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을 방패로 쓴 지배구조…DB그룹, ‘총수 중심 경영’의 민낯 드러나다 (2부)

산업 / 최성호 / 2026-02-08 17:05:35
지분은 낮고 영향력은 높았다…보이지 않는 통제선의 실체
▲가사도우미를 성폭행하고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김준기 전 DB그룹(옛 동부그룹) 회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사진=자료

 

[토요경제 = 최성호 기자] 김준기 DB 창업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단순한 자료 누락 사건이 아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지분율이 낮은데도 어떻게 지배력을 유지했는가’라는 질문이다. 공정위가 밝혀낸 구조는 명확하다. 지분으로는 포착되지 않는 통제, 즉 재단과 특수관계 법인을 활용한 우회 지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DB그룹 내 핵심 축은 DB아이엔씨와 DB하이텍이다. 특히 DB하이텍은 비금융 계열사 가운데 재무 규모가 가장 크지만 김 창업회장 측 지분율은 23.9% 수준에 그친다. 

 

통상 이 정도 지분율은 안정적 지배 구조라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경영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유는 재단회사들의 존재다.

공정위에 따르면 동곡사회복지재단과 산하 법인 등 17개 재단·회사들은 단순 공익 목적 조직이 아니었다. 이들 법인은 자금 거래, 자산 매입, 내부 인사 배치 등을 통해 사실상 총수 측 의중에 따라 움직였다. 

 

2016년에는 해당 법인을 관리하는 별도 직위까지 설치해 통제 체계를 제도화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는 일시적 협조 관계가 아니라 구조적 관리였다는 의미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자금 흐름이다. 재단회사들은 2010년 DB하이텍의 재무 개선을 명목으로 계열 금융사에서 자금을 차입해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자산을 이동시켰다. 

 

겉으로는 정상 거래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는 핵심 계열사의 부담을 완화하고 총수 측 지배력을 안정화하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크다.

또 다른 문제는 총수 개인과의 자금 거래다. 김 창업회장은 2021년 재단회사 빌텍으로부터 220억원을 대여받았고, 중도 상환과 취소를 반복하면서 수수료 부담도 지지 않았다는 것이 공정위 설명이다. 

 

공익 재단 자금이 총수 개인의 유동성 창구처럼 활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번 사건이 파장을 키우는 이유는 ‘지분 기준’ 중심의 전통적 계열 판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거래 관계, 인사 구조, 의사결정 관여 정황 등 실질 지배 요소를 종합해 계열성을 인정했다. 이는 앞으로 다른 대기업 집단에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될 가능성을 의미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고발을 두고 “총수 리스크가 곧 그룹 리스크가 되는 시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반도체를 주력으로 하는 DB하이텍이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상황에서 지배구조 논란은 단순 내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ESG 경영과 투명성 기준이 강화되는 국제 시장에서는 지배구조 리스크 자체가 기업 가치 할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이번 사안은 창업주가 재단을 활용한 우회 지배, 지분 희석 구조 속 영향력 유지, 내부 통제 장치의 사적 활용 가능성까지, 한국 대기업 집단이 오랫동안 반복해온 총수 중심 경영의 취약성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최성호
최성호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최성호 입니다.
기자 페이지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

    많이 본 기사

    1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 AI·반도체 82% 됐다…12월 합병 시험대는 '본체 이익'

    SK에코플랜트의 사업 중심은 이미 건설에서 AI·반도체로 옮겨갔다. 12월 SK에코엔지니어링 합병을 앞두고 다음 과제는 커진 외형을 본체의 안정적인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있다.8일 SK에코플랜트의 재무자료와 회사 자료를 종합하면 올해 상반기 연결 매출은 10조504억원, 영업이익은 1조4650억원이다. 2분기에만 매출 5조1507억원, 영업이익 5336억원

    2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 도시정비 4조 돌파…수주 늘리고 원가율 낮춰

    두산건설이 도시정비사업 수주를 4조원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이후 1조3000억원 넘는 시공권을 추가하면서도 기존 사업장의 원가율을 낮춰 수익성을 함께 개선했다.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올해 현재까지 13개 도시정비 사업장에서 총 4조110억원 규모의 시공권을 확보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민간 재개발·재건축뿐 아니라 공공재개발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

    3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iM뱅크·SBI저축은행도 공격…금감원 8월부터 금융권에 경고

    최근 금융권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이 본격화하기 전부터 금융감독원이 국가배후 해킹조직의 공격 징후를 포착해 금융회사에 보안 강화를 요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iM뱅크와 SBI저축은행 등에도 실제 공격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사전 경고가 개별 금융회사의 보안체계에서 얼마나 제대로 작동했는지가 후속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손명수 의원실

    4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오뚜기·SPC·동서식품, 하반기 신입 채용…식품업계 인재 확보

    아워홈과 오뚜기를 비롯한 식품·외식업체들이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에 나섰다. 영업과 마케팅부터 연구개발(R&D), 생산, 영양사·조리사까지 모집 분야도 다양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오는 15일까지 2026년 하반기 대졸 신입사원과 외국인 유학생 지원서를 접수한다.모집 분야는 B2C영업과 B2B영업·마케팅, 홍보영양, 마케팅, 영업지원, 글로벌

    5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 하루에 배터리 양끝 잡았다…LFP 6조·전고체 2027년

    삼성SDI가 같은 날 LFP와 전고체 배터리 공급망을 동시에 강화했다. 빠르게 커지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는 대규모 LFP 소재를 확보하고, 차세대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2027년 양산을 뒷받침할 핵심 소재 개발에 들어갔다.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포스코퓨처엠과 2027~2032년까지 약 6조원 규모의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