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美와 손잡은 70조원 선제적 투자…경영 안목 빛났다

산업 / 이강민 / 2025-08-27 08:00:45
70조원 선제적 투자로 글로벌 메가 캐리어 도약 발판 확보
아시아나 합병·공급망 불확실성에 대비한 전략적 선택
보잉·GE와 초대형 계약으로 기단 현대화·정비 안정성 동시 확보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대한항공이 미국에 총 70조원 규모의 투자를 공식 발표했다. 이번 투자에는 항공기 구매, 엔진 확보, 장기 정비 서비스 계약이 포함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가 단순한 신규 기재 도입을 넘어, 노후 항공기 교체와 친환경 전환, 정비 내재화를 동시에 추진해 대한항공이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 한미 제조업 파트너십 MOU 체결식.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장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 겸 최고 경영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은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보잉과 사상 최대 규모의 항공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보잉 항공기 총 103대, 362억 달러(약 50조원) 규모로, 구체적으로는 777-9 여객기 20대, 787-10 여객기 25대, 737-10 여객기 50대, 777-8F 화물기 8대가 포함된다. 대한항공은 이 항공기들을 오는 2030년대에 순차적으로 도입될 예정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같은 자리에서 GE 에어로스페이스·CFM과 엔진 및 정비 관련 추가 계약을 체결했다. 예비엔진 19대를 약 7억 달러(약 9500억원)에 구매하고, 20년간 130억 달러(약 17조5000억원) 규모의 장기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을 맺어 안정적 기단 운영 기반을 마련했다.

GE 에어로스페이스는 세계 최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 중 하나로, 보잉 777X에 장착되는 차세대 엔진 ‘GE9X’를 비롯해 각종 대형 항공기 엔진을 공급한다. CFM은 GE와 프랑스 사프란이 공동 설립한 합작회사로, 보잉 737 MAX 시리즈에 장착되는 LEAP-1B 엔진을 생산하는 글로벌 단일통로기 시장의 핵심 사업자다.

◆ 보잉은 단순한 항공기 공급자가 아닌 대한항공의 사업 파트너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부는 보잉의 주요 상용기 구조물을 오랜 기간 공급해온 핵심 파트너다. 737 MAX, 767, 777 계열의 부품을 제작·납품하고 있으며, 보잉은 대한항공을 세 차례 ‘최우수 공급업체’로 선정한 바 있다.

보잉은 이번 계약 소식에 대해 대한항공 항공우주사업본부가 787 드림라이너의 래이키드 윙팁(raked wingtip) 등 여러 부품을 공급하고 있음을 재차 밝히며 양사의 관계를 강조했다.

한편 대한항공의 항공우주사업부는 2021년 3667억원 → 2024년 5930억원 → 2025년 6000억원 이상으로 성장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잉과 2029년까지 1조2000억원 규모 장기 구조물 공급계약이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 대한항공 보잉 787-10 <사진=대한항공>

 
◆ 통합항공사 출범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응한 선제적 투자 전략

현재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앞두고 기단의 현대화와 규모 확대가 사업적으로 필요한 상태다.

특히 팬데믹 이후 항공기 공급망 문제로 적시에 항공기를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지며 글로벌 주요 항공사들이 항공기 주문 시점을 앞다투어 당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대한항공은 2027년 초 통합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기단 재편 작업도 진행 중이며 이에 따라 기존 보유 기종 송출 등 정리가 필요한 상태이기도 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한항공의 선제적 항공기 투자 전략은 단순한 기단 확대를 넘어 경영 안정성 확보와 시장 지위 강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판단으로 평가되고 있다. 신규 항공기 계약을 조기에 확정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속에서 필요한 시점에 항공기를 안정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배경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또한 노후 기재를 친환경·고효율 기종으로 교체하면 연료비 절감과 탄소 배출 감축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어, ESG 경영 요구와 국제 환경 규제 강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 동시에 통합항공사 출범을 앞두고 다양한 기종을 단순화해 정비와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것 또한 기대점 중 하나다.

특히 보잉과 맺은 대규모 계약과 더불어 GE·CFM과의 장기 엔진 정비 계약까지 함께 체결한 것은 기재 확보와 정비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해 기단 현대화와 비용 구조 개선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이번 투자 결정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을 앞두고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도약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선제적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기 도입은 항공사의 성장 및 수익 창출에 필수적 요소”라며 “항공기 도입을 선점하지 못하면 사업전략의 심대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이번 투자의 배경을 설명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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