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필리조선소로 교두보 구축…K-조선, 美 본토 공략 본격화

산업 / 이강민 / 2025-05-20 17:06:05
자동화·VR 훈련 도입…美 조선소에 ‘K-생산성’ 심는다
▲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사진=한화오션>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K-조선이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미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한화필리조선소를 중심으로 미국 조선·방산 시장 공략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 노후 조선소의 재정비…한화의 ‘속도’가 경쟁력

한화는 2024년 말, 노르웨이 아케르 그룹(Aker Group)으로부터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를 1억 달러에 인수하며 미국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조선소는 과거 미 해군 전용 조선소였던 필라델피아 해군기지에 위치하며, 2개의 드라이도크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는 1도크만 운영 중이며 연간 건조량은 1~1.5척에 불과하지만, 한화는 이를 10척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중장기 계획을 추진 중이다.

설비 노후화와 생산성 저하라는 약점은 분명하지만, 한화는 자동용접기 도입, VR 훈련 시스템 구축, 도크 보수 등 전방위적 투자를 통해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대비 두 배 이상의 생산성을 확보하면, 수주 확대에 따른 이익도 자연스럽게 개선될 전망이다.
 

▲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오션>

 
◆ 존스법이라는 울타리 안의 블루오션

필리조선소는 ‘존스법(Jones Act)’의 수혜를 직접 누릴 수 있는 입지에 있다. 이 법은 미국 내 연안운송에 투입되는 선박은 반드시 미국에서 건조되어야 하며, 선원 구성도 미국인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조건을 담고 있다.

실제로 매트슨(Matson) 등 미국계 선사들은 필리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하고 있으며, 3600TEU급 컨테이너선 3척을 약 10억 달러에 계약한 사례도 존재한다. 이는 국내 조선소 대비 5배 수준의 고단가다.

즉, 기술력이 아닌 ‘규제 기반 시장 구조’가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셈이다. 한화는 이 시장에서 이미 점유율 50%를 차지하고 있다.

◆ 미국 군함 시장 진입 가능성…현실로 다가오는 기회

미국 해군은 2025~2054년까지 전투함 381척과 무인함 134척을 확보할 계획이며, 연평균 10척 가까운 건조 수요가 존재한다. 하지만 자국 내 조선 역량 부족으로 군함의 신속한 조달이 어려워지자, 미국 의회는 동맹국 조선소에 한해 일정 조건 하에 군함 건조를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한화는 전투함 입찰보다는 지원함과 블록 제작,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우선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군기지 내 위치한 필리조선소의 입지는 미국 당국과의 협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은 자국 해운·해군력 재정비를 위한 입법을 다수 추진 중이다. ‘Made in America Navy Act’, ‘SHIPS for America Act’ 등은 모두 미국 내 조선산업 복원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한국과 같은 우방국 조선소의 협력 가능성도 적극 검토되고 있다. 

 

▲ 수리를 마친 윌리 쉬라호 <사진=한화오션>

 
한화의 미국 시장 공략은 단순한 진출이 아닌 ‘현지화 기반의 전략적 교두보 구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존스법이라는 구조적 울타리를 활용한 상선 시장, 해군력 재건 수요와 맞물리는 방산 시장, 그리고 정치적·군사적 이슈 속에서 확대되는 한미 기술 협력 여지는 한화에게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는 불확실성과 과제가 산적해 있지만, 시도 자체가 가치라는 말처럼, 한화의 전략은 K-조선이 글로벌 주도권을 확대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이소영 군판사는 “필리조선소는 미국의 조선소인 만큼 미국을 모항으로 하는 주요 함정에 대한 MRO도 가능할 수 있고 추후 함정건조까지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며 “노후화된 시설탓에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겠지만, 현 상태에서도 필리조선소가 있다면 더 공격적으로 영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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