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대해부] KAI vs 대한항공, 2조원대 국산 전자전기 개발 사업 정면 승부

산업 / 이강민 / 2025-08-14 18:52:37
KAI, 완제기 개발·체계통합·감항인증까지 원스톱 수행 가능
대한항공, 군용기 개조·정비 경험 바탕 도전
성공 시 한국 첫 독자 전자전기 확보…수출 기회 확대 전망
▲ 방위사업청<사진=연합뉴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최근 국산 전자전 항공기(EW)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가운데, 총사업비 약 2조원의 체계종합사업을 두고 KAI(한국항공우주산업)와 대한항공이 정면 승부에 돌입했다.

전자전기는 전장에서 적의 레이더와 통신 체계를 교란·무력화해 아군 전력의 생존성을 높이는 핵심 전력이다. 현재 한국 공군은 이를 보유하지 않아 한미연합훈련 시 미군 자산에 의존해왔으며, 이번 사업은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고 전시작전권 전환, 북한 방공망 무력화, 주변국 대비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프로젝트로 평가된다.

◆ 스탠드오프 재머, 비즈니스 제트 기반 유력

사업의 기본 구상은 원거리(스탠드오프)에서 장시간 체공하며 적 방공 레이더와 지휘·통신을 넓은 영역에 걸쳐 무력화하는 방식이다.

전투기 곁을 따라붙는 호위형(Escort)보다 작전 반경 밖에서 넓게 덮는 원거리 지원형이 한반도 지형·위협 환경에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쉽게 말해, 전자전기가 먼저 전파로 ‘길을 닦고’, 그 뒤를 타격·제압 세력이 안전하게 통과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으로는 대형 수송기 대신 비즈니스 제트가 유력하다. 수송기보다 빠르고 운용고도가 높아 생존성이 좋고, 항속·체공시간이 길어 장거리 재밍에 맞다.

객실·기내 전력·냉각 체계를 재설계해도 중량·공력(항력) 균형을 비교적 수월하게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민수 기체 기반이기에 감항규정 준수와 인증 절차를 촘촘히 밟아야 하지만, 그만큼 운영·정비 생태계가 넓다는 이점이 있다.
 

▲ 대한항공 부산테크센터에서 UH-60 헬기 창정비를 수행하는 모습 <사진=대한항공>

 
◆ 플랫폼 개발 경험과 확장성의 KAI vs 백두·금강 1차 사업 경험의 대한항공

KAI는 T-50·FA-50·KF-21로 이어지는 완제기 개발 경험을 앞세우고 있다. 기체 설계 변경-항전 통합-감항인증을 한 번에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체계통합 기술이 강점이다.

또한 2021년부터 진행 중인 백두체계 2차 사업에서 전자·신호정보 정찰기의 플랫폼 개조와 임무장비 통합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 개발한 KF-21에서 전자전장비와 센서 통합 운용을 검증한 경험이 있다.

아울러 KAI는 1차 공중통제기 사업에서 보잉과 함께 피스아이 기체 일부를 개조하는 일을 맡았으며, 2021년에는 이 기종에 피아식별장비와 링크16 전술데이터링크를 장착하는 성능개선 사업을 수주해 현재 진행하고 있다. 공중통제기 사업은 다양한 센서와 전자장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전자전기 사업과 성격이 비슷해, KAI가 그동안 쌓아온 전자전 분야 경험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

이처럼 KAI는 다양한 센서와 무장, 소프트웨어를 처음부터 끝까지 개발·통합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전자전기처럼 변수가 많은 개조 사업에서 우위를 발휘할 수 있다. 또한 전 과정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향후 성능개량이나 설계 변경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대한항공은 1991년 착수해 2001년 전력화된 백두·금강 정찰기 성능개량 사업 1차 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백두·금강 1차 사업은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총괄 주관하며 추진한 정찰기 성능 향상 프로젝트로,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은 프랑스 다쏘 팰콘 2000S 기체를 기반으로 한 개조 작업, 종합 군수 지원 등을 수행했다.

대한항공은 군용기·특수임무기 개조와 경험은 풍부하지만, 아직까지 단독으로 유인기 신규 플랫폼 감항인증을 획득한 전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대신 개조형 임무기 프로젝트에서 강점을 보여왔다. 

 

▲ KF-21 생산현장 <사진=KAI>

 
◆ 기업 간 시너지와 기술 축적의 KAI vs 성능개량 프로젝트 경험의 대한항공

KAI는 기본 기체 선정부터 개조·통합, 감항·시험을 총괄한다. 한화시스템은 전자전 장비와 임무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기체에 얹는다.

특히 KAI는 장기간의 플랫폼 개발 경험을 기반으로 국내외 부품·시스템 업체와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특히 한화시스템과 KF-21 사업에서 AESA 레이더를 통합한 경험이 있다.

전자전기 개발에서 센서·임무 장비 통합 및 전자전 체계통합 경험은 KF-21에서 전자전 역량을 확장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가능성도 있다.

대한항공은 LIG넥스원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전자전 체계개발과 항공기 개조를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이 기본항공기 구매, 형상설계, 임무장비 항공기 장착, 체계통합, 감항인증 등 민용 비즈니스 제트기를 군용 전자전 임무항공기로 개조하는 역할을 맡고 LIG넥스원은 전자전장비 개발을 맡을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A-10, F-4, UH-60 등 6000여건의 개조·창정비·성능 개량 프로젝트를 수행한 정비 및 개조 경험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방산업계는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추진된다면, 한국은 처음으로 독자적인 항공 전자전 플랫폼을 확보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 수출과 다양한 특수임무기 개발로 기술 확장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전자전기는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꾸준하지만 전략자산으로 분류돼 수출 통제가 엄격하다”며 “우리가 독자 개발에 성공하면 글로벌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옵션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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