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승무원 인권 실태 들여다보니..."쉴 틈조차 없다"

산업 / 이강민 / 2025-07-30 06:50:27
팬데믹 이후 회복되지 않은 인력에 전전긍긍
▲ <사진=대한항공>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아시아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고객과 직원이 사랑하는 항공사”를 약속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진통의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이 회사는 승무원 노동 강도 문제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어 해법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계에 따르면 이번달 초 토론토–인천 14 시간 장거리편에서 승무원이 스낵 서비스를 마친 직후 기내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일단 '인력 충원 없이' 업무 강도만 높아진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2018년엔 승무원 8명이 180명을 담당했지만, 현재는 예약률 100%면 8명이 290명을 맡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일부 장거리 노선에서 기존 ‘식사 → 간식 → 식사’ 순서를 ‘식사 → 식사 → 간식’으로 바꿨다. 조리·배식·수거가 연달아 이어지자 승무원은 쉴 틈을 잃었고, 현장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 장시간 비행·휴게시설 부재—구조적 산재의 현실

한국 승무원은 연간 1200 시간까지 비행에 투입된다. 유럽연합(EU) 기준인 900 시간보다 30% 긴 수치다. 그러나 장거리 노선엔 침대형 휴게실이 없어 이코노미 좌석 구석에 앉아 ‘쪽잠’을 청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

러시아 영공 우회를 이유로 14 시간이 걸리는 런던 노선조차 2박 3일 일정으로 편성돼, “휴식할 시간조차 없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 회사 직원연대지부는 “하루 1만 5,000보 이상 걷고 14 시간 이상 서 있는 노동에 구두를 강요하는 것은 안전불감증”이라며 ‘운동화를 허용하라’는 온라인 캠페인을 전개 중이다. 그 배경에는 팬데믹 시기 감축된 인력이 회복되지 않은 채 업무 부담만 늘어난 현실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 회사의 사실상 독점 지위가 노동조건 악화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산업은행 등 공적 기관이 합병 과정에서 노동·안전 기준을 충분히 담보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승무원 인권 문제는 단순 복지 사안이 아니라 항공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다. 휴식이 보장돼야 승객 안전도 담보된다.

업계 관계자는 “건강을 잃는 서비스는 지속될 수 없다”며 “해당 항공사가 진정 글로벌 항공사로 남으려면 인력 충원·휴식권 보장·독점 구조 개선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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