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美 방산법인 4150억 투입…현지생산 승부

산업 / 최은별 기자 / 2026-08-24 08:06:42
한화디펜스USA·퓨처프루프 증자
美 육군 첫 주요 계약 직후 자본 투입
오스탈USA 인수도 실사…적자·규제는 변수
▲ K9 차륜형 자주포(K9MH)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그룹이 미국 방산·전략투자 법인에 최대 2억9900만달러(약 4150억원)를 추가 투입한다. 미국 육군의 차세대 포병체계 사업에서 첫 주요 계약을 따낸 직후다. 한화의 미국 전략이 한국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방식에서 현지 생산시설과 공급망을 직접 확보하는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억4900만달러(약 2068억원)를 출자할 예정이다. 한화디펜스USA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미국 방산법인이다.

이번 출자액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금까지 한화디펜스USA에 투입한 누적 자금 약 1579억원보다 많다. 지난 4월 약 921억원을 추가 출자한 데 이어 이번 증자가 집행되면 올해 한화디펜스USA에 투입되는 자금만 약 3000억원에 달한다.

미국 전략자산 투자법인 한화퓨처프루프에도 1억5000만달러(약 2082억원)를 넣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한화퓨처프루프 지분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50%, 한화오션·한화시스템 각각 18.75%, 한화솔루션 12.5%다. 계열사들이 지분율대로 증자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7500만달러를 부담하고 나머지를 세 회사가 나눠 출자한다.

자금 투입 시점도 눈에 띈다.

미 육군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한화디펜스USA를 차세대 기동포병체계인 '모바일 택티컬 캐넌(MTC)' 시제품 사업자로 선정했다. 한화 미국 법인이 미 육군과 체결한 첫 주요 계약이다.

한화는 K9을 기반으로 개발한 차륜형 자주포 K9MH 시제품 6대를 우선 공급한다. 추가 12대 옵션을 포함하면 최대 18대다. 최초 계약액은 약 1억30만달러, 옵션을 포함한 누적 계약 규모는 최대 2억6290만달러다.

계약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이후 양산 가능성이다. 미 육군은 시제품을 실제 운용하며 성능과 신뢰성, 정비성 등을 평가한 뒤 후속 전력화 여부를 판단한다. 이번 계약은 미국 시장 진입의 완결이 아니라 본격적인 양산 경쟁에 들어갈 기회를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

한화는 계약에 앞서 현지 기반부터 깔았다.

한화디펜스USA는 지난 4월 앨라배마주 오펠라이카에 통합·시험시설을 확보했다. 3년간 시설을 임차하고 현지 공급망 구축에 2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오펠라이카 시설은 완성형 양산공장이라기보다 미국산 통신·전자장비를 K9MH에 통합하고 시험하는 거점에 가깝다. 다만 한화는 이를 현지화 전략의 1단계로 보고 있다. 이번 미 육군 사업에서도 일부 시제품의 통합·시험 작업을 이곳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수주 뒤 현지화를 검토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생산체계를 먼저 구축한 뒤 미 정부 발주 경쟁에 들어가는 구조다.

해양 방산에서도 같은 방향이 나타난다.

한화디펜스USA는 호주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오스탈USA를 10억5000만~12억달러에 인수하겠다는 예비·비구속적 제안을 제출했다. 오스탈USA는 앨라배마주 모빌에서 미 해군과 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하고 잠수함 관련 모듈 사업에도 참여한다. 한화는 현재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확보한 필리조선소에 오스탈USA까지 더해지면 한화는 미국 동부와 남부에 해양 방산 생산거점을 동시에 확보하게 된다. 지상 방산의 오펠라이카와 해양 방산의 필라델피아·모빌을 연결하는 현지 생산망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부담도 있다.

오스탈USA는 2025 회계연도 오스탈그룹 세전이익의 약 90%를 담당했지만 올해는 일부 선박 건조사업에서 손실이 커지면서 1억7500만호주달러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가 성사되면 미 해군 공급망에 들어가는 효과와 함께 기존 적자 사업을 정상화해야 하는 부담도 한화가 떠안게 된다.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비롯한 관계 당국의 심사도 넘어야 한다. 한화 역시 인수가격과 방식, 시점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한화의 미국 투자에서 핵심은 4150억원이라는 액수보다 돈이 향하는 곳이다.

지상 방산에서는 한화디펜스USA와 오펠라이카 거점을 키우고, 해양 방산에서는 필리조선소에 이어 오스탈USA 인수까지 추진한다. 한화퓨처프루프에는 주요 계열사가 공동으로 자본을 투입한다.

공통점은 미국 정부의 발주를 기다렸다가 한국에서 제품을 만들어 보내는 방식에서 벗어나 미국 안에 법인과 시설, 공급망을 먼저 확보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볼 숫자도 투자액이 아니라 미국에서 확보하는 장기 수주다. MTC 시제품 사업이 양산계약으로 이어지고 해양 방산의 현지 생산기반까지 확대된다면 한화의 미국 사업은 '수출'에서 '현지 방산업체'로 성격이 달라진다.

반대로 시제품 사업이 양산으로 이어지지 않거나 오스탈USA의 적자 정상화가 늦어지면 대규모 선투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화의 미국 전략은 이제 진입 여부보다 성과를 검증받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미국에 투입한 자본과 현지 생산능력을 얼마나 큰 장기 수주와 이익으로 바꿀 수 있느냐가 다음 시험대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ceb@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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