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기술로 세상을 녹인 아버지…지속가능성을 키운 아들(3부)

산업 / 최성호 / 2025-10-28 10:32:47
창업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기술혼’, 최윤범 회장의 ‘그린 리더십’으로 이어진 산업의 계보
▲'창립 51주년'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신사업으로 도약 다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한국 산업의 근간에는 ‘묵묵히 기술로 답한 기업’이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고려아연은 반세기 동안 오직 기술 하나로 세계 제련산업의 기준을 다시 세웠다.

이제는 창업자 최창걸 명예회장의 기술정신을 계승한 최윤범 회장이 ESG와 친환경 철학을 더해 ‘미래소재기업’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1941년 황해도 봉산에서 태어난 최창걸 명예회장은 한국 자원산업의 불모지에 제련소를 세운 개척자다. 


1974년 설립된 고려아연은 울산 온산제련소를 중심으로 아연·납·은 등 비철금속을 정제하며 세계 시장을 선도해왔다.

창업 초기만 해도 외국 기술 의존이 당연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최 명예회장은 “한국 기술로 세계 제련을 하겠다”는 신념으로 독자 개발을 택했다.


설비 설계부터 공정 자동화, 부산물 회수까지 모든 과정을 자체화하며 30년 만에 고려아연을 세계 1위 제련기업으로 올려놓았다.

그는 기술을 ‘돈이 아닌 땀과 믿음으로 만든다’고 강조했다. 이 철학은 지금도 고려아연의 현장 문화 속에 살아 있다.


기술자 중심 경영, 품질 우선주의, 불가능에 도전하는 연구정신은 고려아연을 ‘보이지 않는 산업의 장인(匠人)’으로 만든 핵심 DNA다.

세대교체 넘어 ‘산업정신의 계승’

2000년대 들어 경영에 참여한 최윤범 회장은 산업 변화의 흐름을 읽었다. 아버지의 기술 유산 위에 ESG 경영과 글로벌 전략을 접목해 고려아연을 ‘친환경 메탈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그는 2019년 대표이사 취임 이후 리튬·니켈·코발트 등 2차전지 핵심소재 재활용 사업을 본격화했다. 

 

자회사 KZAM과 KEMCO를 통해 폐배터리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도시광산(Urban Mining)’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한국·호주·미국을 잇는 순환형 가치사슬(Value Chain) 완성에 나섰다.

또한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탄소중립 목표를 2040년으로 앞당겼다. 호주 퀸즐랜드의 썬메탈즈(Sun Metals) 제련소를 100% 태양광 전력으로 운영하는 프로젝트는 그의 친환경 리더십을 상징한다.

최 회장은 “환경과 기술은 대립이 아니라 상생의 조건”이라며 기술 기반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2025년 기준 매출 15조 원, 영업이익 1조5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60여 개국에 아연·은을 공급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차전지 재활용과 친환경 소재 산업으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고려아연은 제련산업의 기술력 위에 ESG와 순환경제를 결합한 ‘친환경 수익성 모델’을 완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한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고려아연의 리더십은 단순한 세습이 아니다. ‘기술로 세상을 만든 아버지’의 정신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한 아들’의 철학이 만나 한국 산업의 새로운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

굴뚝에서 연기가 사라진 온산 제련소처럼, 고려아연은 오늘도 산업의 뒷면에서 조용히 세상을 바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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