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블랙호크 성능개량' 누가 웃을까 분석해보니...KAI '여유' vs 대한항공 '맹추격'

산업 / 이강민 / 2025-04-09 16:44:36
KAI, 시코르스키와 OEM 협력 기반으로 기술 통합 역량 부각
대한항공, CAAS 기반 디지털 조종석으로 성능개량안 제시
기체 구조 보강부터 항전장비 통합까지 고도의 기술력 요구
▲ 블랙호크 헬기 <사진=방위사업청>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1조 원 규모의 UH/HH-60 블랙호크 성능개량 사업이 막바지 심사 단계에 접어들며,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대한항공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해당 사업은 특수작전 및 탐색구조용 헬기 총 36대에 대해 기체 구조 보강, 항공전자장비 디지털화, 작전능력 강화 등을 목표로 7년에 걸쳐 진행된다.

국방력 유지뿐 아니라, 국내 회전익 항공기 산업의 기술 자립과 향후 차세대 고속 중형기동헬기 사업과의 연계 가능성까지 걸린 사업인 만큼, 평가 기준은 단순한 정비 능력 이상으로 확대되고 있다.

◆ KAI, OEM 협력 기반으로 기술통합·감항인증에 강점

KAI는 블랙호크 원제작사인 시코르스키(Sikorsky)와의 기술협력 체계를 바탕으로, 성능개량에 필요한 설계 해석, 감항성 확보, 기체 보강 등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산 헬기 수리온과 LAH(소형무장헬기) 등 9개 파생형 기종의 개발 및 감항인증 경험을 통해, 디지털 조종석, EO/IR, AESA 레이더 등 다양한 첨단 항공전자 장비의 통합 설계와 운용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성능개량 중 발생 가능한 비계획 작업(Over & Above)에 대해 즉각 대응 가능한 설계 인력과 인증 조직, 회전익 전용 시험조종사 인력도 운영 중이다. KAI는 회전익 항공기에 대한 형식인증 12건, 감항인증 280여 건 이상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으로, 감항당국과의 실시간 협업 체계도 확립돼 있다.

◆ 대한항공, 정비 및 생산 경험 강점…CAAS 시스템 도입 관련 우려도

대한항공은 1990년부터 블랙호크 헬기를 면허 생산하며 총 138대 납품, 지속적인 창정비와 개조 사업을 수행한 이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이번 입찰에서는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의 CAAS(공통항공전자장비체계) 기반 디지털 조종석과 LIG넥스원의 생존장비, 통신장비 체계를 기반으로 성능개량을 제안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CAAS 시스템이 1990년대 개발된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최근 국제 방산시장에서 진행 중인 ‘디지털 조종석 현대화 사업’ 추세에 뒤처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일부 선진국에서는 CAAS의 기술 한계와 확장성 부족을 이유로 차세대 ‘MOSA’ 기반 조종석 시스템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CAAS 시스템 도입이 향후 블랙호크 체계의 업그레이드나 작전요구 반영에 제약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기술통합 경험 및 감항인증 역량, 평가의 핵심

이번 사업에서 요구되는 핵심 역량은 단순 정비가 아닌 ▲첨단 항전장비 통합 경험 ▲감항인증 확보 능력 ▲OEM 기술협력 기반의 문제 해결 능력이다.

이에 따라 디지털 조종석, EO/IR, AESA 레이더 등의 복합 통합 사례와 이의 인증 경험 유무, 그리고 설계 변경 시 감항 인증 체계와 연계할 수 있는 설계·시험 역량이 중요한 평가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까지 회전익 항공기의 감항인증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외부 협력 체계와 대응 전략에 대한 구체적 설명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또한 비계획 작업 발생 시 대응할 내부 기술조직, 즉시 투입 가능한 설계·시험 인력 확보 여부도 평가과정에서 중점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 향후 기술 로드맵·산업 확장성 제시 여부도 주목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사업이 헬기 기술 축적을 넘어 향후 ▲차세대 헬기 개발 ▲MUM-T(유무인 복합체계) 통합 등과의 연결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KAI는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한국형 특수작전 헬기 체계, 고속기동헬기, 차세대 회전익 플랫폼까지 단계적 기술 확장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대한항공은 이번 사업을 계기로 어떤 중장기 기술 로드맵을 구축하고 있는지, 회전익 체계개발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지향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전략 제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UH-60 성능개량은 단순한 유지보수가 아니라 첨단 시스템 통합과 감항성 확보를 동시에 요구하는 고난도 개발사업이다. 각 업체의 기술력과 수행 능력뿐 아니라, 향후 체계 업그레이드 가능성과 국내 방산 생태계 기여도까지 고려한 다층적 평가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체계 통합 능력과 인증 실적, 그리고 미래지향적 기술 플랫폼 제시 여부가 이번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이번 수주전에서도 경험 보다는 기술력을 최우선적으로 둬 사업체를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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