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에 로봇 판 소프트뱅크, ABB 인수엔 '중국 30% 장벽'

국제 / 조민규 기자 / 2026-11-08 14:21:05
중국 사업 분리해 인수 추진…피지컬 AI 경쟁, 기술·데이터 통제권이 새 변수
▲ 소프트뱅크.<사진=연합뉴스>

 

현대차그룹에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경영권을 매각했던 일본 소프트뱅크가 새로운 로봇기업 인수에서는 중국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의 투자안보 규제가 글로벌 피지컬 인공지능(AI) 산업의 인수합병 구조까지 바꾸는 변수로 떠올랐다.

8일 블룸버그와 로이터에 따르면 소프트뱅크그룹(손정의 회장)과 스위스 ABB(모르텐 비에로드 최고경영자)는 중국 내 로봇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해 인수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10월 ABB의 로봇사업을 53억75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산업용 로봇 기술과 생산 기반을 확보해 피지컬 AI 사업을 확대하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중국의 외국인투자 안보심사 당국이 지난 4일 중국 내 ABB 로봇사업 인수를 금지하면서 거래에 제동이 걸렸다.

소프트뱅크는 6일 공식 발표에서 중국 당국으로부터 "중국 내 ABB 로봇사업 인수를 금지한다는 통지를 받았다(prohibited the acquisition of ABB’s robotics business in China)"고 확인했다. 다만 ABB와 거래를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양사가 "중국 사업을 별도 소유구조의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a separate entity for the China unit with different ownership)"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사업의 소유권을 달리해 당국의 기술·데이터 안보 우려를 해소하려는 구상이다.

문제는 중국 시장의 비중이다. 중국은 ABB 로봇사업의 최대 단일시장으로 전체 사업에서 약 30%를 차지한다. 상하이에는 주요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거점도 있다.

중국 사업을 분리하면 당국의 우려를 일부 줄일 가능성은 있지만 인수 대상의 사업 규모와 수익 기반도 달라진다. 소프트뱅크가 당초 확보하려던 생산시설과 고객 기반 일부를 제외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거래금액의 재협상 가능성도 생긴다.

다만 중국 정부는 인수 금지의 구체적인 이유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 않았다. 사업 분리 방안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분리 이후 거래가 승인될지도 불분명하다.

이번 거래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로봇사업 확장과도 비교할 만하다.

현대차그룹(정의선 회장)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미국 로봇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80%를 인수했다. 당시 평가된 기업가치는 11억달러였다.

이후 추가 투자로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9.65%까지 낮아졌다. 소프트뱅크는 올해 7월 해당 잔여 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고, 현대차그룹 주주사들은 인수 절차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기술을 기존 자동차 제조기반과 결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이규석)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에 적용할 고성능 액추에이터를 보스턴다이내믹스와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는 생산시설과 제조 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실증을 맡는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에 아틀라스를 단계적으로 투입하고 2030년에는 부품 조립공정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소프트뱅크와 현대차그룹의 사업 전략은 다르다. 소프트뱅크는 ABB 인수를 통해 산업용 로봇의 생산·판매 기반을 확보하려는 반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술을 계열사 제조현장에 적용하고 로봇 부품과 생산 역량을 내재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중국의 이번 규제가 현대차그룹이나 현대모비스의 로봇사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글로벌 로봇기업을 인수할 때 기술력과 생산능력뿐 아니라 해당 기술이 어느 국가에서 개발되고 데이터가 어디에 축적되는지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로봇기업의 가치는 기술을 얼마나 보유했느냐뿐 아니라 그 기술과 데이터를 얼마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 중국 사업의 분리 여부를 둘러싼 소프트뱅크와 ABB의 협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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