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기술 경영' 숫자로 돌아와

산업 / 최은별 기자 / 2026-06-25 04:17:50
KAI 2대 주주 등극·방산·조선·태양광·금융 동반 개선…김동관·김동원·김동선 3세 경영도 구체화
▲ 한화시스템 점검에 나선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

 

한화그룹이 방산·조선·우주항공·태양광·금융을 아우르는 성장 체력을 숫자로 입증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오래전부터 강조해온 기술 중심 경영이 1분기 실적 개선과 6월 전략 행보로 동시에 확인됐다. 단순한 계열사별 호실적이 아니라 그룹 포트폴리오 전체가 ‘제조·에너지·금융’의 복합 성장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가장 상징적인 6월 이슈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 확대다. 한화그룹은 지난 16일 KAI 지분 9.04%를 확보해 수출입은행에 이은 2대 주주로 올라섰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USA가 나눠 보유한 구조다. 한화는 연말까지 추가 지분 매입을 통해 그룹 합산 지분율을 12%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외신도 이 흐름을 단순 투자로 보지 않았다. 로이터는 한화의 KAI 지분 확대를 두고 “우주산업의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global competition in the space industry is intensifying)”고 보도했다. 또 스페이스X의 부상이 우주산업을 기술 경쟁을 넘어 “자본과 규모의 경쟁(contest of capital and scale)”으로 옮겼다고 짚었다. 한화 측도 로이터에 한화와 KAI의 역량 결합이 “비효율을 제거하고 시너지를 창출(remove inefficiencies and create synergies)”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의 투자가 한국 우주항공 산업 재편과 맞닿아 있다는 평가다.

실적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5조7510억원, 영업이익 638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 영업이익은 21% 증가했다. 지상방산 부문 수주잔고는 약 39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노르웨이 천무 수출 계약 등 해외 수주가 쌓이면서 방산은 일회성 호황이 아니라 장기 수주 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조선도 한화그룹 성장축으로 자리를 잡았다. 한화오션은 1분기 매출 3조2099억원, 영업이익 4411억원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70.6% 증가했다. LNG운반선 등 고부가 선박 비중 확대와 생산성 개선이 수익성을 끌어올렸다. 대우조선해양 인수 당시의 부담 논란과 달리, 현재의 한화오션은 그룹의 해양 방산·상선 플랫폼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태양광과 화학도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 한화솔루션은 1분기 매출 3조8820억원, 영업이익 9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205.5% 증가했고, 3분기 만에 흑자 전환했다. 미국 공장 정상화와 신재생에너지 부문 수익성 개선이 반등을 이끌었다. 아직 차입 부담은 관리해야 하지만, 방향은 회복 쪽으로 돌아섰다.

금융 부문도 안정판 역할을 했다. 한화생명은 1분기 연결 기준 순이익 381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 늘었다. 보장성 보험 중심의 신계약 확대와 보험계약마진(CSM) 개선, 투자손익 확대가 수익성을 밀어 올렸다. 제조와 방산이 성장성을 담당한다면, 금융은 현금흐름과 안정성을 보강하는 구조다.

이 흐름의 중심에는 김승연 회장의 장기 경영 구상이 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AI 방산 등 미래 선도기술 확보, 한미 조선 산업 협력, 안전과 상생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6월 KAI 지분 확대와 조선·방산 실적 개선은 이 방향과 맞물린다.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공급망 안에서 역할을 키우며, 계열사별 사업 구조를 선명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세 아들의 역할도 뚜렷해지고 있다. 장남 김동관 부회장은 방산·조선·해양·에너지 축을 이끌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 KAI 지분 확대의 중심에 서 있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금융 부문에서 보험과 자산운용, 디지털 금융의 성과를 키우고 있다. 삼남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레저·로봇을 포함한 테크·라이프 부문에서 독자적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물론 과제는 남아 있다. 태양광은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고, 조선은 수주 호황 이후 원가 관리가 중요하다. 방산도 수출 확대만큼 납기와 품질 관리가 따라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한화그룹의 강점은 분명하다. 방산은 수주잔고를 쌓고, 조선은 이익을 내기 시작했으며, 태양광은 흑자로 돌아섰고, 금융은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고 있다.

한화그룹의 6월은 그래서 단순한 호재의 달이 아니다. 김승연 회장의 기술 경영, 김동관·김동원·김동선 3세의 역할 분담, 그리고 주요 계열사의 1분기 실적 개선이 한 방향을 가리킨 시점이다. 한화는 이제 화약에서 출발한 기업을 넘어 땅과 바다, 하늘과 우주, 금융을 잇는 복합 산업 그룹으로 평가받는 구간에 들어섰다.

토요경제 / 최은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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