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속 장수사회, 금융권의 생존 전략 ① ‘100세 시대’의 보험, 생애주기를 설계하다

토요줌IN / 김소연 / 2025-05-19 17:04:44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초고령사회 진입
인구구조 변화에 맞춘 생애별 맞춤 보험 확대
프리미엄 요양케어 등 보험 서비스 다변화

세계에서 가장 빨리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한국 사회는 저출산과 인구 감소라는 이중 압박 속에 놓여 있다. 금융권 역시 기존의 틀을 벗어난 대응 전략이 절실해진 시점이다. 본 기획을 통해 보험·은행·카드 업계를 중심으로 장수사회에 대응하는 금융권의 변화를 짚어봤다. <편집자주>


▲ 대한민국은 지난해 말 기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국가가 됐다. 노령 인구의 급속한 증가는 금융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업계는 이에 발맞춰 전략 재편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 OGQ>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3.5세로 노인복지법이 제정된 1981년 당시 66.7세보다 16.8세 늘었다. 이처럼 기대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한국 사회는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초고속 장수사회’로 진입하고 있다. 

 

노년기가 길어지면서 노년은 더 이상 인생의 마무리가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 됨에 따라 보험산업에서도 구조적 변화가 일고 있다. 보험은 이제 사망 이후를 대비하는 전통적 역할에서 벗어나 출생부터 노후까지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라이프 사이클 금융’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한국은 지난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인구 비중 7%)에 진입한 이후 2017년 고령사회(14%)를 거쳐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주민등록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20%를 차지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 같은 변화는 단 24년 만에 이뤄진 것으로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전환되는 데 걸린 시간도 불과 7년 4개월에 불과해 일본(10년), 네덜란드(17년), 프랑스(29년)보다 훨씬 빠르다. 

 

▲ 통계청이 지난해 9월 발표한 '고령인구(65세 이상) 비중' <자료=통계청, '장래인구추계: 2022~2072'>


반면 저출산으로 인해 생산가능 인구는 급감하는 추세다. 통계청은 오는 2058년에는 생산연령인구 1명이 유소년과 노인 각 1명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로 인해 경제성장률 저하는 물론 노인 빈곤, 간병 리스크, 의료비 부담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도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고령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의 역할 역시 새롭게 정의되고 있다. 보험업계는 단순한 사망 보장에 머물지 않고 각 생애주기별 위험을 분석하고 맞춤형 보장을 설계하는 ‘생애보험’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사들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삼성화재는 이달 중증 질환 치료비를 최대 100세까지 보장하는 건강보험 ‘보장 어카운트’를 출시했다. 기존의 복잡한 담보 구조를 단순화하고 일정 기간 무사고 시 납입 보험료의 최대 52.5%를 돌려주는 ‘건강 리턴’ 제도와 병원 동행 서비스 등 고객 맞춤 기능을 강화했다.


▲ 지난달 22일 삼성화재가 보험업계 최초로 개최한 '언팩 컨퍼런스'에서 이문화 삼성화재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삼성화재는 신상품 '보장 어커운티'를 소개하고 향후 보험시장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 했다. <사진=삼성화재>


NH농협생명의 ‘백세팔팔NH건강보험’은 신의료기술 보장 특약과 간병인 사용 입원특약 등 총 29종의 특약을 통해 실질적인 의료비 부담 완화를 꾀했다. 관혈·비관혈 수술을 구분해 수술비를 보장하고 간편가입형의 경우 20세부터 80세까지 폭넓게 가입할 수 있어 접근성을 높였다.

현대해상은 지난 1월 개인별 치료 이력을 35가지로 세분화한 ‘내삶엔(3N)맞춤간편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보험금청구이력과 고지항목을 분리해 최적의 가입유형을 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했고 무사고 시 보험료를 매년 낮출 수 있는 계약전환 제도도 도입해 최대 38%까지 보험료 절감이 가능하다.

같은 달 KB손해보험은 치매와 간병 보장을 강화한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을 선보였다. 장기요양 1~5등급 외에도 인지지원등급까지 보장을 확대했으며 MRI·CT·PET 검사비와 치매 약물 치료비 등도 포함해 진단부터 통원까지 폭넓은 보장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생애보험이 단순한 보장성 상품이 아닌 고객의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금융+복지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류성경 동서대 경영학부 교수는 “생애보장은 단편적인 질병 보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사망·소득 리스크를 통합하고 고객의 삶을 금융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체계를 의미한다”며 “보험은 주계약과 특약을 넘어 자산관리, 상속·증여 설계, 세금 대응, 주거·요양 서비스까지 포함한 종합 패키지로 진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건강보험이 생애보장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종신보험이나 실손보험의 확장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며 “진정한 생애보험이 되려면 고객의 니즈에 맞춘 맞춤형 설계와 함께 주거·여가·헬스케어까지 통합된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등 해외 보험사들은 이미 생존 중심 보장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으며 라이프케어 중심의 보험사로 재편되고 있다”며 “국내 보험사들도 단순 보장을 넘어 생애 파트너로서의 역할을 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KB골든라이프케어가 지난 2021년 5월 개소한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서초빌리지' 전경. <사진=KB골든라이프케어>


이처럼 보험의 역할 확장은 요양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지난 2016년 11월 금융권 최초로 설립한 요양사업 전문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는 현재 KB라이프생명 산하에서 프리미엄 시니어케어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생명보험업계 최초로 요양사업에 진출한 KB라이프는 보험과 요양, 서비스의 연계를 통해 기존 보험사들이 제공하지 못한 고급 노후 케어를 제공하고 있다.


▲ 서초빌리지 내 재활치료실에서 어르신들이 치료를 받고 있는 모습. <사진=KB골든라이프케어>

KB골든라이프케어는 지난 2017년 주야간보호시설인 ‘강동케어센터’를 시작으로 이후 위례 빌리지·서초 빌리지 등 도심형 프리미엄 입소 요양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위례 빌리지는 개소 1년 만에 입소 대기자 수가 1300명을 넘겼고 서초 빌리지는 정원 대비 사전 접수 인원이 3배에 달하는 등 높은 수요를 기록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9일에는 서울 강북권에 프리미엄 요양시설인 ‘은평 빌리지’를 개소했으며 올해 안으로 광교와 강동 지역에도 신규 시설 개소를 앞두고 있다.


이 같은 변화 속 노후를 위한 보험 서비스가 다양해지는 가운데 보험은 더 이상 죽음 이후를 준비하는 금융이 아닌 생애 전반의 위험을 설계하고 삶의 질을 관리하는 전략적 동반자로 재정의되고 있다.

 

토요경제 / 김소연 기자 ksy@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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