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선 위험 지적된 부품사, 왜 다시 문 열었나”…서울교통공사 히타치STS 재선정 논란

산업 / 최성호 / 2025-12-30 20:06:31
수천 건 고장·조건 미이행에도 ‘보류→동의’ 뒤집혀…공사 “확약 이행 판단” 해명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사진=홈페이지 갈무리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서울교통공사가 과거 수천 건의 고장 이력과 품질 논란이 제기됐던 히타치STS를 서울 지하철 5호선 신조 전동차 차상신호장치 부품 공급사로 다시 사실상 허용한 배경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사는 “확약 사항 이행을 확인했다”고 설명하지만, 업계와 내부에서는 안전 핵심 장비를 둘러싼 판단 기준과 절차가 불투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동차 차상신호장치는 열차의 위치와 속도를 실시간 제어하는 핵심 안전 설비로, 오류 발생 시 탈선이나 충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5호선 200칸 신조 전동차 구매 사업에서 전동차 제작은 다원시스가 맡고, 신호장치 부품 공급사는 제작사가 선정한 후보를 공사가 승인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문제의 히타치STS는 직원 수 5명 규모의 국내 법인으로, 일본 히타치 제작 장비를 국내에 공급·대응하는 역할을 해왔다.

논란의 출발점은 2024년 8월 열린 ‘차상신호장치 채택 협의’ 회의였다. 당시 공사 측은 히타치 부품이 적용된 3·5·7호선에서 약 4700건의 고장이 발생했고, 고장 이후에도 명확한 개선 계획서가 제출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 장애, 감속도계 불량 등 실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고장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공사는 품질 보증, 제작 사양서 준수, 전문 기술요원 1년 파견 등 의무 조항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보류’ 결정을 통보했다.

이후 다원시스는 반복되는 품질 문제 부담을 이유로 부품 공급사를 국산 업체인 씨에스아이엔테크로 변경하겠다는 의견을 공사에 제출했다. 설계 변경에 따른 납기 지연과 지체보상금 부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는 히타치STS와 별도의 협의를 진행한 뒤, 2024년 9월 히타치STS로부터 공사의 요구사항에 대한 검토 의견과 확약서를 두 차례 제출받았고, 문제점이 해소됐다고 판단해 기존 ‘보류’를 ‘의견 없음(동의)’으로 재통보했다고 밝혔다. 

 

공사 측은 “하자 발생 시 신속 조치와 성실한 대응을 포함한 품질 보증 확약을 조건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형식적 확약만으로 과거 고장 이력과 구조적 문제를 덮은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특히 다원시스가 이후 다시 씨에스아이엔테크로 변경 신청을 했음에도, 공사가 해당 업체의 납품 실적과 국산화 검증 부족을 이유로 ‘재검토’를 통보한 점을 두고 형평성 논란도 나온다. 

 

공사는 부산 1호선 ATO 납품 실적이 현대로템 명의로 확인됐고, 씨에스아이엔테크의 국산화 개발도 현차 검증이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 지하철의 노후화 문제가 심화되는 가운데, 안전성과 직결된 핵심 장비 선정 과정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스크린도어 고장만 1666건에 달했다. 

 

외부 설비뿐 아니라 내부 핵심 시스템까지 신뢰 문제가 불거지자,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나 선정 압력이 있었는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교통공사 감사실은 이번 차상신호장치 부품 공급사 선정 과정 전반에 대해 감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확약서가 아니라 실제 고장 감소와 대응 능력으로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며 “선정 기준과 판단 근거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으면 논란은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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