기에 쌀을 비롯해 문화재 등 다양한 물품을 빼앗겼던 수탈의 도시입니다.”
 

지난 24일 김옥분 해설사가 '군산여행안내지도'를 관광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병윤 기자]
따가운 햇살 아래 군산을 소개하는 여성 해설사가 있다. 군산시 문화해설사 모임의 김옥분(64) 회장이다. 군산시에는 39명의 문화해설사가 있다. 이들은 군산을 알리기 위해 열심이다. 군산 시민으로 자부심이 가득 차있다.

김 회장은 2010년 5월1일 문화해설사 일을 시작했다. 올해로 13년 차다. 김 회장의 고향은 충남 공주다. 원래 군산 사람이 아니다. 남편과는 일본에서 만났다. 1980년 일본 유학을 갔다가 인연이 됐다. 9년간 일본 생활을 했다. 자녀들의 정체성을 찾아주려고 돌아왔다. 초등학교 교육은 한국에서 시키고 싶었다. 귀국 후 서울에서 살았다. 

 

1998년 남편을 따라 군산에 왔다. 군산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마트도 없던 시절이다. 모든 게 낮 설었다. 적응하기 힘들었다. 서울 생활만 그리워했다. 돌파구를 찾았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2005년 군산대학교에 편입을 했다. 늦깎이 학생이 됐다. 전공은 일어일문학이었다. 내친김에 대학원까지 들어갔다.

2009년 대학원에 공고문이 떴다. '외국어해설자모집' 공고문이었다. 주저 없이 지원했다. 분야는 일본어였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수강생은 학생 50명 일반인 30명이었다. 8개월 간 집중교육을 받았다. 군산의 향토사를 공부했다. 근대역사까지 통달했다. 교육 받기 전에는 유명한 군산세관도 몰랐었다. 군산에 관심이 없어서였다. 교육수료 후 해설사 시험에 합격했다. 해설사가 된 후 마음을 바꿨다. 군산사람이 되기로 했다. 군산을 영원한 고향으로 생각했다. 마음을 바꾸니 생활이 즐거워 졌다.

해설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근무한다. 일주일에 3~4일 근무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엄청 바쁘다. 보수는 얼마 안 된다. 자원봉사 성격이다. 그래도 즐겁다. 원래는 3년만 하려했다. 일을 하다 보니 10년을 훌쩍 넘겼다.

김 회장은 해설사 일을 마약처럼 중독성이 있다고 한다. 다양한 손님을 만나 인생을 배우게 된다고 밝힌다. 손님 중에는 일본 사람도 많이 온다. 일본 관광객은 대부분 김 회장이 안내한다.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손님도 있다. 일본의 왜곡된 역사를 바로 알기 위해서다. 과거를 속죄하는 심정으로 온다고 말한다. 이런 손님을 안내할 때는 애국심이 절로 난다. 

 

지난 24일 김옥분 해설사가 단체 관람객에게 군산의 관광코스인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병윤 기자]

한편으로는 두려움도 있다. 일본사람들의 속내를 알지 못해서다. 자신의 조상이 누렸던 영광을 느끼려 올 수도 있다고 경계한다. 일본인들은 자신의 속마음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래서 진심을 알 수 없다. 김 회장은 오랜 일본생활을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있다. 그래도 일본 방문객을 친절하게 모신다. 

 

민간교류 차원에서 가교역할을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있다. 현재의 한일 문제는 정부보다 민간차원의 해결이 효과적이라고 진단한다. 어차피 한국과 일본은 협력해야 할 나라이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민간교류 확대를 위해 순수민간 모임에도 관여하고 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일본인 모임도 결성했다. 가나다라 클럽과 시나브로 클럽이다. 이 모임은 일본인이 한국어를 배워 한국을 이해하기 위해 결성됐다. 일본과 한국에 지부가 있다.


군산은 코로나 시기에도 관광객이 많았다. 거리두기 해제 후 관광객이 급증했다. 군산의 아픔을 알려고 발길을 내딛는다. 근대거리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줄을 잇는다.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지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단체 관광객이 대폭 늘었다. 

 

정부기관에서도 견학을 많이 온다. 군산의 관광정책을 벤치마킹 하기 위해서다. 한 팀에 40명은 기본이다. 관광버스 정원에 맞춰서다. 어떤 기관은 80명이 오기도 한다. 하루에 5팀 정도 씩 해설신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이런 날은 목이 아프다. 그래도 마음은 가볍다. 군산을 알릴 수 있어서. 한걸음 더 나아가 경제가 좋아질 것 같아서다. 그리고 지긋지긋한 코로나가 물러나는 느낌이라 좋다고 한다.

김 회장은 “관광이 무엇인가를 느끼고 간다”는 소감을 들을 때 피곤이 싹 가신다며 활짝 웃는다. “군산에 몇 번 왔는데 해설을 듣고 깨우쳐서 고맙다고” 할 때 자긍심을 갖게 된다. 이런 매력 때문에 문화해설사를 계속 할 수밖에 없다고 미소를 짓는다.

김 회장에게는 두 개의 소망이 있다. 70~80세까지 해설을 할 수 있도록 건강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그리고 군산의 아픈 역사를 모든 사람이 알고 깨우쳐 국가발전의 밑거름이 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토요경제 / 김병윤 기자 bykim716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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