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 MRO 진출 극과극… HD현대중공업 ‘0건’ VS 한화오션 ‘3건’

산업 / 이강민 / 2025-07-10 13:39:55
HD현중, 2024년 MSRA 체결 이후 1년 간 無 수주로 시장 내 입지 흔들
MSRA 없이도 입찰 가능…일본·인도 등 글로벌 조선소들 속속 진입 중
▲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중공업>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HD현대중공업이 지난해 7월 국내 최초로 미국 해군과 MSRA(함정정비협약)를 체결하며 업계에서 가장 먼저 미국 해군 유지·보수·정비(MRO) 시장 진출 신호탄을 쏘았지만,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단 한 건의 수주도 기록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최근 들어 한화오션이 연달아 미 해군 MRO 실적을 쌓으며 시장 신뢰를 선점하는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 2024년 MSRA 취득…두 번의 입찰 기회 모두 한화오션이 쓸어가

HD현대는 지난해 7월 국내 조선사 중 처음으로 미 해군과 MSRA를 체결했다. 당시만 해도 미국 방산시장 진출의 상징적 ‘포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취득 이후 2024년 미 해군 MRO 물량 2건에서는 모두 한화오션이 수주자로 결정됐다.

HD현대는 당시 도크 여유 부족, 사업성 부족 등을 이유로 실제 입찰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내부적으로는 동남아·일본 등 해외 조선소와 경쟁해야 하는 비전투함 위주의 MRO 시장은 비용 대비 이익이 낮다는 판단이 있었고, 상선·방산 신조 물량에 도크를 우선 배정했다.

◆ 2025년 들어 입장 선회…첫 실전 입찰도 실패

 

그러나 올해부터 시장 환경이 바뀌면서 HD현대도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도크에 일정 여유가 생기면서 “올해 2~3척 시범사업 입찰을 준비 중”이라며 적극적 참여로의 입장 전환을 알렸다.


업계에 따르면 2025년 3월 열린 미 해군 7함대 군수지원함 MRO 입찰에 처음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과는 또 한 번 한화오션의 승리였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이 현장 대응력, 추가 정비사항 대응, 미 해군과의 소통 및 신뢰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화오션은 기술력은 물론 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동에 유연하게 대처하면서 미 해군으로부터 높은 신뢰를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한화오션이 MRO를 진행한 월리 쉬라호(USNS Wally Schirra) 모습. 한화오션은 설계도 없이 손상된 러더를 전면 교체하는 등 300여 개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미국 해군은 한화오션의 뛰어난 기술력과 신속한 대응에 대해 “전략적 파트너십을 상징하는 쾌거”라고 평가했다. <사진=한화오션>

 
◆ 제도 변화·글로벌 경쟁 격화…MSRA 없는 해외업체도 도전

 

최근 미 해군은 비전투함(군수지원함 등)에 대해 MSRA 자격 없이도 입찰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이로 인해 일본, 인도 등 주요 조선소를 비롯한 동남아 경쟁사들도 본격적으로 미 해군 MRO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기존에는 MSRA를 보유한 소수 업체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더 많은 해외 조선소들이 참여하면서 경쟁이 격화될 전망이다.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2025년 미 해군 원정해상기지함의 대규모 정비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인도 L&T, 싱가포르 조선소 등도 소규모 정비 수주 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MSRA 자격만으로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없는 상황이다.

입찰 경험과 실제 정비 실적, 그리고 미 해군 현장에서 쌓은 신뢰와 대응력, 이런 모든 요소가 조선소의 미래 경쟁력을 결정짓는 기준이 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이미 세 번 연속 미 해군 MRO 입찰에서 실적을 올리며 시장 내 확고한 신뢰를 구축했다. 미 해군 현장에서는 한화오션이 설계도 없이도 역설계와 대형 정비까지 신속하게 마무리한 점, 정비 과정에서 추가 수요가 발생했을 때도 미 해군과 소통을 통해 계약을 유연하게 조정한 점이 높이 평가됐다.

이런 결과가 쌓이면서 미 해군도 자연스럽게 한화오션을 우선 파트너로 고려하게 되는 분위기다. 실제 업계 내부에서는 “한화오션이 선제적으로 성공사례를 만들었고 이러한 흐름이 지속된다면, 향후 특수선 신조 사업이나 후속 정비물량까지 선점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 HD현대, 실적 공백 1년…경쟁력 저하 우려 커져

반면 HD현대는 MSRA를 업계에서 가장 먼저 취득하고도, 미 해군 MRO 사업에서 1년 동안 단 한 건의 실적을 올리지 못하는 이례적인 상황을 맞았다.

 

초기에는 수익성·도크 문제를 이유로 시장 대응이 미흡했고, 올해 들어 적극적인 전략 전환을 시도했지만 시장에서의 신뢰를 쌓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실적 공백이 장기화될수록, 향후 미 해군과 관련된 사업에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미 해군과의 협력 확대를 꾸준히 추진 중이며, 단순히 수주 여부만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며 “당사의 방식과 속도대로 장기적인 신뢰와 실적을 만들어가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이강민 기자 lgm@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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